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사회복지인물사' 출간 배경 의미
김범수 교수(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 초대 • 2대회장(2016~2019)
서울시 역사박물관에 세워진 비석에는 "오늘 우리는 이 땅에서 살다 간 수많은 사람의 어깨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사회복지 분야의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쌓아놓은 결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고, 필자의「초창기 사회복지인물사」 공동체, 2019(이하 인물사) 역시 다음과 같은 계기에 의해서 집필이 시작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2012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창립 60주년을 맞이하여 「60년사」 집필위원회에 참여했던 필자는 역대 18명 회장단의 인물사를 기록하게 되었는데, 미처 A4용지 반 페이지를 작성하지 못하고 끝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종원고를 제출하면서 무려 6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사회복지협의회가 역대 회장에 관한 발자취를 충분히 기록하지 못한 채 아주 간략한 기록만을 남겨야 하는 저간의 사정이 안타까웠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역대 회장에 대한 인물사의 기록은 물론 다른 사회복지 직능단체와 초창기 사회복지시설에 열정적으로 근무했던 선배들에 대한 기록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을 살펴보면서 부끄러움이 앞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그때 영국과 미국 및 일본의 사회복지선구자들의 인물 역사를 살펴보니 꽤 많은 자료들이 검색되었고, 그 자료들을 읽어보면서 초창기 사회복지계에 헌신한 인물의 생애사를 집필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본격적인 집필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발간하는 복지저널에 2013년 1월호부터 햇수로 5년여, 50명의 복지선구자를 발굴해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복지인물사 추천은 1차로 각종 직능단체 협회에서 추천을 받고, 2차로 사회복지역사연구소에 구성된 인물사선정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복지선구자의 생애사는 크게 세 가지였는데, 첫째는 성장배경, 둘째는 사회복지사업을 하게 된 동기, 셋째는 주요업적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가능한 한 팩트 중심으로 기록하고 집필자의 의견은 달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사회복지인물사」의 1장은 아동•청소년복지 분야로 1905년 경성고아원을 설립한 이필화 외 13명, 2장은 장애인복지 분야로 훈맹정음을 창안한 박두성 외 17명, 3장은 모자•여성복지 분야로 1952년 성심모자원을 설립한 한봉녀 외 3명, 4장은 부랑인•노숙인복지 분야로 목포 애중원을 설립한 이방호 외 1명, 5장은 노인복지 분야로 경주나자레원을 설립한 김용성 1명, 6장은 사회복지행정•NGO 분야로 조선사회사업협회를 설립한 전예용 외 3명, 7장은 의료사회사업 분야로 부산 청십자사회복지회를 설립한 장기려 외 1명, 8장은 1953년 중앙신학교(현 강남대)에 사회사업학과를 설립한 김덕준 외 3명까지 총 50명을 인물사에 게재하였다.
필자는 이들이 초창기 사회사업•사회복지사업을 하게 된 동기와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열악한 여건을 딛고 고군분투한 선배들이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갖고 사회사업에 앞장서기까지 겪어낸 여러 가지 고통과 온갖 역경을 극복해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복지선구자가 된 것이다. 이 책 페이지마다 기록된 한 분 한 분의 선배님들은 그야말로 구한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이후 정치·사회적인 격동기를 거치는 가운데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운 엄혹한 시절을 잘 극복해낸 인물들이다.
사료(史料)를 구하고 정리하던 중 가장 감동스러웠던 사례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전후 초근목피로 살아가던 시절 풀먹인 삼베옷을 씹으며 허기를 달래며 지냈다”라는 얘기를 기록할 때 가슴이 먹먹해진 일이었다. 이른바 역사연구란 지난 시대에 남긴 기록물, 무덤 속에 갇혀있는 자료를 파헤쳐 발굴하여 기록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2013년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복지선구자 칼럼은 2017년 2월 마지막 원고를 마감하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7년여 만인 2019년 2월에 드디어 초창기 사회복지인물사(공동체)는 한 권의 저서로 발간되어 세상에서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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