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마을예술복지플랫폼 더창고 김대근 대표
질문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이진선 사회복지사
답변자: 마을예술복지플랫폼 더창고 김대근 대표
1. 자기소개와 사회복지사로 걸어온 발자취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복지관에 있을 당시 제 별명은 ‘유흥 사회복지사’였습니다. 노는 걸 좋아하고 또 아주 잘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업무가 끝난 후 놀다 보니 해가 떠있던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놀았는지 모르겠네요.(웃음)
20대에 워킹홀리데이, 벤처기업 근무 등의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서른살의 나이에 복지관에 늦은 취직을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영업을 하면서 상대방의 저의를 파악하는 일을 하다가 사회복지를 하게 되니 정말 좋았습니다. 치열한 상황이 아닌 사회복지라는 활동 속에서 저 또한 많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복지관에서 10년을 근무하는 동안 커뮤니티 중심, 지역사회 중심, 사람 중심, 수평적 의사소통, 주민을 주체로 삼는 사회복지에 대해 수많은 비전을 제시하였고 그 비전을 완성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학습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놀며 재미있게 토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2012년도에 ‘마을예술창작소 창고’에서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며, 문화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하였습니다. 오랜 현장의 경험을 통해 사회복지사는 규정된 사회복지를 넘어 넓은 세상을 어우르는 좋은 소스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1인 벤처 사회복지사로서 유흥 사회복지사, 문화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 '마을예술복지플랫폼 더창고'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2012년도에 창5동 주민센터가 이사하면서 생긴 공간인 ‘마을예술창작소 창고’에서 마을 공동체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마을예술창작소 ‘창고’는 어떤 특정 대상을 위해 제한된 공간이 아닌 많은 세대가 어울려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다양한 일들을 도모하는 곳입니다. 소수의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공간을 만들기 보다는 주민들의 의견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받아들여 느리더라도 조금씩 우리의 마을문화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모든 마을 주민은 예술가다!”란 표어를 통해 모든 마을주민들이 일상의 삶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바꿔가는 다양한 꺼리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마을예술창작소는 문을 닫았으나, 주민들과의 추억이 아쉽고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마을예술복지플랫폼 더 창고’라는 이름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창고라는 이름은 공간이라는 뜻으로 열린 지향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실제 창동은 조선시대 당시 물류 곡식창고로 사용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향하는 문화 사회복지사, 유흥 사회복지사, 한량 사회복지사 속 가치가 창고라는 공간에 다 들어있습니다.
3. 문화 복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때 ‘YMCA’라는 서클활동을 했었습니다. 여러 학교를 다니며 공연하고, 밤을 새며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고, 연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당시 학교는 1부(일반고등학교)와 2부(야간고등학교)로 나눠져있어 여러 장애물이 있었지만, 써클활동을 통해 함께 문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선입견과 경계가 사라졌고,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 대학교에서도 학생회 문화국장으로서 축제와 밴드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주도하였고, 복지관에서도 처음 맡은 업무로 거리음악회를 기획하였습니다.
또한 이전 벤처기업 근무 경험은 복지 후원 분야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신입시절 복지관 바자회를 주최하여 엄청난 성과를 얻었던 신화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음 바자회는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요. (웃음)
이러한 삶의 모든 경험들이 '사람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통해 그사람을 인생의 주체로 만드는 것: 문화 복지'를 할 수 있는 바탕이자 힘이 되었습니다.
4. 문화 복지사로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많은 것들이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복지관 바자회가 생각납니다.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바자회에서 몇 번이나 큰 성과를 내었지만, 곧 바자회의 불안정한 후원구조와 그 목적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일시적인 후원이 아닌 지속적인 후원과 만남으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바자회 사업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보자' 라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에 골목에서 진행하는 바자회의 특징을 따 ’골목대장터‘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기획하였습니다. 골목대장터 축제 회의는 조직 내 동료들 뿐만 아니라 주민들과도 함께 하였고, ‘마무리 이벤트로 40m의 거대한 김밥말기’ 등의 신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전 과정에서 함께 나누었기에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주민들도, 직원들도, 저도 모두가 만족한 축제였습니다. 축제를 통해 골목을 주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과거의 골목의 문화를 다시 이어감과 동시에. 골목 안에 다양한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조화로까지 이어져 더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둘째는 청년들과 함께 한 문화운동 조직 ‘문화마을’이 떠오릅니다. 문화마을의 골목문화제 활동 중에는 국내의 놀이터를 선정해 지역 문화를 형성하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어느 놀이터에서 담배와 음주을 하시는 어르신들로 인해 지역주민들간의 갈등이 쌓였습니다. 지역주민에게 노인들은 나가줬으면 하는 존재였지만, 노인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공무원 조차도 노인을 밀어내려고만 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이러한 방법이 최선일까?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곧 문화를 통해 그들을 어우르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놀이터에서 마술과 공연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장기를 즐겨두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외국에서 보았던 공원 공용 체크판이 떠올랐고, 그것을 응용해 거대 장기판을 만들었습니다. 박스로 피자 한판 크기의 장기알을 직접 만들고 바인더를 이어 장기판을 만들어, 노인과 아이를 짝지은 '거대 장기대회'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노인과 아이들은 인사를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니 상호 간의 경직된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어르신들은 놀이터에서 음주와 담배를 하지 않게 되었고 지역사회 내 아이들의 보호자의 역할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문화복지를 통해 꾸준한 만남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그것을 잘 청취해서 지역사회의 개발에 반영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5. 향후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에는 도봉예술인 연대모임을 통해 예술인들의 활동을 직결하려고 합니다. 지역공동체성을 조직에 넣어 기존의 전문적인 인식을 깨고 함께 녹아들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주민과 상인이 서로 어우러져 상호보완을 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국립공원 근처 아웃도어 특화매장 거리에 벽화 그리기, 공연 등의 예술활동을 주도해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목표를 설정하고 가는 것 보다 일의 단초를 두고 가는 편입니다. '가다보면 언젠가 닿겠지' 주의로, 현재 여기에 있으니 문화 복지를 하는 것입니다.
관계의 회복은 절대적인 사람의 행복이며 문화예술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이에 좋은 관계를 맺어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로 오고가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사회복지이며, 공공예술이 지향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것들을 활성화하기 위한 터를 만드는 것이 향후 저의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6. 후배 사회복지사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무엇보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으로서의 역할과 규정된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경험하고, 숙련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아가 조직과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별개로 나만의 강점을 통해 가치지향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 가치를 깨닫고, 일터에서 잘 활용하며 업무 환경에서도 문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이 일을 생각만 해도 숨통이 트여." 라고 생각이 드는 일이 있다면 권태로운 업무환경에 큰 활력이 생길 겁니다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다보면 어느 순간 일을 하는 과정에서 울림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느 조직에서는 견뎌내다보면 기회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일터에서 생기를 주는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큰 힘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