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체인력지원사업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우수상]
제목: 너희들이 내게 주는 행복
성명: 윤보영 대체인력 신청자
2년 전 겨울, 내가 현 시설에 입사를 하면서 생에 처음 들어보는 신선한 호칭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어린 아이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스물다섯의 내가 듣기에는 어감과 그 단어자체가 지닌 책임감 때문에 저절로 어깨가 무거워졌다.
나는 어릴 적부터 몸이 좋지 않아 잦은 수술을 해왔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걱정은 “취업을 하면 언젠가 내가 수술을 또 해야 되는데 그때는 어떻게 하지?”였다. 수술 후에는 병원에 자주 가야 되고 대학병원이다 보니 나의 일정을 맞추기가 매우 까다로웠기에 이러한 걱정들을 가지고 일단 취업을 하게 되었다. 취업 후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업무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내가 담당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몹시 행복했다. 여자아이들답게 반짝이는 귀걸이나 예쁜 치마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토라져 있다가도 곁에 다가와 조잘조잘 이야기 해주는 것도, 각각의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가는 것까지 이렇게 함께 생활하는 일상이 재미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서로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가장 많이 걱정했던 그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입원과 수술은 경험상 짧은 기간이었기에 연차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처음에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 후 적당한 휴식이었다. 연차를 써서 수술을 하고 바로 일을 시작한다 해도 내가 나의 건강을 관리하느라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펴줄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퇴사는 아니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려했지만, 이러한 생각들조차 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퇴사를 결정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선생님들께 먼저 말씀을 드렸다. 나를 엄마라고 따르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선생님과 건강이 먼저라며 챙겨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대체인력지원사업이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말씀을 듣고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 사업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최대 연 60일까지 지원되며 유급병가제도임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올해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미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다. 이 사업에 내가 지원을 해도 되는지, 혹시 내가 다른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나의 병가가 동료선생님들께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여러 걱정들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나는 간절했다. 요즘 같은 시국에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겁이 났고, 무엇보다 내가 수술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인력지원사업은 내가 찾던 또 하나의 희망이었다.
병가를 쓰기 전 마지막 퇴근을 앞두고 아이들을 등교시키는데 참았던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아이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울면서 나를 안아주었다. 내게는 첫 직장이었고 아이들과는 첫 정이었다. 아직 아이들과 헤어진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두 달 동안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순간, 자의에 의한 나의 퇴사는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퇴사를 했다면 아마 많은 후회를 했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시기였다. 그래도 나는 이 사업 덕분에 그 누구보다 마음 편안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의 건강 또한 잘 챙길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 두 달 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나 스스로가 더 단단해지고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도 더 깊어졌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휴일이 내게는 설렘이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고 더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기에 하루빨리 그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