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관은 재밌는 곳
“친구들 여기가 어디죠?”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심리운동실이요!”
“오늘 하루 어땠나요?”
“너무 재밌고, 신나요. 친구랑, 선생님이랑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위의 대화는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우리 복지관 심리운동실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풍경이다. 금요일은 바로 지역사회 내 어린이집, 유치원 등과 진행하는 ‘견학과 심리운동-WITH & JOY'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복지관 심리운동실은 바로 아이들의 천국입니다. 금방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신나게 뛰놀고 선생님,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세상인 것입니다.
아이들의 천국, 심리운동실은 지난 1997년 우리 복지관이 국내 최초로 독일에서 도입했습니다. 장애아동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던 이곳을 2006년부터 지역의 아동들이게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삶(WITH)을 느끼며, 움직임을 통한 즐거움(JOY)을 나누고자 하는 취지로 ‘견학과 심리운동-WITH & JOY'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시작 이래로 2006년 525명이 참가했고, 2007년 624명이 참가했으며, 지난 해에는 18기관의 521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올해에도 일정이 가득 찰 만큼 지역 내 어린이집, 유치원의 호응이 높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주는 의미를 참가한 사람들의 수치로만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직접 와서 보고, 느끼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미소 속에서 장애, 비장애 구분없이 다함께 어울리는 것을 알아가는 아이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장애인복지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장애인복지관이 어떤 곳인지 물어보면 종종
“불쌍한 장애인이 사는 곳이요.”
“아픈 장애인들 돌봐주는 곳이요.”
“못걷는 아이들 있는 곳이요.”처럼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복지관 견학 후 진행하는 한 시간 남짓의 심리운동체험 이후에 아이들은 이마의 땀을 연신 닦으며
“선생님 또 와요.”, “집에 안가면 안되요?.”, “여기 오는 아이들은 좋겠다….”라며 부러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한 시간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복지관에 대한 생각, 장애를 지닌 친구들을 바라보는 마음도 바꿔놓는 것입니다.
이처럼 복지관 견학 담당자로서 심리운동사들과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을 사진에 담고,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아이들에게 ‘장애인복지관이란 재밌고, 함께 하는 공간’ 생각을 전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나와 다른 아이들의 특별한 공간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높이 대화의 아름다움
이러한 보람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심리운동사가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사진에 담으면서 저 또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 깨달음은 사회복지사로 첫 발을 내디디면서 만난 소중한 경험이자, 지금도 다른 이와 만나는 소통의 방법의 첫 번째로 덕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바로 ‘눈높이 대화는 아름답다’라는 사실입니다. 휠체어를 탄 아이에게 비장애아동은 기꺼이 자신의 무릎을 굽히고, 장난감을 건네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진을 찍으면서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미소를 알았고,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음을 알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과 하나를 이루는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방법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의 손길, 심리운동사의 눈, 카메라 셔터 소리를 통해 만난 이 작은 깨달음이 사진을 찍을 때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상대방에 맞춰 눈높이 대화를 하는 것은 단순히 입으로 전하는 목소리가 아닌,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겸손이 담긴 만남의 시작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위해 얼마나 제 무릎과 어깨를 내놓을 수 있는 지 생각해 봅니다.
사진을 받으신 어린이집 선생님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표정이라면서 좋아하십니다. ‘장애인시설에 왜 아이들을 데려가냐.’며 꺼려하던 어떤 어머님은 심리운동활동을 하는 아이의 사진을 보시고선 장애인복지관을 다시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눈높이 대화의 아름다움은 비단 저의 깨달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눈높이에서 담은 사진 한 장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열어주는 열쇠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