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필자
나는 진짜 평범한 사회복지사입니다. 사회복지사 류경훈(신정종합사회복지관)
어느덧 우리 복지관에서 일한지 5년째가 되었다. 처음 입사하던 때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내가 이 복지관에서 일을 하게 되면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로 인하여 행복하게 될 것이고 지역사회는 멋있게 변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활동하였다. 다른 사회복지사 보다 더욱 늦게 퇴근하여 업무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였고 기본적인 업무는 어느 정도 익숙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근무하게 되는 신입사회복지사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서비스(프로그램)는 언제나 진행되며 그 사업을 온전히 잘 마칠 수 있도록 일정에 맞추어 체크하고 또 체크했었다. 실적을 맞추기 위하여 홍보도 하였지만 잘 모이지 않아서 여러 번 부탁하여 어렵게 인원을 맞추기도 했다. 마치 내가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나를 조정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던 때다. 프로그램이 나보다 앞질러 가고 있으면 나는 그것을 쫓아가기 위해서 무진장 노력하고 있었으며 드디어 잡게 된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이제 이렇게 해볼까? 라는 생각보다는 “휴~~ 이제 하나 마쳤다!”...... 라는 실적에 대한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서 다시 난 그것을 쫓아가기 위해서 무단히 열심히 뛰었다. 이것은 분명 지역주민 욕구에 맞추어 진행된 프로그램인데 어느덧 프로그램이 지역주민의 욕구를 통제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1~2년이 지났다. 무엇인가 전문성이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사회복지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유사 사람들(레크리에이션을 잘하는 사람, 행정업무를 잘하는 사람,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 등)과 비교할 때 그 사람들에게 내 업무를 맡기면 그들도 잘할 수 있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다음에는 프로포절을 작성하여 당선이 되고, 그 업무에 매진했다. 지역 내에 정말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라고 생각해서 작성했지만 위와 같은 사이클로 다시 진행하다보니 클라이언트는 문서로 남아있게 되고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맴돈다.
일하는 직장에서는 역량강화, 강정관점은 클라이언트에게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잘 활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여유가 없으면 자신만 바라보게 되고, 주위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든지 자신에게 피해가 없으면 신경을 쓰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이 바뀐다. 법인이 바뀐다. 대체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무슨 잘못이 있기에 혹은 체제의 문제인지 그 변화의 진통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학교에서는 구청과의 관계, 법인과의 관계 즉 원초적인 관계는 가르쳐주지 않았고, 전혀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잘못을 찾는다면 다른 동료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도 여유가 없어 묵묵히 나 자신의 일만 한 죄일 것이다. 이게 바로 이론과 현장의 괴리감인가? 아무튼 이렇게 몇 년을 지내왔으며 그 지독한 외부지원 사업을 수행했던 때 겪었던 일들이다.
프로그램 대상자인 아이들이 밥을 먹어야 하는데 당장 마땅한 장소가 없고, 사면초가 상태였던 때도 있다. 늦은 밤까지 고민하고, 기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다 해보았다. 시간은 점점 절박해졌으며 동료 직원들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면서 조금씩 같이 도와주었다. 그러던 중 늦은 밤에 지역주민에게 전화 연락이 왔었다. 그분은 찾아오셔서 조용히 봉투를 주시며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모았다고 하셨다. 이분들도 어려우신 분들인데... 머리가 멍해졌다. 제대로 말씀도 못드렸다. 단순히 감사한 마음만은 아니었다. 아~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함께하는 것이었다는 중요한 깨우침을 주었다. 이러한 짜릿한 기분은 고생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이고, 그때 나는 피로감이 사라지면서 문서와 내가 하나가 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떠한 것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글을 작성한 것은 아니다. 나또한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직원 혹은 신입사회복지사들을 보게 될 때 더 잘하고자하는 그들의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서로 위로 받고, 어려운 역경이 닥쳐 힘들어도 혼자가 아닌 동료 직원들과 이용자분들과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작성하게 되었다. 현장에 일하는 사회복지사들, 아니 나한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복지를 꿈꾸며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고 격려해 나간다면 보다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사회복지사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