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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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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서울 사회복지사 실천 서비스 감동사례 공모대회 가작

 

 

행복한 놀이터 아저씨

 

 

 

백경진 사회복지사

(잠실종합사회복지관 지역복지팀)

 

 

내 나이 스물아홉.

난, 놀 줄 아는 남자다.

그것도 놀이터에서 논다.

일주일에 두 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반 정도..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고 하나둘씩 책가방을 메고 나올 때 즈음, 비가 와서 날씨가 궂지 않은 날은 어김없이 동네 초등학교 앞 놀이터로 향한다.

한 손에는 줄넘기, 한 손에는 사탕봉지, 그리고 겨드랑이에는 탱탱볼을 끼우고 골목대장이라도 된 마냥 어슬렁어슬렁 걷는 걸음걸이는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처럼 고릴라와 영락없다.

덩치는 산만해서 다 큰 어른이 왜 놀이터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냐고?

내가 일하는 잠실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놀 줄 모르는 아이들과 외면 받는 놀이터를 이어주기 위해 벌써 4년째 놀이터 문화활동이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처음 놀이터에 나가야 하던 날은 유난히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말 그대로 산만한 덩치의 흉악범까진 아니지만 사회에 불만이 많게 생긴 아저씨가 놀이터에 나가면 아이들이 겁먹지는 않을까..애들이 나랑 놀아줄까..초딩들이랑 뭐하고 놀지..’ 이런 버라이어티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 4명을 앞장세워 놀이터로 향했다.

휑~한 놀이터. 저리도 바쁘게 지나가는 아이들은 학원에 쫒겨다니는 거겠지, 불쌍한 녀석들.. 하나둘씩 옹기종기 재잘재잘 떠들어가며 그네를 타고 미끄럼을 타며 따로 놀고 있는 아이들.

저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영악하기 그지없다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01.jpg 02.jpg

 

막막한 심정에 무작정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줄넘기나 하자고 제안했다.

“봉사자 선생님들, 나도 쟤네들한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일단 우리끼리 놀아요.”

그렇게 남자 봉사자 1명과 난 줄을 돌리고 여자 봉사자 3명을 가운데 세워 줄넘기를 뛰기 시작했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만세!!”

서먹서먹한 사이 때문에 쭈뼛쭈뼛하던 봉사자들도 나도 어릴 적 생각이 났는지 금새 깔깔거리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 줄넘기, 사실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다.

슬슬 옛 추억에 잠겨 줄넘기에 몰입해가고 있을 때 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나 어려워하던 초딩들이 하나둘 관심을 가지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재미있어 보이지? 같이 할래?”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놀이터 아저씨는 그렇게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은, 대상자에게 뭐가 필요한지, 뭘 가져다줘야 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던 초짜 사회복지사가, 먼저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사회복지사로 성장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노는 법을 알게 되면서, ‘나 어릴 적에는 뭐가 제일 재미있었더라?’ 하는 회상이 곧 프로그램 기획으로 이어졌다.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실적을 고려해야 했던 프로그램 기획과정이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여유처럼 느껴졌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땡, 허수아비, 비석치기.. 조금이라도 떠오르는 놀이들을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번갈아가며 놀았고, 이제는 우리가 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동네 초딩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골목대장의 지위가 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조금만 늦으면 전화와 문자로 빨리 오라고 독촉을 받을 정도이니.. 이젠 놀이터에서 알아봐주는 학생이 없으면 서운할 정도였다.

놀이터 문화활동 덕분에 신문,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공중파 티브이 출연까지 할 수 있었다. 이름조차 몰랐던 보건복지부 장관의 전보까지 받게 된 놀이터 아저씨. 이 모든 영광과 즐거움의 출발점은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깨닫게 해준 그 순간이 아닐까.

놀이터 아저씨로써 아이들과 구르고 뛰어논지 벌써 2년째..

 03.jpg

 

자신이 벌써 3학년이라며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는 아이, 이젠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고 인사하는 아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를 짓게 되지만, 2년이 지나든 3년이 지나든 내가 녀석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부모로서의 감정보다는 소중한 친구에게 느끼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 놀이터 아저씨는 너희들의 친구로, 그대로 그렇게 놀이터에 찾아와 즐겁게 놀 줄 아는 아저씨로 남고 싶다. 놀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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