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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소리
2009.09.25 13:14

행복한 커플 매니저

조회 수 9141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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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진 사회복지사 -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사회재활팀]

아침에 복지관에 도착하면 하루의 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시간대 별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 떠올려 본다. 확인 작업이 끝남과 동시에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한다. 재가복지사업을 하면서 요즘처럼 전화를 많이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전화대화의 주요 내용은 활동보조서비스와 관련된 것이다. 서비스 이용신청, 이용도중의 불편사항, 활동보조인 신청, 실시간 결제 오류 등등... 몇 번의 전화 통화를 하고 몇 차례의 방문을 통해서 이용자와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면 귀가 울리거나 머리가 멍해 질 때도 있다. 연결된 활동보조인과의 갈등이 있는 이용자, 서비스 신청을 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록 서비스 연결이 되지 않는 이용자들과의 상담을 하고 나면 더욱 그러하다.

활동보조서비스가 들어온 이후 재가 및 지역복지 사업을 진행하며 다른 어떤 때보다 서비스 이용자와의 직접적인 만남이 많아졌다. 사업을 하는 방법적인 면도 차이가 있다. 서비스의 계약관계가 분명해 졌다는 점, 서비스에 대한 권리의식의 강화된 점, 복지관을 찾는 고객층의 확대된 점 등이 그러하다. 서비스 구매권(바우처)을 가진 이용자와의 계약서 작성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 방식에서 ‘클라이언트’와 ‘고객’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또한 그동안 ‘재가복지서비스’ 이용자를 경제적으로 저소득이면서 위기상황에서 해결될 문제가 있는 대상층으로 보았다면, 활동보조사업을 실시한 후 부터는 경제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이용자 또는 그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활동보조인과 계약된 범위 내에서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서비스 권리를 가진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담당자는 하루에도 몇 차례 ‘서비스 계약 - 제공 - 점검 - 교체 및 종결’과정에 응하고 이러한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덧붙여 활동보조인의 상담과 노무관리 차원의 행정 업무들을 동시에 하다보면 담당자 세 명이 정신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문득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서비스가 이용자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이용자를 의존시키지 않고 삶의 주체로 내세우고 있는가? 이웃 또는 주민들과 맺어왔던 관계를 오히려 해치지는 않고 있는가? 이 사업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장애인의 삶의 질과 자립생활 향상을 잘 달성하고 있는가?’ 등 다양한 고민과 함께 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활동보조사업의 핵심적인 목적은 ‘장애인의 삶의 질과 자립생활 향상’이다. 또한 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니던 일터에 갑작스럽게 나가지 못해 집에만 있는 여성분이 계셨다. 일을 하지 못하니 신체적인 활동이 줄어들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없어지니 우울증도 생기게 되었다. 점점 걸음을 걷지 못하게 되고 집에서 TV만 보고 있을 무렵, 그 분의 어머니께서 이용신청을 해 오셨다. 동사무소에 서비스 신청을 안내해 드리고 나서 한 달 후쯤에 복지관에 활동보조인 배치를 요청해 오셨다. 마침 비슷한 연령대이며 다소 활발한 성격을 가진 활동보조인이 있어서 소개해 드렸다. 그 날부터 같이 산책을 하면서 운동을 시작하셨고 차츰 걸음을 걷게 되셨다. 종교 활동도 같이 하고 복지관에 운동을 나오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만의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한 분은 시각장애가 있는 남자분이다. 혼자 살다 보니 먹는 것도 부실하고 도무지 살림살이가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해 오셨다. 방문을 해 보니 며칠째 하지 못한 설거지 감이 쌓여 있고, 고향에서 보내준 반찬에는 곰팡이가 생긴 채로 냉장고 안에 있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두 번 들여다 볼 법도 한데, 알고 지내는 형님이 보름 전에 다녀간 뒤로는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 분에게는 반찬 만드는데 소질이 있으신 가사활동을 잘 하는 활동보조인을 연결 해드렸다. 얼마 후 이용자는 예전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전복죽을 활동보조인이 만들어 주어 맛있게 드셨다며 만족해 하셨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동의 이동보조, 신변처리 서비스는 보호자들의 양육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서비스 점검과정에서 이용자 어머니는 ‘이제야 가정이 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 안에는 분명 여러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서비스를 신청한 이용자 중 많은 이들이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활동보조인 연결이 어려워 서비스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요청한 시간대를 맞추기 어렵거나 기타 요구조건들이 서로 맞지 않을 때 서비스 연결이 지연되거나 불가능 할 때도 있다. 활동보조인들이 힘든 내용의 서비스는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중증의 장애가 있는 이용자의 경우 연결이 쉽지만은 않다. 꼭 필요한 이용자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담당자로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활동보조서비스 담당자(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서비스가 필요한 이용자와 활동을 원하는 활동보조인을 연결하는 것이다. 사실 서로에게 딱 맞는 사람을 연결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몇 차례의 연락을 통해 서로의 요구조건에 맞는 사람을 연결했을 때는 참 뿌듯하다.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과의 관계를 주선하고 그 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활동서비스 담당자와 ‘커플 매니저’의 역할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서비스 이용자는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고 자립의 기반을 키워간다. 삶의 일부분을 같이 해결하고 고민하고 기뻐하면서 이들 모두가 ‘행복한 커플’이 되어 저마다의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일하고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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