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체인력지원사업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장려상]
제목: 대체인력지원사업 파견자로써 보낸 3년
성명: 채송희 대체인력 근무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대체인력지원사업> 파견자로서 보낸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면 수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물론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행복한 기억들로만 채워져 있다.
2018년 대체인력으로 첫 파견되어 간 곳이 노원구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이었다. 그 곳은 생활시설 이용인과, 10시부터 16시까지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체험홈으로 귀홈하는 이용인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기 마련인지 아동복지 일에 종사하고 있었던 나로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한 이용인이 ‘이유 없이’ 나에게 쌀쌀맞게 대했고, 왠지 씁쓸해져서 눈물이 났다. 그러나 아동과 발달장애가 있는 분들과는 똑같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다. ‘이유 없이’ 싫어하거나 배척하는 법은 없다는 것을. 뭐든 이유가 있었다. 다만 그 이유를 나의 시선으로 보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규칙을 지키면서도 발달장애인들과 잘 지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면 분명히 그들도 나를 좋아했다. 중간에 이기심이나 거짓 등 다른 틈이 들어갈 수 없었다. 그들은 순수하니까 내가 순수하게 다가가기만 하면 되었다.
모두가 힘들었을 2020년 끝, 12월에 다시 그 곳에 파견되어 갔다. 아침 10시부터 9명의 작업자들과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고, 그들이 16시에 체험홈으로 돌아가면 2, 3층 생활시설로 올라가서 19시까지 근무를 했다. 작업장에서는 코로나로 모두 간격을 두고 앉아서 일을 하고 마스크도 꼭 썼다. 누가 물을 마시려고 마스크를 벗기라도 하면 다른 이용인들이 빨리 다시 쓰라고 수선을 떨기도 하고,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했다. 유쾌했다.
아이유보다 만화 캐릭터가 더 예쁘다는 청소년이 있었다. 학교에서 스팸세트를 받았는데 구워서 방 친구들과 나눠먹고 싶다며 들고 왔다. 나는 내가 구워서 주는 것보다는 직접 굽게 하고 싶었다. 스팸 캔을 따서 스팸을 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프라이팬에 굽는 과정을 직접 하도록 유도했다. 내가 필요한 도구를 부탁하면 신나서 이쪽 방에서 저쪽 방까지 뛰어서 가져 왔다. 이렇게 구운 스팸을 모두 맛있게 먹었다.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금요일 마지막 날에 생활재활교사분이 “다음에 기회 되면 다시 봬요.”라고 말했고 나도 즐겁게 동의했다.
나에게는 대체인력 경험이 배움의 시간들이었다.
한 시설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2018년에 며칠 근무했다가 1년 후에 다시 갔는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몇몇 발달장애인들이 바로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채송희 선생님!”라고 내 이름을 외쳤다. 1년 만에 다시 들은 목소리를 잊지 않은 것도 충분히 놀라운 일인데, 어떻게 이름까지 기억을 하는지. 발걸음으로도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사회복지시설에 온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 저장소에 기록해놓는 능력이 있었다. 다시 한 번 세상에 태어난 한 사람, 한 사람은 각기 독특한 한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 무한한 기억 저장소에 내 이름을 예쁘게 저장해놓을 수 있도록 선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나는 도움을 주고, 그들은 도움을 받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는 관계로 남도록 노력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