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시대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정체성
이용우(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세계가 이제는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는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의 주장이 현실감 있게 다가올 정도로 말이다.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는 ‘사회복지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우리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해묵은 질문을 다시금 꺼내 놓았다. 이는 환경 속의 실천이라는 사회복지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사회복지실천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환경의 변화는 우리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 변화 및 확장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확산과 억제의 반복은 일반 시민의 일상뿐 만아니라,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도 이전에는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부 생활시설은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경험하였으며, 이용시설의 대부분은 휴관과 운영 재개의 반복 속에서 언택트 서비스 제공의 일상화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가져온 변화 속에서 사회복지실천의 나아갈 방향 모색을 위하여,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는 서울지역 사회복지종사자를 대상으로 뉴노멀시대의 사회복지사 역할, 업무 및 실천가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사례관리자’와 ‘중개자’의 역할이 사회복지사에 대하여 가장 기대하는 모습이며 동시에 현재의 사회복지사 모습에도 가장 가까운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사회변화 대행자’와 ‘전문가’ 역할은 사회복지사 모습에서 가장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더불어 사회복지 실천가치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탐색하였는데, 서울시 사회복지종사자는 사회복지의 다양한 실천가치 중에서 ‘인간존엄성’과 ‘비밀존중’의 가치를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실제 업무에서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뉴노멀시대를 맞이하여 가장 중요해질 것으로 인식하는 실천가치로는 ‘IT 및 소셜미디어의 윤리적 사용’을 지목하였다. 반면, ‘연대 강화’와 ‘사회정의와 평등’의 가치는 중요성과 실제 업무반영도 모두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의 사회복지는 사회복지사 역할과 관련하여 여전히 미시적 실천을 중요시 또는 강조하는 경향 속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조직하는 사회복지사의 거시적 역할에 대해서는 기대수준도 낮으며 실제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았다. 그러나 뉴노멀 시대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많은 문제와 위험들은 사회복지실천의 미시적 노력만으로는 효과적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단순한 병원체가 아니라 인류를 아무 대책 없는 상황 속으로 빠뜨린 사회 시스템이기 때문에(Žižek, 2020), 뉴노멀 시대의 사회복지실천은 근본적 사회 변화와 개선을 위한 거시적 차원의 노력과 개입을 포괄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변화 대행자’와 같은 사회복지사의 거시적 역할에 대한 체계적 강조가 사회복지 교육과정과 실천현장을 통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사회복지 실천가치의 측면에서도 ‘소셜미디어의 윤리적 사용’ 또는 ‘비밀보장’ 같은 기술적 또는 미시적 가치에만 편중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정의·평등·연대와 같은 소위 거시적 가치와의 균형적 강조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영어의 재난‘disaster’는 그리스어원에서 출발하는데, 어둠 속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별(astros)'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불확실, 어둠, 혼란의 상황일수록, 우리는 근본적 원리 및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즉 혼돈의 뉴노멀 시대 사회복지실천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별(astros)'로서, 사회정의, 평등, 연대와 같은 사회복지의 기본 가치에 다시금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뉴노멀시대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정체성 정책토론회(2021.12.13.)
아직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전염병의 종식과 더불어 예전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고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동물로 알려진 박쥐 1종당 약 3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구상에는 약 1,200종의 박쥐가 서식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으로도 그와 같은 기대와 희망의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오랜 기간 자연과 지구환경에 대한 자본주의적 착취와 남용의 결과임을 고려하면, 뉴노멀 시대는 우리에게 전체 사회 시스템과 인류의 생활방식에 대한 근본적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음이 자명하다. 이제야말로 우리 사회복지사가 인류 사회를 위해 우리의 진정한 소명과 역할을 다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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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시대 사회복지사의 역할 정책토론회 다시보기
◎ 개회
- 00:23:02 / 오프닝
- 00:23:44 / 인사말 : 심정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 00:26:47 / 좌장 인사 : 서동명 정책위원장(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발제
- 00:30:55 / 이용우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00:59:28 / 장연진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토론
- 01:31:48 / 김연은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관장
- 01:50:14 / 김병익 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02:04:11 / 박정승 구립하계실버복지센터 팀장
- 02:16:12 /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02:21:54 / 종합토론
◎ 주관 :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