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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서울사회복지사 서비스감동실천사례공모대회 가작(5)


마을공동체, 진짜가 나타났다!

순이할머니 좋은 집으로 모시기 마을 협력 사례관리


윤송희(봉천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업무 7년차. 나의 사회복지사 시작을 함께 했고 함께 걸어온 사례관리.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그들의 아픔을 들추어내지는 않았는지 그간 걸어온 7년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내가 희망을 주기도 혹은 아픔을 들추어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기억에 남는 한 사람, 순이할머니. 시골 외할머니 같은 순이할머니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할머니의 좋은 이웃들로 부터 세상살이 더불어 사는 맛을 배운다.

 

왜 독거노인 순이할머니는 '주거문제'의 짐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가

 

순이할머니를 만나게 된 건 201212월의 어느 날, 매서운 눈보라 때문에 거리에는 도통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자리에는 다른 직원이 남기고 간 쪽지 한 장이 있었다. “윤송희 선생님, D도배가게 이OO사장님 아시죠? 사장님께서 사례의뢰를 하고 싶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례일까? 어떤 어려움이 있기에 의뢰가 들어왔을까?’ 일주일에 한 두건 정도 사례의뢰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이웃주민이 직접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드물다. 도배가게 이씨 사장님과 전화통화로 전후사정을 들어본 후 할머니를 만나 뵈러 길을 나섰다.


복지관과 걸어서 10분 거리, 도배가게와는 불과 50M 거리에 위치한 조그마한 단칸방에 순이할머니가 살고 계셨다. 순이할머니는 보일러가 고장나 바닥이 차다며 이불 속에 내 손을 넣어주시고는 아이고, 선생님 추운데 여기까지 오셨어 그랴, 내가 가야 되는디 미안해유. 늙은이가 여러 사람한테 미안혀.”라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씀만 되풀이 하셨다.

예순 여섯의 사투리가 외할머니처럼 정겨운 순이할머니. 서른 다섯에 남편을 잃고 안 해본 일 없이 억척같이 젊은 시절을 보내며 홀로 세 남매를 키워오셨단다. 장년이 된 아들들은 어디에 사는지 도무지 연락 한번 없고 멀리 사는 딸은 가끔씩 할머니를 만나러 오지만 딸네 형편도 넉넉지 않아 도움을 줄 수 있는건 아니라고 하셨다. 몇 차례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소식도 모르는 아들들의 재산 때문에 탈락되었고 지금은 노령연금으로 빠듯하게 살고 계신다고 한다.


순이할머니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밀린 월세비 해결이었다. "두 발 쭉 뻗고 맘 편히 자는 게 소원이유. 월세비가 좀 비싸야지." 보증금 300만원에 25만원 월세에 사시는 할머니는 2년간 200만원 정도의 월세비가 밀렸고 집주인도 더 이상은 봐줄 수 없어 당장 이번 달에 방을 빼라고 통보한 상황이었다. 집주인도 처음 이사 올 때는 최대한 보증금도 깎아주고 월세가 밀린 것도 봐주고 했지만 이제는 본인도 더 이상은 봐주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 하셨단다. 그나마 있던 보증금도 밀린 월세비에서 제한 상황이기에 할머니는 이 추운 겨울, 당장 돈 한 푼 없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셨다. 그동안은 노인일자리사업에 나가서 한 달에 20만원씩 생활비를 벌었는데 지금은 일자리사업을 하는 시기가 아니라 그저 노령연금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월세만 어떻게 해결되면 좋겠어유. 내년 3월에는 다시 복지관에 나가서 일자리사업 어떻게든 해서 내가 찬찬히 갚아나가면 쓰겄는디……


연세도 있으신 분이 당장 어딜 가서 일하고 설사 일 한다 쳐도 매달 25만원이나 하는 월세를 무슨 수로 감당하실 수 있을까? 당장 이 추운겨울에 어딜 가서 살라는 말인가? 정말 이 나라에는 수급자가 아닌 독거어르신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은 매서운 바람만큼이나 세상이 싸늘하게만 느껴졌다.

 

사람이 답이다

 

이후 할머니를 수시로 찾아뵈면서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대안이 있을지 함께 궁리하기 시작했다. 내 나름대로는 외부자원을 연계하여 향후 4개월분의 월세비를 지원받게 되었지만 이것마저 끝나면 다시 월세비 미납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근본적인 대안책이 필요했다. ‘그래! 강점관점 사례관리.’ 어르신이 그동안은 어떻게 월세비 문제를 해결해 오셨는지 주변에 어르신을 돕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차근차근 살펴보니 유독 순이할머니 주변에는 좋은 이웃들이 많았다. 가장 가깝게는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하셨던 도배가게 이씨 사장님부터 그 동네 마당발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에 가장 앞장서고 계시던 C동부녀회 장총무님, 그 외 이웃 친구분들까지 평소 남에게 피해한 번 준적 없이 베풀고 살아온 성품 때문인지 순이할머니를 생각해주고, 어디 복지관이나 동사무소에서 나누어주는 쌀, 물품이 있다고 하면 꼭 순이할머니 것도 챙겨다 주는 이웃들이 있었다. 독거어르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어르신의 가장 큰 강점이었고 이 사례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첫 단추였다.


우선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할머니가 당분간은 집에 머무르실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였다. 어렵게 집주인과 연락이 닿았다. 복지관에서 앞으로 4개월간 월세비를 지원할 예정이니 그 때까지 만이라도 기간을 늦추어 달라고 부탁드렸다. “나도 할머니가 혼자 사시고 어려우신 것 같아서 처음에 월세도 엄청 깎아 준거예요. 몇 달 밀려도 뭐 싫은 소리 한번 안했는데 지금은 너무 밀리니까. 말이 그렇지 보증금도 없을텐데 이 겨울에 어딜 나가서 사시겠어요. 할머니도 차라리 임대아파트 같은데 가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런 건 안되나요? 아예 월세비를 내실 형편이 안 되는 것 같던데……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엄동설한에 집세 조금 밀렸다고 방을 빼라는 참 야박한 집주인이라 이야기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집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해보니 집주인 아주머니 나름대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국 집주인 아주머니는 복지관을 믿고 집에 계속 지내실수 있도록 또 한번 배려를 해주시기로 하셨다.


순이할머니가 노인일자리사업을 하시는 S복지관 문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노인일자리사업을 언제 시작하는지 다시 시작하게 되면 어르신이 다시 일할 수 있는 건지 물었다. “우리 순이어르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죠. 거기 복지관에서 어르신 도와드리는 건가요? 많이 좀 도와주세요. 일자리사업은 내년도 3월쯤 다시 할 건데 어르신이 하신다고만 하면 저희도 적극 도와야죠.” 문선생님은 노인일자리사업이 잠시 중단된 시기라 할머니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복지관에서 돕고 있다하니 기뻐하였다. 그리고 노인일자리사업을 하게 되면 어르신이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하였다.

C동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공무원 임선생님에게 어르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임선생님도 몇 차례 수급자 신청을 하러 온 순이할머니를 알고 있었고 안타까운 상황도 알고 있었다. “순이할머니 정말 저희도 안타까워요. 아들들 때문에 수급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봐야죠. 공공임대아파트 공고가 있을 때 신청을 하게끔 저희 쪽에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수급자가 아니시라 사실상 어려우실 것 같아요.” 주민센터에서는 순이할머니가 임대아파트에 들어가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하였고 나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셨다.


복지관에서는 개인후원자를 연결해 매월 5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해드리기로 하였는데 후원금은 할머니와 상의하여 청약저축통장에 매월 저축하는 것으로 하였다. 당장의 생계비가 시급한데 저축이 의미가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임대아파트 입주에 조금이라도 가산점이 될까 싶어 저축을 들고 싶다는 할머니의 뜻을 따르기로 하였다.

순이할머니와 가장 가까운 이웃인 D도배가게 이씨 사장님과 부녀회 장총무님을 만났다. 두 분께는 복지관에서 할머니를 만난 후 어떻게 사례관리를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 드리고, 지금처럼 옆에서 할머니를 잘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다. 지금껏 할머니를 많이 도와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고 전해드렸다. 이씨 사장님과 장총무님은 "뭘 당연히 해야 되는 걸요."하며 겸손해하시면서 복지관에서도 순이할머니를 많이 좀 도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셨다.

이후에도 도배가게 이씨 사장님, 장총무님, C동주민센터 임선생님, S복지관 문선생님과 종종 연락하며 서로가 도울 수 있는 것들은 돕고 어르신의 상황을 공유하였다. 그리고 몇 달후 C동주민센터에서 여러 가지 행정절차를 도와준 덕분에 어르신은 차상위우선돌봄대상자로 선정이 되어 주택바우처, 양곡 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순이할머니는 노인일자리사업에 다시 참여하여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마련하실 수 있게 되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칠전팔기, 일곱번 떨어져도 여덟번째 이뤄진다

 

순이할머니의 상황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르신에게 월 25만원의 월세비는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었고 월세비는 계속 밀려만 갔다.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져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월세비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는 주거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하지만 서류뿐인 부양의무자를 둔 힘없는 어르신께 그 제도라는 것은 참으로 매정하기만 했다.


이후에도 나는 공공임대아파트 및 주택 신청, 저소득주민 긴급지원, 저소득층 보증금지원, 노인의 집 입소 등 외부에서 순이할머니를 도울 수 있는 것들은 죄다 알아보며 2년여의 시간을 순이할머니와 함께 지내왔다. 내 마음 속에 바람은 오직 하나, 순이할머니가 월세비 걱정 안하고 두 발 쭉 뻗고 주무시는 것 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게 있다하면 입버릇처럼 우리 순이할머니!” 복지관에 후원물품이 들어왔다 하면 유행어처럼 그거 우리 순이할머니!” 순이할머니를 특별히 좋아하는 개인적 사심 때문에, 사례관리 클라이언트를 차별적으로 좋아하는 건 사회복지 전문가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닌 척, 늘 순이할머니를 먼저 챙겼고 외부지원 신청에 열심을 다했다. 물론 결과는 늘 씁쓸했다. 매번 선정자명단에서 순이할머니 이름은 볼 수 없었다. 힘없는 독거노인에게 엄청난 월세비를 고스란히 본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국가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소심한 옹호활동이었을까? 매번 떨어질 때마다 내가 아주 될 때까지 한다.’ 오기를 부리며 어떻게든 할머니의 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올해 초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B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주거비지원 신청에서 또 다시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그럴리 없어. 이건 분명 명단이 잘못 된거야.’ ‘왜 안된거냐고, ?’ ‘아니야! 또 방법이 있을꺼야!’ ‘아니야 이제 없어!’ 내 마음은 마치 내 인생 전부를 걸리라마음먹었던 소개팅 자리에서 선생님은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좋은 인연 있으시기를……하고 쌍방 아닌 일방통보를 받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얼굴에는 어제 남자한테 차인 여자라고 써 붙인 후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일주일 후 서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긴급지원신청 안내공문을 본 후 역시나 내 입에서는 그 유행어가 튀어 나왔다. “우리 순이할머니!” 또다시 신청을 해보기로 다짐하고 순이할머니와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서류를 작성해 나간다. 이제 이별한 여자의 얼굴에는 그 때 그 남자와는 비교가 안 될 더 좋은 남자와의 소개팅이 잡혀있어요.’라고 써있다.

 

순이할머니, 이제 두 발 쭉 뻗고 주무세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올해 7, 한 차례 이별의 아픔을 겪은 여자가 새로운 소개팅에서 애프터 신청을 받았다는 소식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의 기쁜 소식이 들려 왔다. 바로 300만원의 보증금지원 선정통보. 내년도 사회복지사 급여가 대폭 인상된다는 소식이 이보다 기쁠까? 나와 순이할머니는 하루 빨리 지금보다 월세비가 저렴한 새집을 구해 이사 갈 준비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또다시 난관에 봉착한다. ‘이사를 도와줄 자식도, 이사비용도 없는 순이할머니가 어떻게 혼자 이사준비를 하실 수 있지? 지금 사는 집의 밀린 월세비는 다 어떻게 하지?’ 이럴 때 믿을 사람은 마당발 장총무님 뿐이다. "순이할머니, 장총무님께 부탁해서 총무님이 잘 아는 부동산에 함께 다니면서 집을 알아보면 어떨까요? 총무님은 이 동네 잘아는 부동산이 많지 않을까요?" 역시나 장총무님의 화려한 인맥과 백화점에서도 물건 값 깎는다는 주부 9단 내공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 보증금은 물론, 월세비까지 깎아 방 두 칸짜리 집을 매우 저렴하게 계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밀린 월세비는 딸과 상의해 보기로 하였다. 따님은 생활이 어렵지만 어머니를 위해 그동안 해드린 게 없어 미안했다며 밀린 월세비를 일부 해결해 주기로 하였고 연락이 닿지 않던 아들도 연락이 닿아 이사 갈 집의 보증금 일부를 보태주었다. 게다가 집주인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소식에 밀린 월세 중 두 달분은 받지 않으시겠다며 이사비용에 보태시라고 하셨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이 통화만 몇 차례 했지만 집주인 아주머니를 찾아가 감사인사를 전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드디어 순이할머니 이사하는 날, 업무 일정으로 감격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나는 다음 날 순이할머니의 새집에 집들이 아닌 집들이를 갔다. "방이 여기도 있고, 저기도 하나 있고, 방도 엄청 넓어서 사방팔방 뒹굴고 자도 되유. 월세도 전번보다 싸니께 쉽상 좋지유. 도배가게 사장님하고 장총무가 어제 진짜 고생 많이 했어유. 몸도 아프고 나 혼자 절대 못 하지유." 집안 구석구석 한창 자랑을 늘어놓으시는 순이할머니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이삿날 많이 애써주신 도배가게 이씨 사장님을 찾아뵈었다. "사장님, 어제 너무 고생하셨죠? 이사하는 것 다 도와주셨다면서요.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가게일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장성한 아들까지 동원해 본인 트럭을 가지고 일일 이삿짐센터를 자처 했다고 하셨다. "아들하고 나하고 엄청 고생했어요. 트럭으로 일곱번을 왔다갔다 했네. 그래도 어떡해요? 이사 가신다는데 옆집 살면서 도와드려야지."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 마음도 넓은 새집과, 사장님의 넓은 마음처럼 기쁨으로 넓게 채워진 기분이었다. 장총무님께도 감사인사 전화를 드렸다. "이사하는데 힘들어서 아주 죽을 뻔 했어요. 노인네 혼자 살아서 별거 아닌 줄 알았더만 짐이 엄청 많대? 그래도 우리 순이할머니가 이사 가신다니까 도와드려야지요. 아무도 없는데…… 훨씬 좋은 집으로 이사 가셔서 너무 좋아요."


본인 일도, 가족의 일도 아닌데 이렇게 마음을 써주시는 분들이 또 있을까? 이런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월세비 걱정 없이 두 발 쭉 뻗고 자는 게 소원이라던 순이할머니의 2년 전 소원을 지금이라도 들어드릴 수 있어서, 안방 사방팔방을 구르며 행복하게 주무실 순이할머니의 잠자리를 상상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기적을 만드는 힘, 이미 우리 안에 있었다

 

사회복지 현장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사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순이할머니와 순이할머니의 이웃들을 생각하면 마을을 만드는 것을 프로젝트로 하고 있는 지금의 이 시대가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사회복지에서는 복지사각지대 노인이라 불리고 동네에서는 옆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라 불리는 순이할머니. 혼자 사는 순이할머니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살아오실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를 둘러싼 좋은 이웃들,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순이할머니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했던 도배가게 이씨 사장님, 종종 할머니댁을 들여다보며 살펴주신 친딸 같은 부녀회 장총무님,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걸 누구나 아는데도 항상 미안해하고 하나라도 더 지원해주려 하셨던 C동주민센터 임선생님, 할머니가 계속 일하실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애써주신 S복지관 문선생님, 월세비가 많이 밀렸음에도 오랜 기간 지내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던 집주인 아주머니, 할머니의 상황을 알고는 보증금과 월세비를 깎아주신 새집주인. 그리고 늘 할머니 집 문 앞에 떡이며 반찬이며 좋은 것이 있으면 항상 본인의 것을 덜어주고 가셨던 할머니의 친구분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분들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사회복지사인 내가 한 일은 고작 자원을 연계하기 위해 서류 몇 장 적은것과 이웃들을 만나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듯이 각자의 마음이 모이니 기적을 이루어 냈다. 그 기적의 힘이 우리 안에 있었고 그 힘은 실로 대단했다.

제 아무리 최고의 복지제도라 할지라도 해결될 수 없는 것들,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것을 순이할머니와 좋은 이웃들을 통해, 인생의 선배들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다. 팍팍한 도시 한가운데 사람냄새 나는 마을에서 따뜻한 이웃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도 그 곳에 마실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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