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인권은 지켜지고 있는가?
이용우 교수(정책위원,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잭 도넬리의 ‘권리보유의 역설’에 의하면,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권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권리를 이미 향유하고 있다면 권리 주장이 나타나지 않으며 또한 나타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사회복지사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의 사회복지사들은 아직 인권을 제대로 향유하고(또는 보장받고) 있지 못함을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사회복지사의 인권 현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의 최근 조사(2018)에 의하면, 서울시 사회복지사의 전반적 인권 수준은 평균 3.47점 즉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경우 69.4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유형별로는 경제권·근로권에서 가장 큰 취약성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이외에도 건강권, 평등권, 고용안전, 출산 및 자녀양육 권리, 종교와 양심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차별로부터의 보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인권침해 경험은 사회복지사들을 부정적으로 변화시켜, 사명감·전문성의 감소, 이직의도의 증가 및 서비스 질의 하락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랫동안 사회적·정책적 관심에서 소외되었던 사회복지사의 인권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음을 적확히 가리킨다.
그럼 사회복지사의 인권을 증진하고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이 짧은 글에서 실천적·제도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사회복지사의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언급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첫째,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권침해를 지나치게 이용자 폭력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복지사를 둘러싼 다양한 체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를 은폐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를 ‘가해자-피해자’ 중심으로 단순화시킴으로써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구조적 맥락 및 근본적 원인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인권침해는 요한 갈퉁의 ‘구조적 폭력’과 많은 측면에서 닮았기에, 어쩌다 일어난 비극적 에피소드처럼 단순화되어서는 안 되며 근원적 원인(root cause)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복지사 스스로 자신의 인권에 대한 올바른 자각과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인권에 대한 보장은 우리의 소명·헌신에 대한 사회의 보상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존엄과 권리에 기반한다. 따라서 인권이 침해되거나 보장받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이에 대한 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효제 교수가 ‘자력화’(empowerment)라 부르는 ‘필요한 경우 언제라도 인권을 호명할 수 있는 잠재력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 사회복지사에게도 절실히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인권의 목적은 최상의 상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끔찍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라는 제임스 니켈의 일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복지사의 인권 보장은 ‘하면 좋을 것이다’(would better)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must)임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