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회복지사들의 로망... 캠핑
류승남
(강남시니어플라자/현장리포터)
지난 9월 1일자로 14여년을 근무했던 청음회관을 떠나 강남구에 새로 개관하는 노인복지관인 강남시니어플라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고 새로운 곳에서 한달여가 넘도록 주말, 휴일도 없이 매일 출근하며 열심을 내던 중 다소 몸과 정신이 피로해질 무렵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들렸으니...
바로 충현복지관에 근무하는 캠핑 마니아 서성진 부장이 ‘남자 사회복지사들의 로망... 자연주의 캠핑’을 제안해 주신 겁니다.
옳다구나 기회는 이때다 싶어 아들녀석과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서 부장님의 자문을 얻어 캠핑 장비 구입에 들어갔습니다.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하여 저녁 10시, 11시에 퇴근하는 고된 일과 속에서도 남자 사회복지사들만의 캠핑 약속을 떠올리며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드디어 약속된 10월 8일 토요일...직원 회계교육이 있어 PPT자료를 만드느라 2-3시간 밖에 못자고 아빠와 캠핑 간다고 몇일동안 들떠있던 아들과 함께 사무실로 출근하였습니다.
오전에 직원 교육을 마치고 곧바도 이사장님, 관장님, 과장들과 전반적인 기관 운영에 대한 회의가 있었고, 점심식사 후 구청 담당자가 방문하여 다시 기관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점검하고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들 녀석은 언제가냐고 들락거리고 장시간 회의에 머리는 아파오고...결국 저녁 7시가 다되어 캠핑장소인 양평 신약농장으로 출발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는데 가로등도 없고 네이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구불구불 작은 산길을 올라가다 도저히 못 찾겠다고 연락을 하였더니, 한참만에야 농장 대표님이 거나하게 기분좋은 표정으로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우리의 캠핑 장소는 산속 길로 한참 더 들어가는 곳이라 일단 차를 산 밑에 세워두고 아들 녀석과 캄캄한 길을 달빛에 의지하며 대표님을 쫒아 올라갔습니다. 중간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김은철 선생님이 걱정이 되었는지 농장 대표님보다 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마중을 나와 저희를 따스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이윽고 혼자 가라면 죽어도 못가겠다고 할만큼 무서운(?) 산속길을 지나 저 멀리 불빛이 어른 거리며 캠핑 장소가 가까워졌습니다.텐트 안에는 농장 대표님의 친구분과 지인들이 우리 남자 사회복지사 일행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미 오전에 도착한 선생님들은 농장 대표님, 그 지인분들과 함께 열무를 다듬고 함께 열무김치를 담근 후 닭칼국수를 먹고 짐을 경운기에 싣고 올라와 풍수를 꿰뚫고 계신 농장 대표님의 말씀에 따라 가장 명당자리에 텐트를 세팅을 했다고 합니다.
낮부터 마신 술로 이미 얼근해진 캠핑장의 분위기는 누구나 함께 어울려 세상을 얘기하고 세월을 나눌 수 있는 무척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이제 7살된 아들녀석은 어른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신이나서 선생님들의 품속을 오고가고... 저는 용인시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김기완 선생님이 가져온 맛난 오리고기를 먹으며 하루종일 정신없이 달려 탈진 상태인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잠시 충전을 마치고 다시 판을 벌이기 위해 지평까지 밤길을 달려가 막걸리 한 통을 사와서 본격적으로 우리 남자 사회복지사들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곡노인복지센터에 근무하시는 강현구 팀장님은 처음 뵌 분이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고 한분 한분 장렬히 쓰러져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의 얘기들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화제도 무척 다양했던거 같습니다. 소소한 일상사부터 캠핑 장비, 각 복지관 소식, 정치 얘기, 지역 문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국엔 사회복지에 대한 얘기들...
늦게간 한을 풀기 위해 새벽 3시까지 떠들다 잠들었지만 이튿날 거뜬하게 일어났습니다.
명당 자리에서 술 마시고 잠은 방에서 잔 서부장님... 명당자리를 양보해줘서 그렇다며 투덜거리다 다시 낮잠 주무시고...
저는 아침식사 후 탁자를 펴고 릴렉스 체어에 앉아 음악을 틀어 놓고 선생님들과 간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정말 모처럼만의 여유를 한껏 누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짧은 시간의 캠핑이었지만 그 어느때의 캠핑보다 훨씬 의미있고 포근했고 정감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후속 모임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에 모두 동의 하면서 이번 ‘남자사회복지사들의 로망... 캠핑’을 마쳤습니다.
아마 지금도 여러 기관에서 저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을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 기운내시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고... 정말 힘들때 한발짝 쉬어갈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고수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사회복지계에 많은 모임들이 형성되어 있고 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캠핑을 통한 재충전과 쉼 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빌어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