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파워인터뷰
윤남 (수어통역사)
◈ 자기소개 및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어통역사 26년 차 윤남입니다. 농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2002년 민간6기 2006년 국가공인 1기 수어통역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현재는 여러분야(정부 및 미디어, 각종협회나 단체 학교)에 수어통역을 하고 있습니다.
◈ 수어통역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일반적으로 농인(보는 사람)과 청인(듣는 사람)의 의사소통 상황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계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농인의 동반자 또는 농인 인생의 벗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농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가까이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사람이 수어통역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관점에서 수어통역사는 전문수어통역사와 행정수어통역사로 구분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전문수어통역사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계자 역할을 담당하며, 행정수어통역사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사회제도 개선과 제반수립 농인이 자유로운 사회참여 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즉 수어통역사는 자신이 있는 자리에 따라 그 업무가 달라진다고 하겠습니다.
◈ 수어통역사 분들의 복장은 항상 검정색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02년 가을 KBS‘사랑의 가족’ 팀에서 농인을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같이 따라다니며 통역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함께 다니는 거라서 평상시 즐겨 입던 가디건(밝은 분홍색)을 입고 갔었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촬영.
아침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촬영 1시간 30분만에 그 친구가 제게 묻더라고요, “너무 너무 미안한데 윤남이 입고 있는 가디건 벗을 수 없어 내 옷을 빌려줄게 눈이 너무 피로해 지금은 네 통역에 내가 집중해야 하니까 부탁이야.” 라고 하더라고요
그 날부터 저의 옷은 검은 색 흰색 네이비 등등 가급적 눈에 피로감이 적을 만한 옷으로 바뀌었고 통역 현장에서도 가급적 검은색으로만 입으려 합니다.
검은 정장 안에 흰색을 입을까 하다가도 그 친구의 말이 떠오를때면 검은색으로 손이 가네요
얼굴의 표정을 잘 보이기 위해 머리도 가급적 다 묶거나 얼굴에 방해되지 않게 하고 의상은 피로감이 적고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선택한 색상이 검은색입니다.. (물론 가끔은 아주 진한 네이비색도 입을 때가 있어요)
◈ 한국수어의 날(2월3일)이 법정기념일로 인정받아 국가 언어가 된지 2년 정도가 되었는데, 이는 현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일컫는다)의 공용어로 인정받게 된 날인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2016년 2월 3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방송에는 수어통역이 늘어나고 농인배우가 화면에 나오는 성과는 좋습니다.
그러나, 농인의 삶 곳곳에는 예전과 다름이 없습니다.
농인이 배우고자하는 학원에는 수어통역사 지원이 되지 않고 대형병원에는 수어통역사가 상주해 있지 않습니다.
변강석 교수님(농인당사자)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1998년에 만들어진 미국드라마 ‘ER’에서 농인자녀를 낳은 부모가 아이를 농인으로 키울지 청인으로 키울지 선택하는 장면에 농인 당사자인 여의사가 부모에게 단순히 아이의 한 쪽 귀의 청력을 복구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농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결정권을 줘야 한다. 라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실제 2011년 미국 의사회에 등록된 대학병원 농인 의사가 단 3명 학교가 믿고 맡긴 결과 2016년 농인의사가 17명까지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 바로 그 언어가 수어입니다.
사회 곳곳에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진정으로 갖게 하려면 농인의 교육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하며 긴급한 의료, 법률관련 문화등 다양한 곳에서 녹아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 곳곳에서 아직 배가 많이 고픕니다.
◈ 그동안 다양한 수어통역을 하셨는데, 어떤 통역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셨나요?
예전에 제가 유아 프로그램(의태어와 의성어가 많은)이 제일로 어렵다고 했었지요? 아마 제가 오만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선생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수어통역사는 백과사전이어야 한다고
모든 통역은 늘 어렵고 저를 긴장하게 합니다.
지금도 카메라를 보거나 단상 위에 서기 전 긴장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예능에서는 언어 유희에 학교통역에서는 전문적 용어와 농인의 발표 그리고 질의응답에 온 신경을 씁니다. 또한 뉴스나 다큐와 같이 시간적으로 한정적인 통역에는 적은 시간에서 빠르고 신속정확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모든 통역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도 하게 되고 자료도 찾아보게 됩니다. 통역은 내가 잘 소화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농인들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보고 내용이 전달했을 때 이해가 되는지 늘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받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어느 기사에 “나이든 현역의 멋짐”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이순재와 윤여정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배우에서는 바로 이 두 분이라면
욕심내어보자면 농인세계에서 수어통역사 세계에서 저도 “나이든 현역의 멋짐”으로 불리우고 싶습니다.
늘 내 자신을 돌아보고 친구들인 농인들과 함께 목표(구체적인 것은 아직^^)를 세우고 우리가 하고 자 하는 바들을 하나하나씩 이루어 나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