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들과 함께한 5시간의 값진 선물
감기로 인해 조금 망설였지만 자연과 벗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날씨가 차갑지 않아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함께 걷는 벗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침묵을, 때로는 따뜻함을 물들였다.
초반에 올라가는 길이 나오면서 “난 평지를 걷고 싶다구~” 바다의 볼멘소리를 들었지만 올라가는 힘듦이 평온한 숲을 만났을 때 기쁨으로 변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중간에 연못을 만나기도 했다. 누군가 연꽃 한송이를 발견했고 우리모두 그곳으로 눈을 옮기면서 잘 관리되고 있는 남산 둘레길에 흐믓한 미소가 번졌다.
직장 때문에 늦게 온 무지개를 오랜만에 만나서 기뻣고 우리를 위해 손수 다양한 김밥을 만들어오신 명자샘도 반가웠다. 우리가 슬슬 배고픈 시간 만난 김밥은 빛의 속도로 벗들의 입으로 사라졌고 맛에 대해 탄성이 나왔다.
걷고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난다.
이번의 맛집은 장충동 족발이었다. 너무 긴줄 때문에 아쉽게도 먹고 싶은 맛집을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근처 맛집도 기본은 하는지라 푸짐하게 먹었다. 나는 감기 때문에 잘 먹지 못했지만 벗들이 족발뼈를 들고 뜯어 먹는 모습이 약간 괴기스럽고 코믹하게 느껴졌다. 걷기팀은 먹는 것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이 든다.
감기로 인해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함께 걷은 벗들, 나무, 단풍, 흙, 바람, 새소리, 연못, 연꽃과 함께 존재한 5시간이 나에게는 값진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