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보수교육 특화과정 '자살예방' 후기
나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이다
박진숙 (비젼교실지역아동센터장)
고등학교 3학년 딸을 깨워서 아침을 챙겨주고 강변북로를 지나 봉천동으로 출근하는 나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이다.
20대의 실무자 두 분과 함께 방과 후 아동들의 학습지도와 문화체험, 사례관리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며 하루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다. 올 한 해도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을 받기 위해 일정과 교육주제를 살펴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교육이 있었다. 자살예방 과정! 얼마 전 센터의 의견함에서 죽고 싶어요! 라고 쪽지를 남겼던 아이가 생각났고, 4년 전 안동 가정폭력 쉼터 재식시에 서울에서 거주하는 자살위험자의 자살 시도 전화를 받고 119를 통해서 자살 기도를 멈추도록 위탁한 기억이 났고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잊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변명으로...... 그리고 고민할 겨를도 없이 2일간의 교육일정을 선택했다.
강의 첫째 날, 나 자신에게 일초의 졸음도 허락하지 않았다. 김재영 교수와 동행한 캐나다,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기워진 사제복입고 교육생들을 배려하며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죽음은 실존의 문제라고 외치던 강의, 사회복지 현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intentionality(志向性)을 강조한 중년 교수의 강의는 일생에 단 한번 밖에 들을 수 없는 강의였다. 그분들을 만난 것은 자살예방 보수교육 첫 수강생인 우리만의 특권이었다.
또한 박지영 교수의 자살예방에 대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한 열정적인 강을 들으며 자살 의지자와 우울성향자는 상담으로, 병리적 자살 사고자나 시도자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등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가 소진되지 않도록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We-Network을 통해서 생명공동체를 지향해 나가야 함을 다시 한 번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첫 날 강의를 듣고 오후8시 23분 문자를 날릴 수밖에 없었다. “아픔을 견뎌내며 장난치는 봉천동 아이들 곁에서 새로운 맘으로 두 팔 벌리도록 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지대 박지영입니다. 이렇게 좋은 메시지를 보내주신 선생님은 누구신지요?”
“지역아동센터에서 탄원서도 쓰고 안아주다가 쉰 둘 몸과 맘 힘들어서 고민하던 중 오늘 새힘 얻은 박진숙입니다.” “네, 좋은 피드백 감사드리고, 힘!!! 내십시오!!!”
둘째 날 또한 자살예방에 대한 실제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한 이광자 교수와 전준희 센터장의 강의를 들으며 자살예방에 있어서 살아남은 자(suicide survivor)에 대한 사회복지적 접근의 중요성과 특히 자살예방 수행과정에서의 사회복지사 소진관리에 대한 강의는 그동안 현장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위기 과정을 떠올리게 되었고 위기 개입자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Debriefing과 심리적 부검, 2차적 외상 예방, 수퍼비전등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하였다.
나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서 우울 소견이 있는 아이들을 왕왕 만나고 있다. 자살예방은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비젼교실에서는 마음놀이터라는 미술심리치료 집단을 하면서 학교와 가정에서의 일어난 부정적 긍정적 감정들을 표현하도록 돕고 있다.
“지금 그 자리...... 5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 주세요!”
사회복지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지인들을 알고 나 또한 지쳐가고 있던 시점에서 들은 이 말은 가슴으로부터 목 언저리까지 뜨거운 망울을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었다. 이제까지 받아 본 보수교육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지역아동센터장의로서의 자세를 새롭게 하는 특별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