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체인력지원사업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최우수상]
제목: 어느 경력단절 사회복지사의 뜻밖의 성장기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성명: 정재옥 대체인력 근무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복지관 총무팀이예요.”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작년에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육아휴직 대체인력으로 잠시 일했던 복지관에서 걸려온 전화였고 기관에 병가를 낸 직원을 대신해 업무를 해줄 수 있겠느냐는 뜻밖의 요청이 용건이었습니다. 당시 3살, 6살 아직 어린 아이들을 두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지만 한 달이라는 근무기간 덕분에 용기를 내어 도전했던 워킹맘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너무 힘들었지만 다시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이 그저 감격이었던, 하지만 해보았던 업무가 아니라 마음껏 일할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던 시간.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주로 해왔던 총무팀 업무를 하는 4주의 시간이라고 하니 다시 가슴이 뛰었습니다. 병가를 낸 직원을 위한 대체인력지원 사업이라니 퇴직 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상황이 또한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서둘러 남편에게 상황을 이야기 하고 아이들이 원에서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지 얼른 체크하고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드디어 첫 출근!! 직원회의 시간에 잠시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팀장님께 해야 할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도 받으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비록 4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관에서는 저의 기존경력을 고려하여 기존직원의 업무를 전적으로 맡겨 주셨고 익숙한 업무를 하긴 했지만 조금은 달라진 업무환경을 다시금 배워가며 느리지만 꼼꼼하게 매일 업무를 해나갔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갈 때마다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몇 번씩 더 확인해 가며 일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적응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업무를 하다가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후원과 관련된 부분이라 난감하기만 한 상황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저를 비난하지 않았고 불편한 감정을 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이 너무 죄송스럽기만 했습니다. 일을 바로잡기 위해 수고해야할 다른 직원들에게도 미안했고 내가 잠시 방심 했구나 자책하고 있을 때 “저는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실수는 괜찮다고 생각해요.”라고 팀장님은 말씀해주셨습니다. 팀장님처럼 똑같이 총무팀 팀장으로 일했었던 6년 전의 나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그 말은 제가 대체인력지원사업으로 일한 4주 동안의 시간을 통틀어 최고의 배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력단절로 인해서 얻게 된 기회이긴 했지만 늘 일해 왔던 기관이 아닌 새로운 기관을 만나고 그곳에서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또 다른 사회복지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나의 인생에 참 큰 복이구나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4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도 만나고 퇴사하고 떠나는 직원도 만나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첫 마음과 끝 마음을 가까이에서 뭉클하게 함께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대체인력이 아닌 경력자로 저를 대해 주시는 수많은 직원들과 작지만 진심이 오가는 이야기들을 간간히 나누며 앞으로 나는 사회복지사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소망도 쌓아보았습니다. 코로나로 마스크 쓴 얼굴만 매일 보았던 그 신입직원과는 코로나 끝나고 마스크 벗고 만나면 지나가도 모르겠다며 아쉬운 농담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4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저는 다시 육아하는 엄마의 삶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4주 동안 열심히 일한 보수도 늦지 않게 잘 받아 생활에 큰 보탬이 되었고, 4주의 경력도 제 이력서에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무를 잘 마쳤다는 성취감은 자신감이 되어 기회가 된다면 경력단절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생겼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배운 따뜻한 가르침이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