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대표
질문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이진선 사회복지사
답변자: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대표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빈곤아동, 가족과 함께 30년간 민간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지금은 수감자 자녀와 가족을 지원하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 사회복지사로 걸어온 발자취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1992년 시흥2동의 당시 달동네(산동네) 철거지역에 들어가서 7년간 공부방 활동과 한글을 모르는 문해여성에게 어머니학교, 무료진료, 지역주민 조직사업을 하게 된 것이 사회복지를 시작하게된 계기였습니다. 구로구 서울의 맨 끝, 마을버스도 없이 10분을 걸어올라가야 하는 달동네에서 만난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은 제 삶의 방향을 변화시켜주었습니다. 하교 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숙제를 봐주고, 같이 밥을 먹는 삶으로 ‘공부방’(현재의 지역아동센터)을 운영하면서 ‘빈곤’의 문제는 사회구조적 영향이 너무 크고 이 구조적 영향이 빈곤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시에는 사회복지 기반이 없었기에 1995년 사회복지대학원을 입학하여 뒤늦게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현장의 고민은 학업을 통해서 풀려지기도 하고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공부방 운영을 계기로 당시 부스러기선교회(현재.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지역에 와서 어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등 다양한 지역주민조직화 사업을 하였습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간사로 시작해서 사무국장, 사무총장, 상임이사로 23년간 일하면서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하는 것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빈곤아동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들로 학계나 공무원들을 설득하는데 종종 아쉬웠던 경험을 하면서 현장의 경험을 이론화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에 강남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에게 사회적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일자리 사업과 지역아동정보센터(현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 사업 등을 만들고 추진하면서 기업과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함께 일하는 거버넌스(협치)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결식. 빈곤아동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와 지역아동센터, 드림스타트 등이 만들어 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2015년 3월 ‘수감자 자녀’만을 지원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하였고, 좀 더 깊고 전문적으로 수감자 자녀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설립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온 제1기로 선정되어(1차 서류심사, 2차 1박2일의 피티 심사, 3차 현장방문의 엄청난 경쟁력) 3년간 5.2억을 지원받아 안정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3.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세움은 ‘부모의 죄가 자녀에게 미쳐서는 안된다’는 아동인권관점으로 수감자 자녀가 당당하게 사는 세상‘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2015년 3월 서울시로부터 법인 설립허가를 받았습니다.
세움의 core value는 아동중심, 아동권리존중, 관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수감자 자녀의 건강한 성장, 수감자 자녀의 인권옹호, 수감자 자녀를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 확대입니다. 세움에서는 수감자 자녀와 가족의 건강한 성장과 삶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배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배움장학금), ‘틔움’ (긴급생활비를 지원), ‘이음’ (수감자와 자녀 가족을 이어주는 이음), ‘채움’ (수감자 자녀에 안정감과 자신감을 채워주는 심리정서 지원 채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감자 자녀의 인권옹호 사업으로 “Not My crime, Still my sentence”라는 유럽연합의 캣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아래의 내용으로 활동합니다.
(1) 수감자 자녀와 가족에 대한 권리옹호, 인식개선을 위한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2) 아동인권관점에서 교도소 면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국내 최초로 ‘아동친화적 가족접견실사업’을 진행였습니다.
(3) 아동눈높이에 맞는 면회환경, 면회시간을 위해 가족면회권 옹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4)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수감자 자녀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의뢰받아 국내 최초로 시행한 수감자 자녀실태파악을 계기로, 수감자 가족실태와 자녀의 인권침해, 사례연구 등의 꾸준한 조사 연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수감자 자녀 양육자 양육지침을 발간하였으며 ‘수감자 자녀 8대 권리’를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사회적 지지체계 확대와 수감자 자녀가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수감자 자녀 지원을 위한 플랫폼 조직으로 단기 비전을 가지고 국내외 아동인권단체, 수감자 자녀 지원국제연대와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 속에 감추어진 제2의 피해자인 수감자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인권옹호를 위한 사회인식개선, 사회적 지지체계 구축, 실천을 근거로 한 실증적 연구 등을 진행하는 아동복지전문단체인 세움은 2021년까지 대한민국에 수감자 자녀 지원을 위한 플랫폼 환경을 구축이라는 비전과 함께 수감자 자녀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움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시면 세움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자료, 세미나 자료 등을 확인 가능하시며, 유튜브 채널에도 다양한 영상이 있습니다.
4. 수감자 자녀를 위한 사회복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초등학교 5학년의 세미라는 여자아이를 만났습니다. 가정에 어머니는 안계셨지만 세미를 위해 열심히 사시는 다정한 아버지와 함께 할 때 세미는 그저 평범한 5학년의 여자아이였습니다. 아버지는 무면허였지만 가계를 위해 트럭에서 야채를 판매하셨고, 어느날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무면허가 발각될까 두려워 그 자리를 피해버린 아버지는 결국 무면허와 뺑소니로 가중처벌 되어 교도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였습니다. 세미를 돌봐줄 친인척이 없어 세미아버지는 가깝게 지내던 이웃 아저씨에게 세미를 맡기셨고, 결국 세미는 그곳에서 성학대를 당해 당시 제가 일하던 단체의 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제게 세미의 만남은
‘부모의 수감으로 아무죄 없이 남겨진 자녀, 아동들’에게 눈길이 멈추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몇 년전 전국민의 눈물을 흘리게 한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나온 “예승”이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움은 예승이처럼 부모의 수감으로 인해 교도소 밖에 남겨진 아동들을 만나기위해 시작했습니다.
아동복지, 아동인권관점에서 수감자 자녀를 만나는 것은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기억에 남으며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조심스러움, 때로는 감사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저에게는 아동과 가족을 만나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단 한명으로 시작된 만남이 현재까지 124가정을 만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30분 면회를 위해서 아버지에게 가는 16시간이 기다려지는 삼남매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버지의 수감으로 사회적 지지체계가 없는 삼남매 중 큰 누나는 친구집과 찜질방을 전전하다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큰 형은 쉼터로, 막내는 소년원으로 각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삼남매가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아버지 수감 1년 후인 어느 새벽날과 그 이후 2년 뒤 교도소 면회에서 였습니다.
반투명 플라스틱을 사이에 둔 15분의 비접촉 면회는 장소 변경 접견신청을 해야만 30분의 시간 연장을 통해서 접촉면회가 가능합니다. 그 30분을 위해서 아이들은 오전 7시 30분 기차로 출발해 서울역에서 저를 만나고, 다시 2시간을 이동해야만, 드디어 그렇게 보고 싶은 아버지를 만납니다. 그 짧고 아쉬운 면회가 끝나면 아이들은 다시 6시간을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그때는 저녁 11시가 훌쩍 넘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짧은, 그러나 가장 깊은 ‘30분의 시간’을 2년 만에 가지게 되었습니다. 면회를 끝내고 나와서 퉁퉁부은 눈, 채 마르지 않은 눈방울로 울먹이며 제게 한 첫마디는 “선생님 우리 내일 또 면회해요!” 였습니다.
아버지를 만나는 단 30분을 위해 16시간이 아깝지 않은 것이 수감자 자녀의 부모를 향한 그리움입니다. 이 아이들은 아버지와 헤어져 삶의 가장 어려운 문턱을 넘어가고 있을 때 세움을 만났고, 저는 그 만남을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아버지는 이번달에 출소하여 아이들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동안 아이들은 상처가 아물고 단단해지면서 성장했습니다. 세움도 아이들의 아픔을 만나면서 그만큼 단단해져가고 있습니다.
6. 사회복지사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첫 번째로는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너무 먼곳에서 찾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진정성이 기술이나 정보를 이깁니다. 최근의 사회복지현장의 경향을 보면서는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회복지사로서 여러분의 정체성을 채워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와 스킬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여러분들이 만나고 있는 고객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그들이 그것을 스스로 하도록 ‘세워’주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있어야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좋은 사업제안서를 쓰기위해서는 여러분들의 고객을 마음으로 많이 만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30년간 사회복지현장에 있으면서 정부지원(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어찌보면 30년간 제가 했던 사업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들이 직접 할 수 없는 일들을 저희 단체를 믿고 신뢰하여 의뢰한 것이지요. 지차체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는 분들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을 대신하여 일하는 것입니다.
7. 향후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1년까지 세움의 비전은 ‘수감자 자녀 지원을 위한 플랫폼 조직’입니다. 아직까지 사회복지계에서 낮설기만 한 수감자 자녀지원이 좀더 많은 현장에서 실천되고 조직되도록 세움의 경험을 축적하여 복제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국의 수감자 자녀는 연간 54,000명입니다. 사회의 가장 적기에 가장 절실한 0.5%의 아동이며 미래를 이끌어갈 소중한 우리나라의 아동들입니다. 세움의 실천, 옹호, 조사연구, 네트워크를 통해서 각 지역에 수감자 자녀를 지원하는 전문 단체들의 신설을 목적으로 두며, 세움의 경험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문으로 플랫폼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세움은 올해 수감자 자녀의 아동친화적 면접권 보장을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연결링크 : http://govcraft.org/campaigns/82)
여러분의 서명이 세상을 바로 세우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면접권을 만들어 주는 힘이 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