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보내고, 11월을 맞으며]
무엇이 우리의 행복을 흔드는가?
10여 년 전인 것 같다. 법인 중간관리자 연수 소모임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여러 이유가 나왔지만, 나는 “행복”을 위해서였고, 어떤 후배는 “성과와 성취감”을 위해 일한다고 대답했던 일이 생각난다. 저마다 일하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는 “행복”을 위해 일한다. 나의 행복과 내가 할 수 있는 공동체의 행복에 기여하기 위해…. 만약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 일이라면 지속할 이유가 없다. 학부 졸업 후 일해 온 지 올해 3월초 30년을 넘어섰으니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이 나는 행복했고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나의 행복과 내가 속한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다. 다른 사람들 또한 여러 이유로 일하고 있겠지만, 난 “행복”을 위해 일하고 살고 싶은 사람이다. 그만큼 “행복”이란 흔하고 식상한 말일 수 있지만, 내게 중요한 말이다.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니 ‘행복’은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설명되어 있고 유의어는 기쁨, 다복, 복이다. ‘행복’의 첫 번째 의미인 ‘복된 좋은 운수’는 노력 이상의 것으로 신앙적 의미나 철학적 의미의 해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의미인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는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개인의 느낌과 판단일 것 같다. 나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은 많았던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렵고 헤쳐 나가기 어려웠던 경우도….
지난 주말 바쁜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자연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집에서 가까운 안산 자락길을 올라 인왕산 자락길을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자연이 무척 아름다웠다. 일을 할 때도 행복하지만, 단풍이 물들어가는 자연을 보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왜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고 힘들까를 잠시 생각했다. 자연 속에 있을 수 없을 마음과 시간과 재정적 여유가 없을 수도 아픈 몸으로 걷기 힘든 분들도 계시리라. 함께 걸어줄 사람이 없어서 나오기를 포기한 사람도 있겠지.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공부했던 의식주의 문제,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는 여러 조건과 아쉬움들도 있겠지.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그 다음날 아침. 잠을 깨고 핸드폰의 많은 문자를 확인하고 믿기지 않는 소식에 무척이나 안타깝고 슬픈 아침을 맞았다. 지난밤과 새벽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가까운 이태원에서 발생하다니…. 사고와 재난은 큰 슬픔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참담하다.
10월 28일 강남대에서 열린 2022 사회복지 공동학술대회“한국사회복지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다 : 지식의 성찰과 재구조화” 라는 주제의 기획세션 발표주제 - 남찬섭교수(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에서 ‘욕구’의 의미에 대한 성찰과 재구조화, 김기덕교수(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에서 ‘실천’의 의미에 대한 성찰과 재구조화 -에 대한 토론을 맡아 함께 하였다. 년 초 일찍이 걸려온 토론 섭외와 흥미 있는 주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락한 토론이었는데, 여러 가지 무리 가운데 함께했지만, 감사한 자리였다. 사회복지실천 중 돌아본 ‘욕구’와 ‘실천’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토론을 하였고, 욕구의 의미를 통해 살펴본 사회복지 대표이론과 ‘사회보장기본법’과 사회적 성격의 의미, 욕구의 정치 등의 개념이 흥미로웠다. 실천에 있어서는 최근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서부지회 관장모임에서 유범상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선배시민과 노년생활’특강의 Labor/ Work/ Action의 개념도 생각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렌트, 마르크스에 이르는 노동과 실천, 일에 대한 여러 개념이 떠올랐고, “성찰성”에 대한 기대, 영국의 사회복지학자 톰슨의 “비판적이면서 성찰적인 실천”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4명의 토론자 중 법정 사회복지시설 현장 소속은 혼자였는데 많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부족한 지식으로 생각을 편안하게 전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학회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실천’의 의미와 ‘실천가’로서의 모습을 돌아보는 귀하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
위기와 위험의 시대 그리고, 그런 사회,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와 위험은 “안전”과 “불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 “안전”이 지켜지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만큼 불행한 사회는 없다. 그런 공동체는 행복하지 못하다. “안전” 하고 서로“신뢰”할 수 있다면 “희망”이 생긴다. 아름다웠던 10월의 끝자락 큰 아픔과 비통함이 머물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의 명복과 유가족, 남아있는 우리 모두의 평안을 기원한다.
11월은 우리 서울 사회복지사들의 공동체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서울사회복지사협회”를 2023년 3월부터 3년간 이끌어갈 리더를 뽑는 선거의 후보자등록과 운동이 시작된다. 2019~2021년 3년간 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은 선거·피선거권이 있다. 또 앞으로 3년후 2025년 선거는 2022~2024년 협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이 갖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야할 사회,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든 그 이유에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함께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회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 참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인간존중”과 “사회정의”가치를 지향하며 살아가는 “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하고, 오늘이 힘들고 아파도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함께 하며 서로 신뢰하고,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성찰하고 나아가는 일에 함께하길 기대하며 기원한다. 이렇게 2022년 10월의 끝자락을 보내고 11월을 맞는다.
<서울시복지재단 김상철 대표 초청 특강 - '민선8기 서울시 복지정책 방향과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