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파워인터뷰
조회 수 81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서울시립영보자애원’은 부랑여성들을 위한 자활 및 보호시설이다. ‘서울시립’이지만 경기

용인시 이동면 묵리 산자락에 있다. 이곳에선 무연고 부랑여성 약 660여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자 대부분이 정신지체, 정신장애 등 중복장애를 겪고 있어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곤란한 사람들이다. 660명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고요하고 평화롭게 보이기까지 한 영보자애원에서 김지연 사회복지사를 만나보았다.

 

 

▲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한 이력을 알고 싶다.

서울여대 84학번이다. 처음 직장은 사회복지기관이 아니었다.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청소년수련관에서 매주 자원봉사 하던 중, 자원봉사 하던 그 기관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고 이후 등촌7종합사회복지관,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상도종합사회복지관 등을 거쳐 청소년수련관을 세팅하고 위탁받으며 일하다가 영보자애원으로 오게 되었다. 대학원은 행정대학원을 다녔는데 사람을 대하는 것이 마음이나 열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 행정대학원의 특성상 대부분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이었는데 그 속에서 설득과 협상, 인간관계의 중요성, 경영마인드 등을 배우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 생활시설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생활시설에 계신 분들은 잔여적 의미의 사회복지에 계신 분들이다. 대상자가 더 약자이고 이용시설에 비해 생활자와 24시간 밀착되어있어 클라이언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생활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은 생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휴먼도구로 사용되어지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보다 더 성숙되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자를 위해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생활시설에 얼마나 좋은 사회복지사들이 근무하고 있느냐에 따라 생활자의 삶의 질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고, 생활자들의 삶의 근간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자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생활자의 생활이 정상화 되도록 일상생활을 지원한다. 일상생활의 정상화가 되지 않게 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러한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체계를 지원한다. 주로 사례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의 실천적인 훈련이 많이 되어 있어야 한다.

 

▲ 생활시설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의 권익을 찾는 것에 있어서 다른 분야들에 비해 적극적이기 어려울 것 같다.

맞다. 권익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고, 삶이 생활시설 안에 완전히 치중되어 있기가 쉽다. 그러기에 다른 분야들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편인데도, 스스로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활동은 다른 분야보다 저조하다. 임금이나 처우의 열악함 등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생활시설에서 종사하는 것을 꺼리기도 하는데, 생활시설에 좋은 사회복지사들이 더욱 많이 오게 하기 위해서는 동일직종 동일임금제도가 실현되어야 한다. 교사로 일하면 산간벽지에서 근무하거나 오지에서 근무하거나 동일한 임금에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사회복지사들도 동일한 급여와 처우수준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거리낌없이 생활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다가 생활시설로 왔는데,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사회복지관과 지금의 생활시설은 연봉이 천만원 정도 차이난다. 뜻한바가 있어 왔기에 연봉 문제로 생활시설에 온 것을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유능한 사회복지사들이 열악한 처우 때문에 생활시설로 선뜻 가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 생활시설에서 근무하는 것에 있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요.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얻을 수 있게 되는 보람도 더욱 클 수 있지만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 근무자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더 낮고, 장애인복지관 근무자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더 낮을 수 있다는 말처럼 가까이 있는 생활자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위험의 덫이 크다. 매일 만나고, 그 속에서 매일 질퍽거리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활시설의 사회복지사는 매일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사회복지사는 수도자로서의 삶 또한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하루 일과를 반드시 돌아보며 그 속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이나 매몰되었던 것이 무엇이었나를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해보는 자기노력이 없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오히려 클라이언트의 변화에 대한 신념을 스스로 접어 버리게 되는 함정이 많은 곳이다. 클라이언트 중심의 시각에서 새롭게 봐야 하는데, 나는 나대로 클라이언트는 클라이언트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면, 합일점을 찾기가 어렵고, 클라이언트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것이 나오기 어렵다. 인간존엄성이 무엇인가, 최선이 무엇인가에 대해 몸에서 피가 나는 듯한 치열한 고민도 때로는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한 고민들이 없으면 사회복지는 단순 직업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이곳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한 감탄과 사람의 순수함 등을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도 부족한데, 자기보다 더 부족한 사람을 돕는다. 하반신 불구인 사람이 식사가 힘든 뇌성마비 가족(김지연 사회복지사는 생활자들을 가족이라고 부른다)을 먹여주고, 서로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들을 읽으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기질적으로 생활시설이 내게 맞는 부분이 있다. 가족들을 대할 때 이들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감정이입이 잘되어 가족들을 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서 좋은 점이 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영보자애원에 첫 출근을 하던 날이었다. 영진(가명,여)씨가 처음 본 나를 반갑게 맞아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그 다음날 노인요양원에 가는데 영진씨가 또 열심히 뛰어오는 것이었다. 영진씨와 반갑게 인사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는데, 갑자기 거짓말 안보태고 눈에서 별이 번쩍하였다. 알고 봤더니, 그 분이 내 뺨을 후려치고, 내 입안에서는 피가 터졌던 것이다.(그 분은 기분이 고조되어 나를 때린 것이었다.) 그 분이 정신과 질환이 심한데, 이곳에서 함께하면서 그분이 변화하는 모습을 봤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약을 먹을 때 마실 물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정신과 질환도 많이 감소했다.

 

그러한 변화들을 보며 클라이언트의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갖지 않고서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왜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료한 해답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것들이 작게라도 변하는 것을 보았다. 이곳 사회복지사들의 문제개입을 통해서 가족들의 삶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작은 변화라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회복지사의 안목도 더욱 중요하다. 세심한 마음 씀씀이를 통해 깨달을 수 있다. 보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 생활시설이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생활시설은 집단시설이지만 어쨌거나 그 사람의 삶의 자리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인간의 개별성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설과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 사람에게 정말 행복한 삶의 자리로 존재하게 해야 한다.

 

며칠 전에 마음 아픈 일이 있었다. 생활자가 한쪽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다. 그 사람이 평소와 다른 것 같아 왜 그렇게 앉아있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분이 혼자 있고 싶어 그런다고,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자 있고 싶어도 혼자 있을 공간이 없는 곳이 바로 생활시설이다. 어딜 가나 사람이 있다. 이곳은 700명이 넘는 사람이 항상 함께 있기 때문에 개인공간이 없다. 사람은 개인으로 존재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생활자들에게 개인 공간 마련이 어려운 현실에서 그 분의 말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그럴 때 가장 안타깝다. 주어진 핸디캡을 인정하고, 이곳에서 최대한 자기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핸디캡 때문에 결핍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핸디캡 역시 특성이 되고, 그 상태에서 그 사람이 진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터전이 되게 하는 것에서 생활시설은 출발해야 한다.

 

늘 사람들이 미래만 내다보는데, 1년 후에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없는 내일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활자가 오늘을 그냥 때우게 해서는 안된다. 오늘이 이 사람의 마지막 순간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기본 바탕으로 서비스가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관리자 중심으로 가면 안된다. 그런 면에서 영보 수녀님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해오셨다. 이곳은 식사시간이 10분만 늦어져도 난리가 난다. 700명이 다되는 사람의 식사를 적은인력으로 준비하지만, 차질이 있을 수 없게 해야 한다.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각자가 맡은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해나가고 있다. 여름에 에어컨도 없다. 생활자들의 공간에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사무실에도 있을 수가 없다. 누가 에어컨을 기증한다고 해도 700명의 전기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식구들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고, 근무자들 또한 에어컨이 있을 수 없다. 이곳은 생활자들이 우선되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 후배 사회복지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사회복지사들이 점점 직업화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에게 있어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는데 직업인으로서의 사회복지사들만 남아있는 것 같을 때가 있어 안타깝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삶에서 좌절, 고비, 기쁨 등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며 그 속에서 그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너무 지나쳐서 그 사람의 삶을 컨트롤하고 싶어 해도 안된다. 또한 그 사람이 포기 하려 할 때 격려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람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 사람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개입할 줄 아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속에 회오리바람처럼 휩쓸려가서 “이것은 기관의 한계야” “ 이 세상을 개혁해야 하는데 왜 개혁되지 않나” 하며 패배의식만 느끼게 될 수 있다.

 

따듯한 마음, 애긍함, 약자를 안타깝께 생각하는 마음이 사회복지사라면 있어야 한다. 가장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우선적 지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직업인의 사회복지사로서 전락해버릴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경험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매 순간 연구하고 더 좋은 방법을 항상 모색하며 일해야 한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주체적으로 일 하다보면 나의 삶에 알곡들이 하나하나 모인다. 그런 과정 없이 ‘내가 선임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하는데... 과장이 되어야 하는데...부장이 되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출세만을 원하면 허깨비가 된다. 사회복지사 하지 말아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

지금은 관리자,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나중에는 현장에서 라인워커로 일하고 싶다. 10년 후에는 현장에서 라인워커로 일하면서 나에게 쌓인 연륜들이 다시 피드백 되어 현장의 클라이언트에게 갈 수 있는 그런 자리에서 일하고 싶다. 노련한 선생님들이 저학년을 맡는 것처럼 현장의 일선에서 정말 그 사람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해우소가 되어주고, 귀가 되어 주고, 같이 웃고 울며 진정한 삶의 동반자, 반려자가 되고 싶다. 어떠한 직책보다는 한사람의 훌륭하고 올곧은 사회복지사로 남고 싶다.

 

▲ 협회에 바라는 점

요즘은 군 사회복지사도 생기고,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회복지사들이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관리체계가 좀 더 면밀하게 이루어지고, 다양하게 생기는 세팅들을 폭넓게 아우르고 끌어들이는 노력이 협회에 필요한 것 같다. 그때 협회의 힘이 더욱 커진다고 생각한다.


  1. 한국장애인시설협회장 임성만 사회복지사

    Date2008.09.23 Views8410
    Read More
  2. No Image

    푸른복지사무소 양원석 사회복지사

    벤처사회사업가 양원석│ 푸른복지사무소 , 「사회복지 브랜드전략」저자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한 이력 98년도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사랑의교회 이웃사랑선교부(교회사회사업부서)에서 간사로 근무했다. 그 후 공항초등학교에서 2년 정도 학교...
    Date2008.09.23 Views10636
    Read More
  3. 서울시립영보자애원 기획실장 김지연 사회복지사

    ‘서울시립영보자애원’은 부랑여성들을 위한 자활 및 보호시설이다. ‘서울시립’이지만 경기 용인시 이동면 묵리 산자락에 있다. 이곳에선 무연고 부랑여성 약 660여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자 대부분이 정신지체, 정신장애 등 중복장애를 겪고 있어 혼...
    Date2008.09.23 Views8148
    Read More
  4. 서울지역자활센터 사무국장 서희정 사회복지사

    서울지역자활센터 서희정 사무국장 질문1. 자활후견기관에 대해서 아직 생소한 사회복지사들이 많다. 자활후견기관은 언제 생긴 것인지. 한국의 자활지원제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빈민지역운동진영의 생산공동체 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생산...
    Date2008.09.23 Views7939
    Read More
  5. 프리랜서 유경 사회복지사

    1. 사회복지사로서 노인복지를 하게 된 계기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CBS 아나운서로 근무하면서‘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때 어르신들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르신들의 내리 사랑에 매력을...
    Date2008.09.23 Views11049
    Read More
  6. 신길종합사회복지관 박철상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 파워인터뷰 신길종합사회복지관 복지1팀장 박철상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가 된 계기가 있다면 부모님의 권유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여 전공했지만, 처음에는 사회복지사로 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노인병동의 원무파트 일을 하던 중 사회복지...
    Date2008.09.23 Views1057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