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최성남 서울시노숙인시설협회장
◈ 서울시노숙인시설협회 회장으로 취임하신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또 큰 일을 저질러버렸군... 어쩌지 하는 심정입니다.
◈ 사회복지사로 걸어온 발자취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생의 오랜 세월을 사회복지사로 살아갈 줄 정말 몰랐습니다. 98년도 늦은 국문학 박사과정을 하다가 아이엠에프 외환위기가 닥쳤고, 노동운동의 연장으로서 실업자를 돕는 활동으로 생각해 노숙인을 돕는 일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숙인들이 알코올문제나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아무런 사회적 대책이 없길래 이 분야에 집중하다가 ... 그래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누군가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치료효과가 같은 것이 생길 수 있구나 하는 것도 배웠고,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거구나하는 점을 깨닫게 되었지요. 이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속도추구와 정신질환은 상극이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정신이 건강하려면 덜 스트레스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러다 5년전에 다시 노숙인 복지영역으로 왔습니다. 정신질환과 알코올 문제로 고난을 겪는 노숙인들의 곁으로...
◈ 서울시노숙인시설협회 회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시설 협회이기 때문에 시설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서 서울시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일이 회원시설들에서 회장에게 바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노숙인복지에 필요한 자원들이 실제 노숙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방향으로 잘 배분되도록 애를 써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서울시노숙인시설협회 회장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원래 무얼 꼭 이루겠다든가 하는 목표를 세우고 살아오질 않았습니다. 그 때 그 때 닥치는 일 가운데 필 꽂히는 일들에 몰두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만성취약노숙인들을 위해 염가의 주거와 서비스가 결합된 지원주거를 제도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노숙인들이 시설에서 사는 일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 내에 주택에서 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제 임기 내에 되기는 어렵겠지요.
◈ 사회복지사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사회복지사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라고 여겨지는데요. 사회복지사는 인간관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의 가장 강력한 실천 도구는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굳은 신뢰관계의 형성, 존중받는 인간관계 경험의 제공, 동료들과 연대관계 등등...
◈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중증의 정신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직원 선발에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 예산사용을 이용인 당사자와 의논해서 결정하도록 한 것,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대학 강단에 서서 당사자 체험을 강의하도록 한 일,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환청 체험을 채록해서 30분 정도의 음성 파일로 제작하여 정신장애 체험 프로그램 “공포에서 공감으로”를 만든 것 등등입니다. 그리고 노숙인 시설에서 노숙인당사자가 주도할 수 있는 인권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한 일 정도가 생각납니다.
◈ 향후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치지 않고 짤리지 않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계속 벌어야 합니다.
◈ 후배 사회복지사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베테랑인가요? 황정민의 명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정치는 사회적 자원을 배분하는 권력을 갖기 위해 경쟁하는 일이지요. 복지는 자원의 평등한 배분이 핵심이니까 복지가 가장 정치적 활동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사회복지사들은 매우 정치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