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종합사회복지관 전재일 부장     

 

 

◈ 자기소개 및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관악구에 소재한 신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전재일 사회복지사입니다. 저는 만 23년 차 사회복지사로, 그동안 세 곳의 사회복지관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처음 일했던 복지관은 중산층 밀집 지역에 위치했는데, 다수의 주민이 중산층인 지역에서 상대적 빈곤과 정말 극히 소수인 저소득층을 보면서 절대적 빈곤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높은 보증금과 월세 부담을 가지면서도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저소득의 주민들을 보면서 주거복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일했던 복지관은 신도시에 새롭게 개관한 복지관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곳이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복지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마을 단위로 복지관 부서를 변화시켜서 아웃리치를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사회복지사의 개인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을 기획했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 공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서울시복지재단 공유복지플랫폼 WISH에 글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일하고 있는 복지관이 신림종합사회복지관입니다. 지난 두 곳의 복지관이 중산층 지역에 위치한 복지관이라고 한다면, 신림종합사회복지관은 오랜 세월 저소득의 지역주민이 밀집되어서 살아오고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한 지난 5년은 저에게는 새로우면서도 도전의 시간이었는데요, 지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 단체와의 연대와 지역의 돌봄 공동체 조성과 활동을 위한 마을 조직화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부장님께서 생각하는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자주 읽어보기도 하고, 교육 자료를 만들어서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 사회복지사 윤리강령 전문에 소개되어 있는 사회정의, 평등, 자유, 민주주의가 사회복지실천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들이 사회정의가 무엇인지, 평등이 무엇인지,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치들은 공부를 통해서 내재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삶에서 그분들에게 필요한, 당연한 권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보장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회복지사 선서에 나와 있는 ‘자유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제가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과 상황에서 제 자유의지가 기꺼이 행동할 수 있는 의지이기를 늘 바라고, 다짐하게 됩니다.

 

 

◈ 세밧사(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활동하시고 계시는데, 부장님께서는 어떤 복지국가를 꿈꾸시나요?

 

  운이 좋게도,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를 알게 되었고,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십수 년을 살아가던 때, 정말 내가 복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현실에서 불공정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 사회복지사로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럴 때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를 알게 되었고, 복지국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복지관으로 출근을 하게 되다 보니,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하철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그분들의 삶에 대해서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분들이 위기에 경험할 때 과연 그분들의 삶을 지켜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습니다. 이 때 생각했던 개념이 에스핑 안데르센의 ‘탈상품화’였는데, 바로 제가 생각하는 복지국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탈상품화’입니다. 그렇기에 탈상품화 정도가 높은 사민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합니다. 직장을 잃더라도, 직장을 나오고 싶더라도, 또는 내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이 보장되는 복지국가를 꿈꿉니다.

 

◈ 신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코로나19 대응 우수사례로 ‘2022 사회복지관 사회재난 대응 서비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였는데요, 코로나19에도 멈춤이 아닌 지속가능한 실천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신림종합사회복지관 수상 소식을 알고 계시는군요. 이번 수상은 모든 사회복지관을 대신해서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복지관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어느 사회복지현장에서도 잠시더라도 멈추고 싶어서 멈춘 곳이 없었고, 또한 결코 멈추지 않고 본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재난이고, 앞서 여러 질병으로 인한 위기를 경험했지만 코로나19는 그 어떤 질병보다 더 어려운 위기를 발생시켰습니다. 처음 발생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결코 긴장감을 놓을 수 없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잠시 멈추고, 비접촉 대면, 온-택트와 같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게 되면서, 코로나19 이전에 우리가 해왔던 일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관의 경우, 복지관 건물 내에서 진행된 이용 프로그램은 대부분 중단되었고, 그동안에 관계해오고 조성해온 마을 공동체, 조직화된 단체들과의 활동도 물리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멈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시락 가방을 들고 1:1로 만난 어르신과 대화를 하면서, 마을에 다니면서 마주치게 되는 주민들을 통해서, 그룹으로 진행되었던 활동들은 소규모로 진행되었고, 밀접하게 대면접촉으로 진행되었던 방법은 안전하게 방역 조치를 하고 만나거나, 온라인으로도 방법을 변경해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발생한 지역의 위기나, 더 어려워진 돌봄의 상황들을 위해서 마을로 더 찾아가는 방법으로 전환해서 실천을 했습니다.

 

  저는 코로나19 이전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실천 경험과 노하우, 또 주민들과의 관계가 코로나19로 잠시 주춤거렸다 하더라도 다시 회복되고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질문에서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물으셨는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관의 역할, 사회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면 할수록, 코로나19와 같은 위험 상황일수록 사회복지사로서 이 상황을 기회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림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유연하고 신속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빠른 의사결정과 권한 위임을 해준 관장님과 모두가 협력해서 위기에 대응했던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최근 평생회원으로 가입하셨는데,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실까요?

 

  2022년이 되면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평생회원 가입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가면서, 나는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어야지만 사회복지사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습니다. 확신 있게 답은 못하지만, 언젠가 사회복지현장에서 은퇴를 한다 하더라도 평생 사회복지사로서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선배님들이 그 길을 보여주시고 계셔서 그분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는 매년 성장하는 협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협회의 활동으로 서울 사회복지사의 권익 향상과 처우 개선이 상당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는 자랑스러운 협회입니다. 저의 바람은 이런 협회의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의 회원으로서 협회를 응원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하나는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에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20대, 30대의 사회복지사들이 복지국가를 공부하고, 자유의지대로 다양한 복지국가 운동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겠지만, 복지국가 운동의 장으로 한 걸음 더 나오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타자’로서 사회복지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동료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현장에 필요한 글들을 써서 공유한다거나, 여러 지침과 매뉴얼을 다듬어서 현장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예를 들면 올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사회복지관 안전보건관리 계획서를 수립과 직원들의 위기대응 실천 가이드북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자료들이 실제 적용 가능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