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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기술?, 사람들은 왜 기부할까! < Ḭ >

 

 

   20131202 칼럼(정현경 사무국장).jpg

 

 

      정현경 사무국장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이제 막 모금을 시작하려는 단체에 ‘모금’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강의하고 질문을 받는 순간이다. “사람들에게 눈물을 짜내면서 기부하게 하는 방법이나 설득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잠시의 막막한 감정을 걷어내며 대답한 것은 “사람들은 단순히 가슴이 뭉클해서 기부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기부를 하는 여러 이유중에 ‘자비’라는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기부자는 설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금활동가가 가장 빈번하게 하는 오해가 바로 이것인데 ‘어떻게 하면 기부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이다. 사람은 설득할 수 있으나 기부자는 설득할 수 없는 존재이다. 다만 우리는 잠재기부자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사상과 감정, 그리고 경험의 뿌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번 연재에서는 ‘사람들은 왜 기부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인간이 가지는 몇가지의 철학적 사고에 빚대어 풀어나가려고 한다.

 

 

측은지심

선한욕망

경험론

공유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추구

 

 

측은지심

 

 

인간에게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본성(本性)이 있다. 맹자는‘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고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다. 맹자는 성선설에서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가지 마음 즉,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에 대해 이야기 했다. 측은지심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정심이고 수오지심은 자신과 타인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며, 사양지심은 부모나 어른에게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은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다. 이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측은지심이다.

금방이라도 시들어 버릴 것 같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늘어진 몽뚱이가 화면을 가득채우거나 할머니가 힘겹게 끄는 리어커 바퀴에 의지해서 힘을 보태려는 아이의 버둥거림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불쌍해’로 시작된 감정이 바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정심, 측은지심이다. 긴급구호와 같은 형태의 주제들에 기부의 손길이 많이 미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고통이나 결핍을 바로 채워주려고 하는 인간의 마음, 못본체 지나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세상이 아무리 공평하다고 해도 어디서든 불평등은 존재한다. 불평등으로 일어나는 굶주림과 질병은 인간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이‘측은지심’을 기관에서는 가장 많이 모금명분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아동이나 장애인분야를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신’은 정말 위대하다. 인간에게 ‘측은지심’과 ‘기부’라는 두 가지를 주셨으니 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모금’을 할 수 있다는 충분한 명분을 단체나 기관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 주의할 점은 있다. 이런 방법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자꾸 보다보면 사람들은 식상하게 마련이고 무감각해진다. 기부자에게 자비심을 요구하는 것은 한 두 번으로 족하다. 우리가 고민하고 성장한 만큼보다 기부자는 진화하고 발전한다. 그런 기부자에게는‘시대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는 모금의 명분을 주어야 한다.

 

 

선한욕망

 

 

철학자 라캉(Jacques Lacan)은 ‘욕구나 욕망은 모두 어떤 결여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라고 정의했다. 욕구가 단순히 부족한 무엇인가를 얻으면 간단히 충족되는 것인 반면, 욕망은 단순한 충족을 뒤로 연기하면서도 여전히 충족을 지향하는 복잡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강신주 著, 「철학vs철학」에서 인용). 인간의 욕망은 배고픔, 성적(性的), 권력 등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욕망들이 모두‘선’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기부’에 관해서는 나는 ‘선한욕망’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집단에 포함되고 싶어하는 욕망, 변화를 추구하는 욕망, 가진 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욕망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집단에 포함되고 싶어하는 욕망이란 집단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1998년에 IMF(국제통화기금)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행된 ‘금모으기 운동’(참가자는 100만명이고 모은 금만도 80여톤이 된다). 이 모금사례는 국가의 재정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민의 집단적 애국심으로 시작되었다. 다른 사례는 기업에서 행해지는 급여우수리 기부나 일정한 조건으로 가입해야 하는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에서 행해지는 각종 기부와 활동이다. 집단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집단에서 요구하는 실천적 의무나 책임 때문에,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에 기부에 참여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집단의 특성과 조직원의 공통된 성향, 그리고 집단이 추구하는 목적과 일치하는 모금명분을 제안한다면 충분히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변화를 추구하는 욕망이란 채러티(Charity,자비)와 필란스로피(Philanthropy, 박애)의 비교로 설명된다. Charity는 어떤 필요에 대한 일시적인 공급과 충족이라면, Philanthropy는 희망, 긍정을 위한 즉 변화를 위한 지원이다. 인간3은 변화에 대한 매우 강력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공부를 하거나, 돈을 벌거나, 새벽마다 운동을 하는 것은 사회안에서 성장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을 위한 소비행위에서 자신의 변화가 투여된 의미를 찾고자 한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배고픔을 해소시키기 위해 기부하기보다는 그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개발해서 궁극적으로 배고픔의 근본원인을 해소하고 지역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모금명분에 공감하는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정치후원금을 내는 것도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이며, 2011년 11월 30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주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비준무효’ 토크콘서트에서 무려 3만명이 참여해서 3억이 넘는 돈이 모금된 것도 변화를 위한 욕망이다.

 

 

가진 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욕망이란, 한마디로 오블리스 노블리제(Oblige Noblesse)이다. 이것은‘가진자의 의무’로 부나, 권력, 명성을 가진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이다. 나는 이 도덕적 의무를 욕망이라는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려한다. 이런 의무를 실현하는 것은 바로 ‘나’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는 것이고 사회적 지위를 세상에 확인시키기 위한 선한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다. 자산의 50%이상을 기부하는 단체를 설립한 워런 버핏과 빌게이츠의 더 기빙 프레지(The Giving Plede)에 유럽․호주 등 억만장자가 12명 이상 동참하고 확산되는 것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society)의 모델이 꾸준한 성장과 다른 유사조직이 생겨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최고의 고액기부자들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기부가 이 사회에서 유일하거나, 최고이거나, 최초가 되는 것에 대한 매우 강한 욕망을 품고 있다.

 

 

* 다음 호에서는 유혹의 기술?, 사람들은 왜 기부할까! ḬḬ <경험론>, <공유를 기반으로한 공동체 추구> 편이 이어집니다.

 

 

정현경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사회복지 현장에서 모금활동가로 일한다.

사회복지사를 시작으로 기부와 모금이라는 단어가 정착되기 전부터

복지와 자원개발을 어우르고 확대하는 일을 했다.

 

저서로는 『모금을 디자인하라』,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이 있으며,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풀어내는 모금해법을 바탕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 사무국에서는 2013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매월 24~25일 정현경 사무국장의 "사회복지사의 이중고! 모금타파!" 모금기획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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