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현장 리더쉽(field leadership)

: 사례관리실천성에 내재된

사회복지 고유역량(固有力量)을 재발견하라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사례관리와 사회복지사>. 소설제목 같지만 근래 사회복지현장의 근황을 살펴볼 때, 이 두 개념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사례관리가 낯선 개념도 아니고, 심지어 오랜 동안 사례관리를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적지도 않건만,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스스로를 사례관리자로 명명하길 꺼리게 되고 현장에서 사례관리를 실현해내기까지 심리적으로 느끼게 되는 '뭔가 부족한 것 같은' 자신 없음, 그리고 자신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사례관리 실무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을 보면 사례관리가 강조되는 현장분위기에 비해 사례관리를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풀어 가야하는 사회복지사가 갖는 부담은 적지 않은 것 같다.

 

현실적으로 클라이언트 문제해결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익숙한 사회복지사들에게 사례관리는 분명 큰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례관리의 실천관점-임파워먼트, 강점관점-은 사회복지 전문관계체계에서 클라이언트가 수동적이어도 문제시되지 않았던 수혜자로서의 지위와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복지주체로 거듭나도록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할 뿐더러 이를 가능케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단순히 문제해결기술이 아닌 클라이언트의 잠재적 역량을 개발하고 이 역량을 일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도전하는, 좀 더 전략적인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례관리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는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여기서의 적극성, 주도성이란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정보력을 가지고 우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대상이었던 클라이언트와 동등한 파트너쉽을 형성할 수 있고, 사례관리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문제를 다뤄낼 수 있는 새로운 참여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탄력적인 지역사회의 지지 기능을 도출해냄으로써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사회복지적인 리더쉽에 관한 요구'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를 '현장 리더쉽(field leadership)'이라 명명하고 싶다. 이제 사회복지사 개개인들에게 충족되어야 할 것은 기존 사회서비스 체계에서의 매개자, 교육자, 서비스 제공자 등의 기능을 넘어서는 리더쉽이다. 이에 본인은 우리의 현장 일상, 즉 사례관리 실천성에 내재된 사회복지의 고유 역량을 모색함으로서 사회복지사들의 현장리더로서의 역할과 실천 방향을 크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복지사의 역량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지향한다.

사례관리는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의 원인보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미래의 대안을 강조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의 문제와 더불어 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과거 고통에 압도되었던 무기력감의 무게와 더불어 클라이언트 스스로 자신을 옹호할 수 있는 기대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례관리 패러다임에 내재된 사회복지사의 리더쉽은 클라이언트와 지역사회가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갖고, 이 기회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둘째,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의 개별적인 특성에 기반한 통합적인 대처역량을 개발하라

사회복지를 실천하면서 지금 당신이 만나고 있는 클라이언트의 3년 뒤, 5년 뒤의 모습을 예상해본 적이 있는가? 혹시 그 때도 클라이언트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에 의존한 채 살아갈 것이 보인다면, 지금 당신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전략을 바꿔야한다. 사례관리의 핵심중 하나는 '통합(統合)'이다. 현장리더로서 사회복지사는 지금 내 앞에 있는 클라이언트가 '앞으로' '나름대로'의 역량적인 생활을 가능케하기 위해서 '오늘' 무엇을, 어떻게 '통합'해내야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례관리에서 통합의 재료가 되는 것들은 클라이언트와 환경 간에 발생되는 다양한 생태체계적인 역동들, 즉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 간의 갈등과 소외, 그러나 이런 문제들 속에서도 꿈틀대는 소통과 상호지지에 대한 욕구들, 그리고 꾸려지지 않은 채 산재되어 있는 자원들과 기회 등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사례관리는 사회복지사의 리더쉽을 통해 이렇게 시공간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자원 역량을 클라이언트 개별적인 특성에 맞게, 각 지역사회 욕구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상호 협력하고, 상호 지지할 수 있는 통합적인 대처역량을 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현장실무에 기반한 사회복지 가치를 이끌어내라

현장 리더쉽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가치'이다. 리더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리더의 행동과 리더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사회복지의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언제부턴가 우리는 사회복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간'보다 가장 최신의 '이론', '기술', '방법론'에 목말라하는 기술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가 뭐라해도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지향은 '인간'이다. 사례관리 역시 그 실천가치 기저에 '인간의 잠재된 역량'을 통한 자기존엄성의 충족과 사회정의를 옹호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축적되는 다양한 인간(클라이언트)에 대한 경험들, 딜레마, 그리고 윤리적 이슈들을 아울러가며 현장에 기반한 지식과 가치(action sensitive knowledge)를 이끌어내야 한다. 교과서속에 박혀있는 사회복지 고유의 가치와 지식을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러한 경험을 다시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새로운 지식과 가치로 구축해 나가는 것,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복지사에게 요구되고, 또한 이미 우리 속에서 뿌리내고 있는 현장 리더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