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소개와 지금까지의 발자취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구상입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정신건강과 자살대책 분야에서 약 23년간 종사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보육원 원장’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선생님은 “아 사회사업가”라고 하셨고, 어린 마음에 보육원 원장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왜 사회사업가라고 할까라는 마음에 살짝 불편감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 분야에서 23년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보육원 원장은 아니지만 사회복지의 한 분야에서 지금까지 일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어린 시절의 꿈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늘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 부센터장님께서 사회복지사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회복지사마다 관점이 다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를 위한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저는 두 가지 정도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좋은 슈퍼바이져를 만나 수행한 업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슈퍼바이져가 없다면, 결국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수행하는 업무의 효과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연구 및 분석 방법에 대한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하는 업무에 근거에 기반한 확신이 있다면, 일도 즐거울 것이고 성과에 대한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강사로 오랫동안 활동하셨습니다. 강의하게 된 계기, 강의하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담당자, 수강생과의 에피소드 등)이 있으신가요?

 

보수교육을 하면서 오랜만에 지인분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보수교육이 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또한 협회를 통해 보수교육 평가를 전달 받게 되는데, 많은 선생님들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고, 전문성이 느껴진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평가와 관련하여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하면, 평가 내용 중 ‘강사의 옷이 너무 어둡다’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이에 자극 받아(?) 하늘색 자켓을 구매하기도 했는데, 그 이후 보수 교육 강의때마다 항상 그 옷을 입었고, 교육을 받으신 선생님들께 하늘색 자켓을 구매하게된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며 즐거운 교육 시간을 만들어 가기도 했습니다.

 

 

◈ 중앙심리부검센터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부센터장님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자살 대책은 크게 사전적 예방(Prevention), 개입(Intervention), 사후개입(Postvention) 세 영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이 영역 중 사후개입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자살로 사망이 발생하면, 가족이나 지인, 동료, 서비스 제공자 등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데, 이 때 건강하게 애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족으로부터 자살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심리부검면담뿐만 아니라 자살사망자의 경찰 수사기록 분석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근거 중심 자살예방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대내외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 센터에서 일하시면서 어려웠던 점 또는 기억에 남는 좋은 경험이 있을까요?

 

극단적인 고통에 있는 유족분들과 만나서 3~4시간에 걸친 면담을 진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한 유족분들은 슬픔과 애도의 고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 분이라도 더 서비스를 받게 해 드리고 싶지만,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몰라서 오랜기간 혼자 마음 아파했다’는 유족분들의 말씀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일은 ‘우리를 위해 너무 신경 써준다’, ‘우리나라에 이런 서비스도 있고 선진국이 다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신 유족분들이 있으셨는데, 우리의 노력과 헌신이 유족분들을 감동시키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자부심과 긍지를 많이 느끼기도 합니다.

 

◈ 자살예방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경험이 지금 센터에서 일할 때 어떤 도움이 되나요?

 

지금까지 제 경험을 정리해보면 정신의료기관을 포함하여 정신건강분야에서 약 12년, 자살대책에 11년간 몸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과 아이디어는 정신건강분야와 자살대책분야의 경험이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인 어려움으로 잠시 접어두었던 아이디어가 어느 순간 좋은 아이디어로 인정되고 실제 사업으로 전개되는 모습을 볼 때, 현재의 고민은 미래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가면서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 동료사회복지사들 중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살예방 전문가로써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 스트레스 해소, 자살방지를 위해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영국 정신건강 분야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의 약 85% 이상이 서비스 제공자의 죽음으로 상실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내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는데, 그 비결이 무엇인지에 묻는 추가 질문에 ‘동료가 큰 힘이 되었다’가 가장 많았다고합니다. 사회복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야임에는 틀림없고, 이를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지 않으면, 그 다음으로 소진이 우리를 엄습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분께 늘 말씀하시던 ‘힘들 때 말씀하세요’는 그 분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복지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행동강령”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내 동료라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고, 힘들 때 그 고통을 함께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향후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사회복지사로써 걸어가야 할 시간보다 걸어온 시간이 2배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은 앞으로 10년이 조금 더 남은 시간 동안 자살예방뿐만 아니라 유족분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더 매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외국 자살예방과 사후개입에 대한 좋은 사례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제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제가 시대가 원할 때, 제가 고민했던 것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고민을 지속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