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정수현 (등촌4종합사회복지관)
2007년 10월 1일은 제 복지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예비사회복지사라는 칭호가 아닌, 사회복지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날이었으니까요. 학창 시절, 여러 기관ㆍ시설 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이야기들을 직접 보고 들으며 참으로 많은 고민들을 했었습니다. 현장으로 나가면 내가 맞이할 지역사회는 어떤 곳일까, 그 지역사회와는 어떠한 방법으로 상관하면 좋을까, 또한 기관의 정체성과 내가 생각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융화시켜 기관의 비전에 부합하는 일들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 고민들을 할 때면 늘 가슴 설레었고, 또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함께 들어 잠 못 이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꿈꾸고 바래왔던 복지인의 길, 그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관장님과 기관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강서구에 위치한 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지역사회복지관입니다. 첫 출근을 하던 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는데, 복지관 옥상에 올라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서 참 평온한 마을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파트단지 곳곳에 나무들도 많이 심겨져 있고, 아파트 앞 상가 쪽으로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무척 활기차 보였습니다. 제가 만나고 상관할 지역사회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인사만 잘해도 사회사업의 절반은 한 것이다.]
지역사회 복지관에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내가 있는 지역사회의 기관, 단체, 병원, 약국, 가게, 개인 등 많은 분들을 만나고, 또한 그 분들과 상호작용할 일들이 많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복지관에 들어가서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지역사회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인사드리고 한분, 한분 관계를 맺어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는 열심히 예전 자료들을 두루 살피며 업무파악을 하고, 동료들과 관계 맺는 것에 집중하면서도, 퇴근을 한 이후에는 동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지역도 살펴보고, 만나는 분들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요기 앞에 있는 4단지 복지관에 새로 들어온 사회복지사입니다.”
“앞으로 동네에서 자주 뵙게 될 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슈퍼에 음료수 마시러 갔다가 인사드리고,
구둣방에 구두 고치러 갔다가 인사드리고,
수선 집에 옷 수선하러 갔다가 인사드리고,
아파트 경비아저씨 만나서 인사드리고..
.....
그렇게 한 달을 두루 다니며 인사드렸더니, 이제는 만나는 분들마다 먼저 반갑게 인사해 주십니다. 수선 집 아주머니는 한 달 만에 다시 찾아뵈었더니, 멀리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제가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잘하고 있는지 걱정 되었다는 말씀에 가슴이 뭉클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동네 인사가 9개월이 지난 지금, 지역에 수많은 분들과 관계 맺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복지관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으셨던 분이, 복지관에 관심을 갖게 되셨고, 지역사회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 우리 동네 작은 일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습니다.
“때의 핵심은 관계”라는 말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 혹은 복지관과 지역사회가 어떠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가 찾아왔을 때, 나와 상대방이, 복지관과 지역사회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었느냐에 따라 그 일이 쉽게 해결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열심히 지역사회에 인사드리고, 그것을 구실로 다시 또 찾아뵙고, 관계 맺어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곧 1년차 사회복지사가 됩니다. 아직 섣부른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나, 2009년부터는 제가 담당하는 일들을 기관의 비전에 맞추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기관의 슬로건인 건강한 가정, 아름다운 이웃, 함께하는 지역사회에 맞추어 사업들을 진행하려 합니다. 그 속에서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이웃을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천천히 한발 한발 옮겨보겠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눈으로..
꿈과 열정으로
땀과 웃음으로
오늘도 복지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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