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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서울사회복지사 서비스감동실천사례공모대회 가작(6)


우리 같이 해볼까? 동아리!

 

윤시온(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

 

대부분의 복지관에서는 저소득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관에는 무료급식 중에서도 직접 오셔서 식사하시는 경로식당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식사 시작 시간은 오전 1130분이지만, 오랜 시간 줄을 서서 식사를 하시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10시를 전후로 식당 앞 복도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식사를 기다리십니다. 보통 기다리는 시간이 약 한 시간에서 한 시간 삼십분 정도가 됩니다. 기다리기만 하기엔 제법 긴 시간인데 어르신들은 특별히 하시는 것 없이 마냥 앉아계십니다. 옆에 계신 어르신과 가끔 대화를 나누시긴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시질 않습니다.

 

노인대학을 오랫동안 담당하다가 무료급식으로 업무가 바뀌면서 재가 어르신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을 처음 뵈었을 때, 무언가 공허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같은 어르신들이더라도 노인대학 어르신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노인대학 어르신들은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분들이었다면, 무료급식 어르신들은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르신 혹시 드시고 싶은 반찬 있으세요? 저희가 준비해볼게요.”

 

먹고 싶은 게 뭐 있나. 그냥 주는 대로 먹는 거지 뭐..”

선생님이 알아서 정해. 많은 사람들 일일이 그걸 어떻게 다 맞춰줘. 그냥 선생님이 알아서 해.”

 

본인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는 의견을 주시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평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복지사 양반. 누구는 이거 주고 저거 주면서 나는 왜 안줘?”

저 사람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 시켜

복지관이 어려운 사람 도와주라고 있는 거지. 국가에서 그렇게 하라니까 주방장이든 누구든 일할 수 있는 거잖아. 우리 때문에 월급 받고 일하는 거잖아.”

어르신들은 그동안 복지관에서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받으시다 보니 주는 대로 받는 것에만 익숙해졌고, 남들이 어떻게 받았는지 또 나와 남이 어떻게 차별되는 서비스를 받았는지에만 신경이 곤두서 계셨습니다. 식사를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서로 화내고 싸우거나, 거기에 끼고 싶지 않은 분들은 이쪽도 저쪽편도 아닌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특히 몇 년 동안 감정의 골이 깊은 어르신 두 분이 계셨는데 매일같이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셨습니다. 다른 분들은 계속 눈치를 보셨고, 험한 말씀을 자주 하시다보니 다들 피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이로 인해 식당 앞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의 분위기는 더 삭막해지면서 대화도 적어지고 서로에 대해 더 경계 하셨습니다. 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은 물론, 식사를 담아가실 때, 식사를 마칠 때까지 서로를 경계하며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경계심도 적지 않았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 조리사 모두 어르신들에게는 그저 나라에서 돈을 주니 어르신 본인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직원일 뿐이었습니다. 험하고, 차가운 분위기에서 업무를 새로 담당하여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왕 매일 오셔서 식사하는 곳이라면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식사하시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무료하게 보내는 그 시간, 싸움까지 오가는 불편한 그 시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은 식사를 기다리시는 동안 어르신들의 무기력하고 무표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어르신들만의 일 수도 있지만, 복지관에는 점심 한 끼를 얻어먹으러 올 뿐이라 그 외에는 관심이 없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저 앉아만 계신다는 것을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활용해 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지관이 그저 점심식사 한 끼를 때우러 오는 곳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러 오고 다른 분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의 식사 대기시간을 활용해 행복교실을 시작했습니다.


윤시온-별첨1.jpg


처음에는 사소한 안내를 시작으로 잠깐의 짬을 내어 건강박수, 맨손체조 등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차갑게 느껴지는 쉼의 공간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음악으로 채워 편하게 들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끔 기기가 말썽을 부려서 음악을 켜놓지 못할 때면, “오늘은 왜 음악 안틀어 놨노?”라고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어르신들은 행복교실시간에 미소를 지어 주시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그 시간을 채운다면 더 즐겁게 보내실 수 있지 않을까. 어르신들에게 의견을 여쭈어보았습니다.

 

나는 요리 할란다. 요리 할 사람 여() 붙어봐

교회 다니는 사람들끼리 찬송가를 같이 불러보고 연습해봤으면 좋겠어.”

혹시 탁구를 칠 줄 아는 사람이 있는지.. 내가 탁구는 좀 할 줄 아는데..”

나는 변사가 하고 싶어. 그 왜 옛날얘기를 설명해주는 사람 있잖아.. 홍도야 울지 마라 있잖아. 홍도얘기 알아?”

 

유독 자주 싸우시는 두 분도 의견을 주셨습니다. 어르신들은 하고 싶으셨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못하셨을 수도 있으니 제가 조금 의견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수세미 뜨개질을 잘 하시는 어르신에게는 다른 분들에게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을지,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해주실 수 있을지 여쭈었습니다. 또 천연 화장품을 만든다거나, 마술을 배운다거나, 동네 근처를 같이 산책하시는 것은 어떨지 등 여러 가지들을 여쭙고 같이 의논하며 동아리를 준비했습니다. 어느 정도 동아리에 대한 계획이 마무리 되었을 때, 설명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주신 의견이지만 직접 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본인이 하고 싶으신 것을 선택하시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설명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때, 사무실로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복지관은 어르신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시설로 알고 있습니다.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복지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즐거워야 할 곳에 누구의 눈치를 보며, 나에게 시비를 걸지 않을까 공포심을 갖고 식사를 해야 되고, 대장 노릇 하는 사람을 대략 알면서도 복지관에서도 큰 소리를 치니까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식사를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것인데, 음식을 몰래 싸가지고 가는 것에만 급급하고 너도 나도 모두 그러고 있으니 눈꼴이 시어서 볼 수가 없습니다. 복지관에서 이를 시정하지 못하면 상부로 건의하겠습니다.”

편지를 읽고 많이 아쉬웠습니다. 마치 그동안 어르신들과 같이 쌓아왔던 것들이 모두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평소에 가장 큰 목소리로 싸우시던 어르신을 대장 노릇 한다고 표현하시고, 어르신들이 종종 반찬을 몰래 봉투에 담아 가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오래 전부터 경로식당에서 있어왔던 좋지 않은 모습들이지만, 어르신들에게 계속 부탁드려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편지를 보낸 어르신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사실 익명으로 왔어도 편지를 보낸 분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고, 어르신을 만나 그동안 말씀을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몇 년 동안 깊어진 골이고, 서로 같은 이유를 들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비난하시고 계셔서 화해할 방법을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불평들이 계속해서 오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두 분 때문에 다른 어르신들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서도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의 관심도 전환할 겸 동아리에 대한 주제를 구실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르신이 계속해서 변사가 하고 싶다 하셔서 변사가 무엇인지, 정확히 어떤 것이 하고 싶으신 건지 여쭈어보았고, 동아리 설명회에서 고전 낭독 동아리로 홍보하고 인원을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설명회 당일.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어르신들을 뵈었습니다. 경로식당 52명의 어르신들은 식사 외의 다른 모임에는 30명 정도 오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설명회에는 4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모여 주셨습니다. 긴장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동안 즉석에서 다른 활동이 하고 싶다는 의견도 주셨고, 의견을 내기에는 소극적이었던 어르신이 3~4개의 동아리에 모두 참여하겠다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설명회를 잘 마치고, 정리된 내용으로 동아리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사랑의 방, 희망의 방, 건강차, 음악, 산사랑

이렇게 현재 5개의 동아리가 생겨났습니다. 이 동아리들은 명칭부터 활동 시기와 주기, 방법까지 모두 어르신들이 주신 의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고전 낭독동아리처럼 인원이 모이지 않았거나, 의견을 다 반영하지 못해 실행하지 못한 동아리도 있지만 이를 위한 준비는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동아리마다 1차 모임에서 동아리 이름은 무엇으로 하면 좋겠는지. 한 달에 몇 번이나 활동하면 좋을지. 활동은 어떻게 하고, 담당자가 따로 준비할 것은 없는지 등 여러 가지 세세한 내용을 나눴습니다.

동아리 중 처음 모임을 가졌던 수세미 뜨개질 동아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르신들, 이렇게 같이 모여서 수세미 뜨개질을 하시기로 했는데요. 우리 동아리 이름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요?”

 

뜨개질 동아리! 아니면 그냥 처음 불렀던 걸로 수세미 뜨개질? 어때?”

노인네들이 모여서 뜨개질 같은 거 한다고 하면 딴 데서 뭐라고 해. 사랑의 방 어때

 

아 보통 뜨개질 이런 거 하시는 데에는 뜨개방 이런 이름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사랑방 좋네요.”

 

아니, 사랑방 말고 사랑의 방!”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사랑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자. 사랑의 방

 

! 사랑의 방이요???”

 

사랑의 방 좋네. 그걸로 하지 뭐. 좋네. 좋아.”

 

저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동아리 이름이 나왔고, 오랜 기간 함께 경로식당에서 식사했어도 대화 한 번 하지 않으셨던 어르신들이 웃으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랑의 방 동아리가 되었습니다. 어르신들과 동아리 내용을 정하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동아리 안에서 반장을 뽑았습니다. 다른 어르신들과 매일같이 큰 소리로 싸우시던 어르신이 희망의 방동아리 반장이 되셨는데, 이때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쑥스러워하시는 표정을 보이셨습니다. 마지못해 하시는 듯 어르신은 역할을 담당하게 되셨지만, 놀라운 것은 동아리를 진행할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요리를 만드는 희망의 방 동아리에 앞장서서 다른 어르신들을 챙겨주시고, 조리하는 것을 주도하시고, 다른 분들의 식사까지도 챙겨주셨습니다. 마치 다른 분들과 싸울 때의 열정(?)이 동아리 활동에서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는 듯 보였습니다.

또 점심식사 후 산책하는 산사랑동아리에서는 처음 활동으로 복지관 인근 뒷산에 올랐습니다. 동아리 반장님은 다른 분들을 위해 오이와 당근, 물을 준비해 오셨고 같이 힘내서 오를 수 있도록 동아리를 챙기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지팡이를 잡고 어르신을 앞에서 끌어주기도 했습니다. 많은 높이를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모두 힘을 내어 목표한 만큼 올랐고, 다소 힘들었던 어르신도 열심히 올라 중턱에서 쉬실 때에는 아이와 같이 웃음 띤 표정을 하셨습니다.

 

동아리 활동 자체가 어르신들에게는 처음이다 보니 다소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옆에서 어르신들이 잘 참여하시도록 거들고, 대부분의 활동을 어르신들이 동아리의 주인으로서 주인노릇 하시게 도왔습니다. 처음의 어수선한 부분은 금세 자리를 잡아갔고 저의 역할은 여기서 점점 빠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별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어르신은 동아리 내에서 다른 어르신이 도와드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동아리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조금씩 점점 더 많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 복지관에서는 지역축제를 준비하게 되었고, 우리 경로식당 어르신들도 같이 참여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이에 흔쾌히 동의해 주셨고, ‘건강차동아리를 주축으로 레몬차 만들기 체험 부스를 어르신들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부스에서 레몬차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어르신들이 직접 가르쳐주고, 손수 만드신 생강차를 맛볼 수 있게 하고, 동아리 활동에서 만든 수세미를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그 수익금은 지역의 다른 분들을 위해 후원하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부스 준비를 하기엔 동아리 어르신들만으로는 인원이 부족할 것 같아 경로식당 어르신들 중 몇몇 분들에게 부탁드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총 13명의 어르신들이 이번 축제를 도와주시게 됐습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500명 정도의 분량을 준비하다보니 할 일이 많았습니다. 레몬을 씻는 것부터 레몬을 담아갈 병과 뚜껑을 씻는 일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들이 같이 도와주시기로 했던 행사 전 날 오후에 사무실로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매일같이 큰 소리를 내며 싸우시던 어르신에게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윤 선생님, 내가 이따 3시에 어딜 가야해서~ 내가 레몬 다 씻거()놨어. 이따 딴사람들 오면 나머지 정리나 좀 하라고 해요.”

 

그 많은 양을 일일이 레몬에 붙은 스티커도 떼시고, 물에 하나씩 씻어 바구니에 얌전히 쌓아 놓으셨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나오지 못하니 준비는 같이 못하겠다 말씀하실 수도 있었는데, 어르신의 그 마음에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이윽고 약속시간에 모인 어르신들과 레몬을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 두 번 세척을 했고, 레몬을 담아갈 병도 깨끗이 씻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여러 명의 어르신들이 같이 해주시니 준비는 금방 끝이 났습니다.

축제 당일. 2개조로 인원을 나눠 도와주시기로 했던 어르신들이 약속시간에 맞춰 부스로 오셨습니다. 어르신들은 각자 맡은 일에 열심히 임해주셨고, 정성을 다해 함께 도와주셨습니다.

 

응 응 그렇지 그렇게 자르고, 거기에 설탕 넣고, 그렇지.”

이건 이렇게 묶고, 그렇지 이렇게. 그 위에다가 하고 싶은 말 쓰면 돼.”

 

축제를 위해 어르신들은 평소보다 더 단정하고 멋진 모습을 하고 오셨고, 한 남자 어르신은 조끼까지 삼단 정장을 입고 오셨습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로 동네 아이들, 주부들, 여러 명의 지역주민들을 대해주셨습니다. 부스 체험에 사람이 끊이지 않아 어르신들이 많이 힘들어 하시진 않을지 여쭤보아도 괜찮다는 대답뿐이셨습니다.

 

아이 괜찮아. 재밌어. 재밌어.”

선생님도 생강차 한잔 해. 이야~ 이거 기가 막혀.”

이 할머니는 앉으면 무조건 돈부터 내라 그래. 아주 웃겨죽겠어.”

 

사람도 많고, 정도 많고, 기쁨도 많았던 축제가 끝나고 어르신들과 이번 축제에 참여했던 소감이 어떠셨는지 맛있는 차를 한잔 씩 준비해서 평가회를 가졌습니다. 어르신들이 모두 모이시지는 못했지만 소감을 나눴습니다.

 

어르신들, 이번에 축제하시면서 많이 힘드셨죠? 어르신들이 도와주셔서 덕분에 축제 잘 준비해서 잘 하고 잘 마무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힘들긴 뭘~ 힘들어. 재밌었어 진짜.”

재밌었어. 재밌었어

그리고 이번 축제는 아주 준비가 잘 돼서 정리도 잘돼있고, 너무 좋았어.”

작년에는 다른 뭐 봉사자니 뭐니 하면서 같이 하니까 너무 정신없었어.(먹거리 코너에서 먹거리를 드셨나 봅니다.)”

우리는 딱 우리끼리 모여서 이렇게 하니까 얼마나 좋아

애들 가르쳐주고 하는 게 너무 재미있지 뭐. 언제 이런 거 해본 적이 있었나.”

 

모임이 끝나갈 즈음, 축제를 같이 도와주셨던 남자 어르신이 뒤늦게 일을 마치고 오셨습니다.

 

어르신, 일 끝나고 오셨어요? 지금 저희 모임 마치려고 하는데 어르신 소감을 못 여쭤 봐서요.. 이번 축제에 같이 도와주셨던 소감 한 말씀만 해주세요.”

 

~~주 좋아! 최고야!(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 감사합니다 ..... ”

 

윤시온-별첨(2).jpg


저는 처음 어르신들을 뵈었을 때 그 무기력하고 무표정한 모습에서 많은 아픔들을 느꼈습니다. 매일같이 다른 분을 험담하고, 시기질투하고, 나와 남을 구별하여 싸우고, 서로를 경계하기에 바쁘면서 정작 본인을 위한 의사표현은 없었던 어르신들에게서 너무 큰 상처와 아픔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어르신을 도와주기도 하고, 같은 동아리 분들을 챙기기도 하고, 축제에서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무언가를 설명하실 수도 있습니다. 복지관 동료 사회복지사들도 축제 때 어르신들의 모습은 평소 경로식당 앞에서 식사를 기다리시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고 했습니다. 동네 할머니할아버지가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변화가 놀라웠다고 했습니다. 이전의 무료급식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의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어르신들과 이런 저런 일들을 해오면서 어르신들에게도 당연히 밝은 표정과 자신의 의지와 표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어르신들이 주는 대로 받기만 하는 분들이 되었는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어르신들은 복지관에서 주는 밥 한 끼 얻어먹으러 오는 돈 없는 노인이 아니라 동네의 어른으로 존중받아야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합니다. 어르신 본인과 함께 식사하는 다른 분들을 존중하고, 나아가 어르신을 어르신으로서 세워 드려 지역사회의 어른으로 존중받도록 거들어 드리는 것이 저의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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