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운정종합사회복지관 이정호 관장
◈ 자기소개 및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할머니의 기도로 성장하여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의 권유로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되었고, 공부를 하면서 사회복지에 대해 흥미와 재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사회복지라는 학문은 전 국민이 알아야 하는 상식이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과대로, 부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담임교수님의 추천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추천해주신 복지관(녹번종합사회복지관)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 녹번종합사회복지관에서 27년간 ‘장기근속’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업무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복지관 개관멤버이다보니, 10시 이전에 퇴근한 기억이 별로 없었거든요. 다만, 어느 곳에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동료가 간혹 한명씩 있었지만, 다른 곳에 가도 나와 맞지 않는 유형의 사람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계를 잘 회복합니다. 회복된 후에는 그만둘 이유가 없어 또 다니고, 또 다니고...를 반복하다보니 27년이 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회복지가 좋았고, 복지관을 출근하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의 특기인, 사람을 향한 오지랖이 무궁무진하였기에... 사회복지선배 중 저를 ‘오지라퍼’라고도 부르십니다.
◈ 장기근속자로서 후배 사회복지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꿀팁이나 노하우가 있을까요?
사회복지사로서의 사명이 뚜렷하면 좋겠습니다. 그저 하나의 job으로만 생각한다면,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얼마든지 이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사회복지현장이 급여가 적은 건 사실입니다. 더 나은 사회복지현장의 조건이 될 수 있도록 선배들이 나서서 대변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돌봄’이라는 맥락 아래 생리적인 성으로 볼 때 여성이 많은 사회복지현장은, 누가 봐도 싼 임금에 여성들을 부리고 있음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실천현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후배님들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어쩔 수 없겠지만, 하나의 job으로만 여기지 말고, 사명감을 가지고 더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은 곧 서비스의 질과 비례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건비를 책정하는 측은 공무원이 무슨 기준인양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함께 연대하면 더 나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더 나은 서비스 질을 담보하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 우리 협회 참여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하나를 뽑으면 어떤 게 있을까요?
「힐링캠프」 프로그램입니다. 2012년 1기에 참여했었고, 참여자가 40명이 넘는 관계로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습니다. ‘정적인 팀’과 ‘동적인 팀’ 중, 성향 상 동적인 팀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함께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좋은 관계(서로를 격려하며 걱정하는 관계)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기관에 소속되어있는 직책으로 불리기보다는 동네 친구들처럼 이름을 부르거나 오빠나 언니로 부르며 3박 4일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직책(관장, 부장, 과장)으로 엮여졌다면, 체면가운데 사회복지사로서 힐링이 아닌 피로가 쌓이는 프로그램이 되었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분명한 목적대로 ‘힐링’프로그램으로, 서로 속 얘기도 하며, 본연의 모습을 부끄러움 없이 보여주는, 더욱 더 끈끈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사회복지의 선·후배, 동료들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우리’입니다. 힐링캠프를 주관해주신 서사협에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 관장님께서 사회복지를 실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공하면서 그리고 현장에 근무하면서 늘 듣던 단어중 하나가 ‘존중’입니다. 사회복지의 경력이 쌓이고 쌓일 때마다, 사회복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간존중’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가 약하면 존중하지 않고, 상대가 강하면 존중하는 척 하는 행동은 너무나 미성숙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보면, ‘을’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우리를 향해 ‘갑’질을 하는 상대방의 몫인 것이지 우리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존중의 마음으로 대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존중만 하고 서비스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안되지만, 먼저는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함을 기억하고 사람이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존중’ 자체가 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원대한 목표나 계획은 아니지만, 그저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곳(거주시설이든 생활시설이든)이 “사람 사는 동네 같은 곳”이면 좋겠습니다. 이웃이 힘든 일이 있으면 격려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는 그런 동네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잘 산다’는 말이 경제의 부유함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한 정서가 오가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그런 이웃과 이웃의 디딤돌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경쟁이 아니라 화합하고 연대하는 그런 곳이요. 먼저는 직원들과 화합하고 함께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