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용과 사회복지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정말 빠르게 디지털세상이 왔다. 이제는 곳곳에서 무인 편의점을 만난다. 식당에 가도 무인화 단말기로 음식을 주문하고, 금융 거래와 상품 주문도 스마트폰으로 진행한다. 어디를 갈 때도 지도를 검색하고, 필요한 정보 대부분을 인터넷 검색으로 얻는다. 어느새 우리는 디지털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 속에 있다.
코로나19도 디지털화를 촉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지만 사회적 관계는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복지기관들이 대면 활동이 어렵게 되자 디지털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전환했다. 필자가 속한 시민단체도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대부분 활동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운영위원회, 회원 독서모임, 연구세미나, 월례 정책포럼 등이 줌을 통해 이루어지고 심지어 1인시위, 복지국가 촛불, 샤우팅대회 등 현안 대응 활동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활동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거꾸로 공간적, 물리적 제약이 없으므로 회원들의 참여가 훨씬 넓어졌다. 이전에는 수도권에 사는 회원들만이 모일 수 있었던 활동에 전국에 있는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한번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니 활동에 수반되는 실무도 대면행사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단체 활동에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져준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반의 관계가 넓어지는 만큼 여기에 접근하는 제약들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디지털 기기의 확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디지털 사용 숙련 등을 요구하며, 나아가 온라인 소통 문화에도 익숙할 것을 요청한다. 특히 디지털 소외 혹은 디지털 약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디지털 포용’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다.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고령자 집단 등 취약집단을 만나는 복지기관에선 더욱 그러하다.
디지털 소외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가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다. 디지털 기기 ‘접근’, 디지털 기기 이용 ‘역량’, 인터넷 서비스 ‘활용’의 세 요소를 종합한 지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매년 수행하는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의하면, 2020년 일반 국민을 100으로 할 때, 위 4개 취약집단의 평균은 73%에 그친다. 이 중에서 스마트폰의 보유 등을 의미하는 ‘접근’은 89%에 이르나 ‘역량’은 60%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으나 디지털 기반을 온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주로 만나는 사람이 바로 위 취약집단이다. 앞으로 복지기관들은 프로그램 신청, 참여, 활용 등에서 디지털 기반을 확장해 갈 것이다. 저소득계층, 고연령층 등 디지털 약자를 위한 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실태조사에서 확인했듯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는 디지털 역량 강화이다. 이제는 금융, 소비, 교통, 문화 등 모든 일상생활이 디지털 기반에서 이루어진다. 복지기관은 프로그램 제공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 지자체도 여러 디지털 배움 프로그램을 운영하겠지만, 이용자와 직접 관계를 지닌 복지기관들이 효과적인 배움기관이 될 수 있다. 이때 역량 강화는 단순히 기술적 교육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정보와 주제의 편협성을 경계하도록 해야 하며, 이웃들과 열린 소통을 위한 문화와 교양 학습도 중요하다.
당연히 디지털화가 대면관계의 소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역사회의 돌봄에서 정서적 관계는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이용자와 지역주민을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하며, 지역사회통합돌봄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러한 토대에서 디지털화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를 더욱 두텁게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어느새 우리 앞에 디지털사회가 성큼 다가왔다. 개인이 태어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형성되는 사회화과정에서 ‘사회’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고, 그 속도는 갈수록 빠를 것이다. 그럴수록 디지털 소외 집단을 위한 디지털 포용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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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복지이슈Today 103호(2021년 10월호) 디지털 포용과 사회복지(서울시복지재단.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