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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필요로하는 '상호의존'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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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현((주)쿰&도서출판 마음대로 대표)

 

 

 

브라이언 헤어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강한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을 뒤엎는 경쾌한 반란이다. ‘가장 잘 적응한 개체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 모두가 제거되는 게 아니라, 가장 적응하지 못한 자 혹은 가장 운이 나쁜 자가 도태되고 충분히 훌륭한, 그래서 서로 손잡고 서로에게 다정한 개체들이 살아남는 것’이라는 최재천 교수의 해설이 이해를 돕는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런슨의 ‘직소모형’을 소개한다. 직소모형은 한 모둠 내 각각의 구성원에게 정보 일부를 전달하고, 서로 협력하여 조각을 맞추는 방식으로 정보를 완성하는 상호의존적 수업 방법이다. 모형이 나온 배경에는 1970년대 미국의 인종통합 교육이 있다. 인종통합 교육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교사의 일방적인 전달방식, 경쟁구조, 학습자의 다른 학습환경과 학습능력에 원인이 있었다. 에런슨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교육 설계를 시도했다. 한 인물을 선정하여 일대기를 나눠서 맡기고 발표 후에 시험을 보는 방식이다. 학습력이 뛰어나고 반에서 주도권을 가진 백인 학생이 처음에는 다른 인종 학생을 무시했지만, 차츰 다른 인종 학생의 발표에 귀 기울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용을 습득하지 못하고 당연히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상호의존성’ 설계에 있다. 쉽게 말하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인간에게 돌봄은 선택과제가 아닌 필수과제다. 돌봄으로 생존하고 생존을 이어간다. 그런데 공기와 물처럼 인간에게 가장 기초적인 요소인 돌봄이 왜 이렇게 소홀하게 되었는가? 이유는 돌봄의 모양은 유지하되 내용을 부실하게 만든 데 원인이 있다. 상호의존성을 뺀 돌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방적 의존을 만드는 돌봄, 복지, 경제, 정치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류의 유례 없는 풍요에도 인간을 소외시키고 불행이 만연한 사회로 만든 이유다. 반대로 생각하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상호의존성을 회복해야 한다.

 

 

복지는 어느 분야보다 먼저 상호의존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주는 자와 받는 자는 무너진 상호의존성의 상징이다. 이 구조에서는 돌봄이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복지실현이 어렵다.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깨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영국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래디컬 헬프’가 지적하는 핵심이다. 관계의 밭에 심지 않는 어떤 노력도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줄 것인가? 얼마를 줄 것인가? 어떻게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상호의존성이 없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전달하든지 주는 사람이 주체가 된 일방적 복지만 남는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상호의존성을 높일 것인가? 답을 내기 전에 충분한 생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조건’에서 한나 아렌트는 강조한다.

 

 

“이는 명백히 사유의 문제다. 사유하지 않음, 즉 경솔하고 무분별하며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하찮고 공허한 ‘진리들’을 자기만족을 위해 되풀이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뚜렷한 특징처럼 보인다. 여기서 나의 제안은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 p82

 

 

반세기 전 우주 탐사 시작으로 상징되는 현대 과학의 발달과 급속한 사회변화에 아렌트는 함께 생각하자고 말한다. 코로나 19로 사회 발달이 정체되는 듯하지만 기술적용에 있어서만큼은 많게는 10여 년을 훌쩍 앞당겼다. 세계 초일류 기업도 일 년에 사활을 거는 양상이다. 사회복지도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19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한 해를 계획해야 한다. 빈곤과 같은 누적된 문제에 사회적고립, 불평등, 기후위기와 같은 새로운 사회문제가 더해진다. 무작정 변화에 맞추기 전에 한나 아렌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자. 생각하되 공허한 논쟁과 자기만족을 위한 생각을 버리고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보자.

 

 

올해 사업에서 어떻게 하면 상호의존성을 높일 것인가?

어떻게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경계를 넘어 서로가 필요하게 만들 것인가?

보고서, 평가, 일지에 집중된 에너지를 어떻게 상호의존성으로 전환할 것인가?

 

 

브라이언 헤어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치밀한 계획, 관리자의 전폭적 지지, 정책 자원의 확대, 실무자의 역량이 높은 기관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기관이 살아남는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말이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복지는 없다. 컴퓨터 키보드와 잡은 손을 사람에게로 내밀 때이다.

 

 

본 게시물은 서울시복지재단 공유플랫폼 WISH와 글쓴이의 허가를 받아 게시하였습니다.

출처: http://asq.kr/yurTlq9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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