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OS, 윈도우10
작성자 : 최호섭 기자
"윈도우10, 안 쓰세요?"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죠. 사람들은 자극에 예민하고, 그 자극에 금세 익숙해집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보고 놀랐고, 운영체제의 변화를 보고 놀랐고, 다시 그 컴퓨터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넘어 스마트폰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아주 급격하게 겪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자극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기기나 소프트웨어와 만날 때 '익숙해지면 편하다'라는 말이 많이 나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능 자체는 좋으니 배우기 조금 어려워도 손에 익으면 원하는대로 잘 다루게 될 거라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 이점을 얻기까지 갈 길은 꽤나 험난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험난한 길을 넘는 대신 그냥 손에 익은대로 쓰겠다는 분들이 더 많지요. 그래서 직관적인 화면과 구조는 이제 운영체제를 비롯한 모든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
Q1. 시작 버튼은? 특히 운영체제는 기술의 변화를 끌어안기도 하지만 컴퓨터를 쓰는 전체적인 경험을 지배하기 때문에 새로 기능을 넣거나 기존 것을 바꾸는 데에 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윈도우의 '직관적인 구조'는 뭘까요? 당연히 '시작' 버튼입니다. 윈도우8의 변화는 윈도우3.1에서 윈도우95로 바뀌던 때만큼이나 파격적입니다. 우리는 윈도우라고 하면 윈도우 로고가 붙은 '시작'버튼을 떠올리지만 윈도우8에서는 과감하게 버튼을 떼어 버립니다. 대신 키보드나 버튼을 통해 시작 화면을 불러오는 큼직한 변화를 꾀합니다. |
이 변화는 어색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사실 윈도우8의 변화는 이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윈도우 이용자들은 자주 쓰는 앱은 바탕 화면에 단축 아이콘으로 빼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용자들이 시작 버튼의 용도를 기존과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데에서 과감한 변화를 꾀한 것입니다. 시작 버튼이 앱 실행의 출발점이라는 기존 생각은 윈도우8의 '시작 화면'으로 이어집니다. 윈도우8은 시작 화면을 앱 실행의 시동 버튼으로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 앱이 보여주고자 하는 정보의 미리보기 창으로도 쓰기로 했습니다. 날씨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날씨 앱의 아이콘은 간단한 날씨 정보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지요. 앱과 정보가 하나로 합쳐진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
하지만 시작 버튼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시작 화면에 뜨는 정보들은 분명 쓸모가 있었지만 시작 버튼도 여전히 있길 바랐습니다. 분석을 통해 시작 버튼을 없앴던 것처럼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시작 버튼을 되살렸고, 윈도우10은 기존 이용자들이 원하는 '앱 실행의 출발점'과 MS가 가려는 '앱과 정보의 일체화'가 적절하게 어울렸습니다. 다시금 '이용자 반응'을 반영한 것이지요. 그래서요? 네, 윈도우10은 그냥 기존 윈도우7처럼 쓰시면 됩니다. XP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윈도우8도 마찬가지입니다. 윈도우를 쓰던 경험을 많이 흔들어놓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새 기술이 접목됐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겠다면 한동안 윈도우10을 쓰다가 다시 윈도우7을 봤을 때 느낌이 확 올 겁니다. |
Q2. 쓰던 프로그램은 잘 될까? 호환성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으실 겁니다. 호환성이라고 하면 기존에 쓰던 응용프로그램이 업데이트 이후에 작동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이야기지요.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금융, 관공서 등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할 때 표준처럼 쓰이게 되면서 운영체제든, 웹브라우저든 업그레이드가 될 때마다 세상을 불안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왜 굳이 바꿔서 속을 썩여'라는 불만도 있지만 요즘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지요. 이렇게 애를 먹는 이유가 서비스들이 사이트와 서비스를 개발할 때 웹 표준 대신 다른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세상에 알려졌고, 표준화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윈도우10도 처음부터 호환성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윈도우10의 밑바탕은 윈도우7이나 윈도우8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구조의 차이는 있지만 뿌리는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응용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습니다. 웹 서비스들 역시 웹 표준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엣지' 브라우저 외에 액티브X를 비롯한 기존 웹 환경을 끌어안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앱과 서비스 입장에서 윈도우10은 디자인을 바꾼 윈도우7이나 8에 가깝습니다. |
MS는 직접 테스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국내 주요 금융권 사이트 49개, 오픈마켓 및 쇼핑몰 17개 등 많이 쓰는 웹 사이트 105곳을 선정해 호환성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응용프로그램 테스트는 가장 예민한 게임으로 했는데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 문명, 피파 등 50가지 게임을 테스트 목록에 넣었습니다. 그 결과는 조금 싱거웠습니다. '모두 된다'라고 결론 났지요. 일부러 잘 되는 것만 잡아서 한 것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국내에서 많이 쓰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으로 미리 대상을 선정한 뒤에 테스트를 거친 것입니다. |
사실 안 되는 게 이상하지요. 당연하겠지만 윈도우10 역시 개발하면서 기존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MS는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미리 예고했고, 1년 넘게 개발자 프리뷰, 인사이더 프리뷰 등 사실상 운영체제 개발 과정을 모두 공개해놓고 의견을 받았습니다. 제대로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을 거쳤고, 기술 지원도 따랐습니다. 서비스 당사자가 새 운영체제를 대비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윈도우10은 출시 초기 혼란도 거의 없었지요. 지금도 MS는 '윈도우 인사이더'라는 이름의 공개 베타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사이더에 가입하면 한 두 단계 위 버전을 미리 써보고 의견도 낼 수 있습니다. |
Q3. 그럼 달라진 건 뭔데? '그럼 그냥 옛날 윈도우 쓰면 안돼?'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보안 문제가 크고, 새 하드웨어 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조금 다른 의미에서 보면 '디자인'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네요. 저는 운영체제는 화려하지 않지만 단순하면서 예쁘고 세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써놓고 나니 참 까다로운 주문이네요. 가장 반가운 변화는 설정입니다. 기존에는 '제어판'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했지요. 윈도우10은 어렵고 복잡했던 제어판을 '설정'으로 끌어올렸습니다. |
설정은 사실 윈도우8부터 추가됐던 메뉴입니다. 하지만 이 때는 제어판의 일부 기능을 갖고 있었는데, 제어판을 떠나기도 애매하고, 기능이 분산됐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윈도우10은 대부분의 기능을 설정으로 통합했고, 윈도우95부터 이어져 왔던 제어판은 추가적으로 복잡한 설정이 필요할 때 들어가서 만지는 전문가 메뉴로 역할이 달라졌습니다. 전반적으로 통합이 되고 쉬워졌다고 보면 됩니다. 앱도 달라졌습니다. 계산기도 좀 더 세련되어졌습니다. 밋밋해보이기도 하지만 윈도우 기본 응용프로그램이 기존 앱에서 새로워진 윈도우 앱 형태로 달라진 겁니다. 이전에는 윈도우 전용앱은 전체 화면으로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 창으로도 쓸 수 있게 되면서 시작 버튼 속 '보조 프로그램'도 새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윈도우 탐색기의 디자인도 더 고급스럽게 바뀌었습니다. |
음악과 비디오 재생기의 모양도 바뀌었습니다. 형식적으로 얹어놓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더 많은 코덱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밀접하게 입히면서 캘린더 앱이 더해지기도 했고, 메일 앱도 보강됐습니다. 전체적으로 기본 앱은 복잡하고 화려한 기능보다 기본적인 일들을 간결하게 처리해줄 수 있게 바뀌고 있습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microsoft.com/ko-kr/events/2015/windows10_allokay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