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립과 사회적 건강1)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1946년에 발표한 세계보건기구헌장(Constitutio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고 병약하지 않은 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이 완전한 상태”라고 정의하였다. 사회적 건강 (social well-being)은 타인과의 관계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로 대표되는 의미 있는 ‘관계’적 자본의 건강을 말한다(Keyes, 1998; Larson, 1993).
팬데믹을 보내면서 사회적 건강, 특히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는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체계조차 없이 고립된 인구가 4.7% 수준이었던 반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1년에는 그 비율이 6.0%로 늘었다 (김성아 외, 2022, pp.64-65). 같은 기간 고립된 청년은 전체 청년 중 3.1%에서 5.0%로 늘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고립에 더 취약하긴 하지만 고립이 장기화될 것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년의 고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김성아 외, 2022, pp.66-67).
외출조차 하지 않고 방이나 집에만 머무르면서 은둔하는 청년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고 은둔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 국무 조정실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청년 삶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나 임신, 출산이 아닌 이유로 방이나 집에서 외출하지 않고 은둔하는 청년은 전체 청년의 약 2.4%로 24만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은둔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홀로 고립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워 도움을 요청하는 은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청년의 고립과 은둔이 새로운 양상의 취약성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늘어나고 있다.
보호 받던 미성년기를 지나 독립된 성인의 삶으로 이행 하는 청년기에 고립은 단순히 사회적 관계의 단절의 문제를 넘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최영준 외, 2023, pp. 16 22). 이들은 신체활동을 덜 하게 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병과 같은 신체 질환을 겪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생산성이 저하되기도 하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소득을 잃거나 사회적 재생산에 참여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기본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정책비용까지 고려하면, 청년 고립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7조 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최영준 외, 2023, pp.31-33).
고립되거나 은둔하는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신체건강이나 정신건강의 회복을 넘어서 다른 또래 청년들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일을 하면서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보통의 삶’이다(최영준 외, 2023, p.14). 우리 사회의 차원에서도 단절되어 잃어버린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은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 최초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청년의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실태조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취약계층으로서 고립·은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도했다는 점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더욱 이 신(新)취약계층인 취약 청년을 지원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청년 복지 5대 과제」의 한 꼭지로 고립·은둔 청년이 회복하고 사회로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 이 포함되었다. 청년이 고립과 은둔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공론화하여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사회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 복지에 기대를 건다.
*관련자료 : Keyes, C. L. M. (1998). Social well-being. Social Psychology Quarterly, 121-140. Larson, J. S. (1993). The measurement of social well-being. Social Indicators Research, 28, 285-296. WHO, (1946). Constitutio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New York, World Health Organization. 「서울특별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서울특별시조례 제8250호, 2021.12.30., 제정)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광주광역시조례 제5282호, 2019.10.15., 제정)
1) 이 글은 「김성아, 노현주, 김기태, 김문길, 안수란, 신영규, 임덕영, 정세정, 함선유, (2022).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모형 개발 연구, 보건복지부, 한국보 건사회연구원」, 「김성아, (2023),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 방안, 보건복지포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최영준, 한은아, 김아래미, 김성아 외, (2023). 청년 고립의 사회적 비용, 청년재단」의 내용 일부를 활용하고 있음.
본 게시물은 서울시복지재단과 글쓴이의 허가를 받아 게시하였습니다.
출처: 서울시복지재단 복지이슈Today1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