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사회복지사를 ‘착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직업 특성 때문에 그들의 선의나 희생과 봉사를 당연시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 관념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노동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의 사회복지 종사자 안전과 인권 보장을 위한
위기 대응 능력 강화 사업 ‘위기(We機): 우리를 위한 기회’(이하 위기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서울 사랑의열매는 사회복지사가 행복한 노동환경을 만들면 우리 사회복지 서비스도 향상된다는 ‘위기 프로젝트’의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결정했다. 실제로 사회복지사의 안전과 인권이 후퇴하면 근로 의욕 상실과 잦은 이·퇴직,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현장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복지사의 또 다른 이름은 ‘극한의 감정노동자’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A 씨는 요즘 보람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욕설을 듣고 심지어 성희롱이나 신체적 폭력도 종종 겪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상대가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으로 참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직업에 회의가 생겼다. 함께 일하는 상사에게 고민을 토로해도 “사회복지사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말할 뿐이다. 노인 방문 목욕 업무를 하는 사회복지사 B 씨도 목욕 중 물이 튄다며 욕설을 듣는 일이 일상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상황을 인격 모독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회복지사가 사명감으로 극복해야 하는 업무로 여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회복지사 안전 실태 조사 결과(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2018)에 따르면 서울시 사회복지 종사자(설문 대상 1,476명) 중 약 64.3%가 다양한 형태의 위험(환경적·신체적·감정적·언어적 등)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들은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이들이 겪는 직무에 따르는 외상으로는 이용자의 상실(사망), 폭력, 동료 폭력, 직무 관련 사고, 직무 과업 실패 등이 있다. 특히 이용자의 사망과 폭력 등은 정신적으로 커다란 외상을 남길 정도로 큰 충격을 준다. 이용자의 사망으로 인한 상실감은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고독사 등 이용자의 사망에 따르는 문제가 사회복지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면서 사회적 비난 여론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런 문제에도 사회복지사들은 마음껏 털어놓을 곳이 없다.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제가 상담받는 사실이 기관에 알려질까 두렵고, 통합 사례 회의에서 계속 만나는 동료들이 저를 동료가 아닌 환자로 볼까 싶어 걱정되기도 합니다.”
“우울증 예방 사업 담당자인 제가 우울감을 느끼고, 정신과에 방문해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죄책감이 느껴져요.”
위험에 처한 사회복지사들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상사와 상담하는 것으로 대처하고 있었으며 사후 조치가 없는 경우도 다수였다. 시·군·구 등의 관리 감독 기관도 민원 발생의 책임을 기관 또는 사회복지사 개인으로 돌리고 있었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위험에 방치된 것은 물론, 관리 감독 기관의 질책과 방관으로 이중고에 빠진 사회복지 종사자의 심리적 회복과 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안전과 인권 보장되는 체계적 시스템 구축
서울 사랑의열매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위기 프로젝트’는 이전의 사회복지사 지원 프로그램과 방향을 달리한다. 과거에는 지치고 힘든 사회복지사를 위로하는 방식이었다면, 위기 프로젝트는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는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 종사자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예방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작했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안전과 인권 보장을 위한 위기 대응 매뉴얼은 기존 위험관리 매뉴얼과 차별화해 신체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위기 대응과 이용자의 사망에 대한 대응, 심리적 위기 상황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다. 업무 중에 겪을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종사자가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실용적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제작한 매뉴얼은 사회복지 현장의 뜨거운 관심으로 2,000부 중 약 1,500부가 자발적 신청으로 배포되었고, 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PDF 파일 형태의 매뉴얼도 550건 이상 지속적으로 다운로드되는 상황이다. 위기 대응 매뉴얼의 제작과 배포, 연 8회의 위기 대응 교육(사회복지사 보수 교육 연계), 7개 기관의 찾아가는 위기 대응 교육을 통해 사회복지 종사자의 안전과 인권에 대한 인식과 민감성을 높여 위기 대응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했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이미 위험을 경험한 사회복지 종사자에게는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대화 방식의 상담’을 통해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현장의 수요가 큰 ‘위기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을 면담해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 종사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될 조례 개정(안)을 요청했고, 이에 서울특별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공포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공포 번호 제7311호). 사회복지사는 복지 국가의 소중한 자원이므로 이들이 인권을 보호받고 안전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복지 국가의 기본이다. 이는 복지 서비스를 누리는 시민들의 인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아울러 위기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다.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심리적 부담도 덜게 되었다.
어느 사회복지사의 고백
“사회복지사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출처: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3월 회보지 - 세상을 바꾸는 희망풍경 p18~21
https://upload.chest.or.kr/newsletter/001/202003_pc/sub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