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서울사회복지사 서비스 감동사례 공모대회 우수상 수상작
더 ? 하 ? 기(더불어 하나 되는 지역사회 만들기)서비스
“기쁨더하기”(신기쁨님의 생신잔치)
박종관 사회복지사
(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사고로 언어와 시각에 장애를 갖게 된 신기쁨님(가명, 시각장애1급). 보이지는 않지만 TV 소리를 듣는다거나 가벼운 산책 정도는 하던 아들이 이제는 늘 혼자 누워만 있으려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의 한숨은 더 깊어지신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의사표현이 없는 아들의 모습에 서운하신 듯하면서도, 언제나 아들의 곁을 떠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변함없는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노력으로 아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에 더하여 기쁨과 어려움을 소소하게 나눌 수 있는 주변의 평범한 이웃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신기쁨님과 어머니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은 어떻게 챙기셨는지, 신기쁨님의 생신을 함께 준비하는 건 어떠신지, 어머니를 뵐 때마다 하나하나 천천히 여쭸습니다.
이렇게 신기쁨님의 생신잔치이자 어머니와 이웃들이 기쁨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쁨더하기” 서비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주 전부터 틈틈이 신기쁨님과 어머니, 통장님, 지역주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는 실천활동을 했습니다. 생신잔치의 주인공인 신기쁨님께는 혹시 표현이 가능한 비언어적 행동과 소통하기 위해 가급적 어머니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말씀드리고 의견을 여쭸습니다. 지금은 의사표현이 어렵지만 사고 이전에 알고 지낸 친구들은 없으신지, 친인척이나 이웃으로 왕래하는 지역주민이 있으신지, 신기쁨님과 어머니의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좁은 집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셨지만, 나중에는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을 직접 초대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음식은 지역주민과 의논해서 같이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그동안 이렇게 준비해 본 적이 없으니 도우미 선생님과 함께 준비하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존중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생일 케이크를 후원해 주실 파리바게트빵집 사장님, 초대를 위해 어머니가 이웃을 방문할 때 생일 떡을 들고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실 우성떡방 사장님, 과일가게 사장님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드리고 여쭈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신기쁨님을 잘 알지 못하셨지만 가는 곳마다 호의적이셨고 기꺼이 “기쁨더하기”에 동참하셨습니다. 신기쁨님이 잘 볼 수 없으니 소리로 소통할 수 있는 초대장과 이벤트가 필요하겠다 싶어 “기쁨더하기” 동영상 초대장도 준비했습니다.
신기쁨님의 생신잔칫날 아침, 댁에 도착하니 어머니께서 잡채까지 푸짐하게 만들고 계셨습니다. 혼자 조그만 식탁을 펴고 식사를 준비하시던 때와 달리 활기가 넘치셔서 진심을 가득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어머님의 수고를 지지해 드렸습니다. “기쁨더하기” 이웃들과 오늘의 주인공 신기쁨님까지 좁은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10명. 이제는 퇴직하시고 음악가로 활동하시는 박예술님(가명)의 색소폰과 뮤직파크악기점 사장님의 기타의 하모니가 “생일축하” 노래를 시작으로 신기쁨님 댁과 아파트 창문을 통해 퍼져 나갔고 실로 작은 음악회가 된 듯 흥겨웠습니다. 어머님이 신청하신 ‘만남’이 나올 때, 서로의 어깨를 이어 잡고 리듬을 타는 동안 신기쁨님의 입가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잔잔한 미소가 번졌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머니를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에 다시 한번 이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오셨던 분들과 또 오시지는 못했지만 나눔 이웃으로 찾아뵙고 인사드릴 분들께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하여 신기쁨님과 어머니를 다시 찾아뵙고 여쭤볼까 합니다. 신기쁨님의 생신잔치를 통해 “우리 동네는 정말 살맛나는구나!”라고, 지역사회의 따뜻한 인정과 나눔을 신기쁨님도, 어머니도, 이웃들도 느끼셨는지 여쭤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