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   

 

 

◈ 자기소개 및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 시절에는 야학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야학에서 함께 했던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성수동에 있는 노동 상담소에서 일했습니다. 노동상담소에서 일하던 1987년 여름은 전국적으로 노동운동이 활발한 시기였습니다. 노동 상담소에서 일을 하다가 작은공장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에서 일했습니다.

1997년 말 IMF 경제위기 이후, 1998년 하반기부터 거리에 노숙인들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거리노숙인 상담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거리에서 만난 노숙인들 중에는 IMF로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장에서 숙식을 하던 분들이 주거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온 작은 공장 노동자들도 있고,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거리로 나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분들은 어려운 성장 과정, 낮은 학력, 낮은 월급으로 한 달 한 달 생계를 유지하던 분들로 작은 공장에서 만났던 분들과 같이 한계계층으로 살아온 분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거리노숙인 상담을 하다가 사람들을 피해서 지하도 한쪽 구석에 숨어 있거나 우산 등으로 성을 쌓고 숨어 있는 여성노숙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때 만난 분들은 대부분 정신질환이 있어서 시설의 공동생활을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난 분들이었습니다. 당시에 다른 시설이 있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적고, 정부 정책에서도 여성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원정책이 없었습니다. 갈만한 시설이 없으니 거리노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2004년 3월 문을 열었던 열린여성센터는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있는 여성노숙인들이 입소하도록 하고 이분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열린여성센터가 19년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 열린여성센터에 대한 소개와 중점 사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열린여성센터는 주거가 없어서 거리에서 잠을 자야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여성노숙인 자립을 지원하는 생활시설입니다. 무료로 숙식을 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얻고, 공공임대주택을 얻어서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여성들은 노숙화 과정에서 대부분 부채를 지게 됩니다. 신체적인 건강 뿐만 아니라 우울 등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또는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서 직장을 잃고 노숙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열린여성센터에서는 처음 입소한 분들은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회복에 집중하도록 지원합니다. 건강을 회복하면 소득 활동을 지원하고, 주민등록 복원, 신용회복, 건강보험료 연체 문제 해결, 핸드폰 연체 해결 등 부채를 해결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한 후에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통하여 지역사회에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 올해 아름다운사회복지사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사회복지사 선후배님들이 주는 상이라서 더욱 의미 있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2004년 처음 센터를 열었을 때 서계동 산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분들, 현재의 센터 건립을 위해 힘을 모아주셨던 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1년 365일을 시설을 비우지 않고 함께 하는 센터의 동료들께 감사드립니다. 작은 생활시설에서 일하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을 한결 같이 신념을 가지고 함께 실천했던 동료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저도 열린여성센터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은 열린여성센터를 대표해서 제가 대신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여성노숙인을 보호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하겠습니다.

 

◈ 소장님께서 사회복지를 실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요?

 

  제가 실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1998년 노숙인을 지원하던 초기에는 거리에서 노숙을 금지하는 조치가 발표되면서 기차역이나 지하도에서 노숙인을 쫓아낸 적이 있었습니다. 노숙인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은 후에야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노숙인 시설은 한 방에서 여러 명이 잠을 자는 대형 시설이 있는데, ‘거리 잠을 자는 것보다는 한방에 여러 명이 살더라도 시설에서 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노숙인 시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게 됩니다. 시설에서의 사생활 보호 등에는 관심을 갖지 않게 됩니다. 노숙인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어떠한 곳에서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할지를 중심에 놓고 정책을 수립할 때 인간의 존엄을 고려한 사회복지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는 누구라도 좀 더 질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에도 앞장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에게 정치참여가 어떤 의미일까요?

 

  한 개인의 삶은 정치와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여성노숙인들이 노숙을 벗어나서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숙인 복지정책, 주거지원 정책 등 사회복지 정책이 발전해야 합니다. 제가 일하는 노숙인복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나 국가의 정책이 변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소리쳐 외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의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외쳐야 합니다. 심포지엄, 언론보도, 지역내 활동 등을 통해서 변화를 얘기하고, 정당 활동을 통하여 정당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해서 정당의 주요 정책 방향에 복지국가 정책들이 담길 수 있도록 하고, 현장에서 일한 사회복지사들이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이 되어서 복지행정을 감시하고, 복지정책을 위한 법을 입안하는 활동들이 활발해지면, 우리가 현장에서 함께 하는 분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어느 전문직보다 정치참여를 통한 사회변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탈노숙 실현을 위해 어떤 노숙인 지원 정책이 필요할까요?

 

  탈노숙을 위해서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정책은 공공임대주택 정책입니다. 지금 노숙인들을 위한 임대주택은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 정책에 의해서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서 지원하는 매입임대주택입니다. 최근 공급되는 주택 물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노숙인은 월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60~70% 입니다. 소득이 적은 노숙인 자립의 걸림돌은 주거비 문제입니다.

특히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이 있는 경우 거리노숙인 만성화되어 점차 노숙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만성 정신질환이 있는 노숙인을 위한 서울시의 지원주택 제도가 시행되어 공공임대주택 입주의 기회는 생겼는데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탈노숙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정책입니다.

 

◈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정신질환을 가진 여성 중에서 지역사회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통해서 동료지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3년 동안 역량이 강화된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공간 운영과 동료지원 활동가들로 구성된 당사자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노숙을 경험했던 분들은 대부분 학력이 낮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은 인적자원이 적은 분들이 많습니다. 동료지원 활동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운영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앞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