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준 사회복지사 / 사자모 라이딩 시 동료사회복지사들과 함께(우측 첫 번째)
내가 이 책의 저자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대학원에서였다. ‘복지국가론’ 첫 시간, 아직도 그날의 첫 수업이 생생히 기억난다. 미국 부시정권의 이라크전쟁 신문기사를 들고 와서 ‘걸프전은 제2의 십자군 전쟁이니... 부시정권은 그들만의 진리로 무장하고 있다는...’ 한국의 복지정책과는 전혀 상관없을 법한 그런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우리에게 토론을 강요한 후에 결론으로 지어버리고, 강의 마치고는 술 한잔을 하자느니... MT를 가자느니 하였다.
그로부터 10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이 책을 접하는 내내 과연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가를, 소위 ‘왜 저 달을 보라고 하는지?’를 알아내고자 안간힘을 쓰고자 했다.
10년전 첫 강의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한국 사회에 덮혀 있는 그 껍질들을 벗겨내고자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나, 우리 사회복지사들에게 더욱 정성을 들여서 말이다.
박노자, 홍세화, 우석훈, 한홍구 등... 그들은 모든 것이 철저하게 왜곡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우리들만의 자화상에 뒤덮혀 있는 시민들을 향해 나름대로 필력 있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나 또한 이들을 통해 변화와 성장의 시간을 가졌기에 존경한다. 아울러 그들의 이야기는 손에서 놓을 수 없고, 눈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의 흡입력 또한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필링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바로 이것이다’며 스스로의 감동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시민사회의 진보적 앞날을 위한 나 자신의 성찰과 행동에는 소극적인 사회복지사들에게... 우리의 생각과 모습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어디에 그 원인을 두고 있는지를 시대와 이념, 사회와 가치를 관통하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분석하고 우리의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날 첫 강의 이후 지난 10년동안 저자는 바로 이것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소위,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주체세력으로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사로 잡혀 있으면서도 자가당착에 빠져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토록 철저하게 두꺼운 겉껍질을 벗겨내 주는 분석이 있었을까? 단언컨대 지금껏 우리들을 위한 그 어떤 강연이나 저서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하였기에, 저자는 프레이리처럼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고... 호튼처럼 문맹인 우리들을 자각하게 하였고, 알린스킨처럼 조직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의 생각을 해본다. 그는 정말 10년의 시간동안 하이랜더를 일구기 위해 수많은 모소대나무를 심어놓고 있음에 존경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럼, 나는 어떠한가? 지난 10년 동안 나의 성장은 어떠했는가? 나름대로 삶에 대한 고민과 가치와 철학에 대한 성찰과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뇌들을 쏟아내며 진정성 있는 삶에 실천성 있는 행동력을 담보해 내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을 덮는 순간, 아직 내게는 좀 더 긴 호흡과 땅속 깊은 곳에 그리고 더 넓게 지탱하고 있는 뿌리들을 뻗어놓아야 할 시간들이 필요함을 자각한다.
아울러 앞으로 10년, 나를 포함한 수많은 마르다들을 마리아와 함께 자리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이끌어 기꺼이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자각되고 조직된 시민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해야 함을... 가슴 뭉클하게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