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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소리
2008.07.30 17:05

강점사회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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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김세진(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http://coolwelfare.org/


문제와 씨름하기보다는 강점 능력·자원·기회·가능성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싶습니다. 긍정을 강화함으로써 부정을 희석시켜 버리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환자를 보고 문제를 보고 증상을 치료하려 들기보다, 사람을 보고 강점을 보고 바탕을 기르고 싶습니다. 자연처럼 그렇게 스스로 살리고 자라고 돌볼 수 있게 바탕을 기르고 싶습니다. 인격과 강점과 관계를 북돋아서 스스로 면역·적응·해결할 능력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강점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강점을 위주로 합니다. 조금만 거들어 주면 쉽게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잠재능력, 가능성, 강점, 자원에 우선 개입하는 것입니다.(한덕연, 복지요결|www.welfare.or.kr)

 

알콜의존증으로 가족과도 헤어지고 혼자 지내시는 이순형 아저씨. 그놈의 술이 원수라며 어떻게든 끊어보려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약도 먹어보고 산에도 들어갔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이곳 방학동까지 굴러들어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자활지원센터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술로 인한 문제가 커지면서 다툼도 생기고 본인 스스로 짜여진 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점도 있었기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집수리 사업단에서 익혔던 손재주로 지금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일을 거들면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간다고 합니다.

정확히 칠년 전에 처음 뵈었는데, 아저씨 댁에서 마주앉아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고 어떠한 도움을 드리면 좋을지 상의했었습니다. 술로 인해 망가진 삶이기에 술을 이기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만남이 있은 후, 가끔 댁을 찾아뵙기도 하면서 몇 해가 흘렀습니다. 물론, 복지관의 서비스로는 쉽게 아저씨의 술 문제가 ‘완치’되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날, 복지관 근처 노부부만이 사시는 집에 바람이 불어 감나무 가지가 지붕위로 떨어졌으니 이를 치워줄 수 있겠느냐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쉬는 날이었기에 복지관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제가 당장 찾아가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마침, 근처에 사시는 이씨 아저씨가 떠올랐고 감나무 걷어내는 일을 부탁드렸습니다. 기꺼이 도와주시겠다며 아는 분 한 분과 함께 어르신 댁의 지붕을 말끔히 치웠습니다. 이 일이 있고난 뒤 종종 소소한 집수리를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새로 이사하신 할머니 댁에 형광등 스위치가 없어서 불을 켜고 끄기 위해서는 매번 일어나서 줄을 당겨야했습니다. 할머니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형광등 스위치에 줄을 연결해 방바닥까지 길게 늘어트리셨습니다. 매번 높은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을 켜고 끄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그리하신 것입니다. 이번에도 이순형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할머니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할머니 키가 닿는 낮은 곳에 작은 스위치 하나를 만들어 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아저씨는 전화기 저 너머에서 상기된 목소리로 이것저것 물으셨습니다. 할머니 댁은 어디인지, 할머니와는 이야기가 된 것인지, 복지관에서 살피는 분이면 본인도 마주친 적은 있는지, 집주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할머니의 어려움을 알고도 그러는지.. 할머니 댁에 스위치를 달기로 한 날 며칠 전부터 이순형 아저씨는 맑은 정신으로 찾아뵈어야 실례가 아니라며 술도 드시지 않고 기다렸다고 하십니다.

 

아쉽게도 이날의 만남은 할머니와 약속이 어긋나면서 다음 날로 미루어졌지만, 이 일을 통해 강점사회사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순형 아저씨에게 당신의 잘 하시는 것을 찾아내고 이를 살려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동네에서도 중요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실 수 있게 주선한 것은 아저씨는 물론, 할머니에게도 한 동네 좋은 이웃을 새로 맺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댁에 가기로 한 전 날 술도 잡수시지 않았던 일은 이러한 ‘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본인의 가치를 그러한 관계를 통해 얻게 된다는 것이지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역할하고, 그리고 그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이는 자연스레 술의 문제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잘하는 일도 있고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드러나는 점도 있고 모난 점도 있지요. 그렇기에 부족한 모습을 함부로 문제화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다름으로 인정하고 품고 기다리는 (사회사업가로서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만난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좌우됩니다. 자신이 맺은 관계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지요. 현대사회가 안은 고독과 소외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끼리 만남입니다." (신영복, 머니투데이경제, 08.3.2 )

 

제가 만나는 분들, 항상 받기만 하시는 분은 없습니다. 모두가 그 모습 자체로 귀한 이웃이며 풍성한 나눔 꺼리들을 품고 계십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바로보고 그 꺼리들을 살려낼 기회와 그로 인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겠습니다.

 

이순형 아저씨는 김치 나눔을 구실로 이웃 간의 관계를 살리고자 했던 ‘김장김치사업’을 통해 만났습니다. 당시 중화요리집 만수장과 다섯 가정이 맺어지면서, 중화요리집은 항상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가정들에서 연락할 때마다 김치를 전하는 관계로 맺어졌습니다. 그 다섯 가정 중 한 집이 이순형 아저씨 댁이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만수장에서 전해주는 김치를 잡수신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늘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해 다음 주에 만수장을 찾아가 사장님을 뵙고 상의한 뒤 가게홍보전단지를 본인이 사는 집 근처에는 뿌릴 생각이고, 그렇게라도 돕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만나는 모든 분들을 잘 살폈다가 그 속에서 나눠주실 수 있는 것들을 잘 봐두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선하는 것이 저의 중요한 일입니다.

아니,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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