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현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팀장

 

 

 

 

 

◈ 자기소개 및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회복지사 권소현입니다. 파워인터뷰 질문지를 받고 첫 질문의 답변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오래전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 때 프로필에 입력한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 그리고 나에 대한 신념, 관계와 소통에 대한 진실을 위함”

 

  저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곧바로 현장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쉼 없이 발로 뛰고 있습니다. 여전히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진정성 있게 누군가를 만나고 위하고 연결하는 일이 신명나는 사람입니다. 처음 7년여 동안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역복지, 가족복지, 학교사회복지 경험을 토대로 사회복지사로서의 기본기를 다지며 성장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즈음 기관의 배려로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하여 현장에서의 갈증을 해소하며,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과 책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복지사는 진정성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전문가여야 한다는 김종해 교수님과의 세미나 수업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정체성을 찾아가던 중 강남구에서 설립한 국내 최초 장애인 문화예술특화 복지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장애인식개선사업, 발달장애인 청소년과 비장애 청소년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담당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벽을 끊임없이 직면했었고, 또한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통합에 관심을 가지던 터였기에 장애인복지관에 과감히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개관멤버로 입사하여 문화사업팀, 지역복지팀, 가족지원팀, 사례지원과, 권익옹호팀, 기획운영팀 등 약 14년을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장애당사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실천현장에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2022년 6월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개소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촘촘해져 가는 장애인복지와는 달리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2023년 2월부터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 대한 소개와 중점 사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는 2022년 6월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조례(2020.10.05.제정)를 근거하여 전국 최초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되었습니다. 서울특별시가 설립하고 (사)DTS 행복들고나가 수탁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6월 22일에 개관 1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 센터는 ‘경계선지능인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 실현을 위한 평생 동반자’를 비전 아래, 경계선지능인의 사회지원망 구축과 평생교육을 통한 자립능력 향상을 위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계선지능인의 꿈을 평생 밀어주는 센터”의 의미를 담아 ‘밈센터’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참여자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센터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 힘드시다면 편하게 ‘밈센터’로 불러 주셔도 됩니다!

  중점사업은 경계선지능인 선별·발굴 및 실태조사, 생애주기별 맞춤형 평생교육, 정서지원, 자조모임, 직업능력개발, 가족·종사자 교육, 인식개선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가 맡고 있는 자립지원팀에서는 사회적 지원을 위한 통합지원망 구축, 청년 직업역량 개발, 자조모임, 경계선지능 전문가 양성, 인식개선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밈센터 사업운영 체계도

■ 추진사업

<참조: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홈페이지 사업안내>

 

 

◈ ‘경계선지능인’ 생소한 단어인데요, 느린학습자와 다른 용어인가요? 또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경계선 지능인’은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나요?

 

  경계선지능인이란 비장애인과 지적장애 사이의 지능을 가진 이를 의미하며 한편으로는 ‘느린 학습자’ 등으로 불립니다. 표준화된 지능검사 기준 지능지수 70-79점이거나 DSM-Ⅳ(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기준 71-84(표준편차 –1과 –2사이)에 해당하며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지능력으로 인해 학습능력, 정서적 어려움,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소속되어 있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말합니다.

 

 

  현재 경계선지능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고, 국내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습니다. 지능지수 정규분포도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3.59%, 지적장애인의 6배, 학생인구 72만명(학급당 3~4명, 학생수 25명 학급기준), 20-29세 청년인구 9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KESS 교육통계서비스_2022년 학년별 학급수 및 학생수,통계청_2021년 인구주택조사>

 

  올해 밈센터에서는 연구과제로 ‘2023년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현황 및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밖에도 경계선지능인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 경계선지능인 지원을 위한 조사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공유할 예정입니다.

 

 

  경계선지능인은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기억력·언어발달이 부진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도 떨어져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생애주기별 겪는 어려움은 인지적 문제 + 정서적 문제 +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학교 부적응, 학업중단, 또래 괴롬힘 가해 및 피해, 취업 및 경제활동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밈센터에서 만나는 분들도 자녀가 경계선지능임을 알게 되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는 부모님, 새학기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학교에 가기 싫다는 중학생, 학교에 가면 잠만 잔다는 고등학생, 학창시절 왕따와 학교폭력으로 지금까지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는 청년,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 아무런 사회활동이나 직업 경험이 없다는 청년,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은 할 수 있는 게 없어 좌절과 실패의 경험만 있는 청장년 등 생애주기별 공통적인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 ‘경계선지능인’을 위해서 사회의 어떤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2020년 10월 서울시를 시작으로 지역별 지원 조례 등이 제정되고 있고, 올해 4월에는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6월에는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사회적 이슈와 관심으로 민·관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어 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중심의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마련될 수 있도록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체계적 지원체계를 위한 명확한 규정과 합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더불어 경계선지능인의 삶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들을 축적해 나가며, 이를 토대로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생애주기별 다각적 지원이 실행되어야 하겠습니다.

  경계선지능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은 분들을 끊임없이 만나게 됩니다. 제가 매번 부딪히는 벽들은 법과 제도의 부재보다는 사람에 대한 진정성의 부재 그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배제라는 벽이 높고 단단할 때가 많습니다. 누구나 존중받는 사회,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주체가 되고, 서로 자연스럽게 관계하고 연결할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돕는 일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우선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서 만나는 경계선지능 청년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자립지원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업을 차근차근 수행해 나가고 싶습니다. 당사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 점차 확장되어가고, 외부의 기대도 높아 괜시리 마음이 조급해기도 하지만 밈센터 직원들과 천천히 긴 호흡으로 가보자고,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현장에서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하며,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 몸과 마음의 안녕을 잘 챙겨 볼 예정입니다.

 

 

◈ 최근 평생회원으로 가입하셨는데,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故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언제나 든든한 사회복지사의 지원군으로, 동반자로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결같이 애써주시는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심정원 회장님 이하 임직원 분들과 각 위원회에서 이끌어가시는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