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님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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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께한 행복했던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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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북 상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사회사업을 공부하고 1974년 8월 사회사업가의 부푼 꿈과 소망을 한 아름 안고 인천사회복지관에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큰 과오 없이 명예롭게 정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켜주신 하느님 은혜에 감사드리며, 긴 시간 희로애락을 함께한 많은 이용자, 선배, 동료, 후배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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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습니다. 1982년 최초의 장애인복지관인 서울 장애인종합복지관 개관준비 팀에 합류하여 하상·양천장애인복지관을 거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한우리정보문화센터(장애인복지관)에서 정년(6월 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한 분야에서 일하고 정년을 맞이하는 것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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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긴 세월이지만 그냥 한숨 잘 자고난 느낌입니다. 잠시 회고해 보면 그냥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 왔습니다. 가끔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
저는 사람보다 일을 더 좋아하는 DNA를 타고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옆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상처주고, 찔려서 넘어지는 사람들도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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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이 퇴임 후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 옵니다. 저는 그동안 일 많이 했으니까 이제 쉬어야지요.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읽고 싶어 사두었던 책도 좀 읽고, 묵혀 두었던 손재주를 발휘하여 취미활동도 하고, 몇 년 동안 지어온 농사도 친환경농법으로 잘 지어보고....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보은報恩하는 마음으로 그간의 노하우와 지혜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료(책)로 정리해보고 싶기도 하구요. 우리 언제 옛날이야기하며 차 한 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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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이런 기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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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장을 그만두는 날, 또는 생을 마감하는 날에 과거는 전부 아름다웠던 것처럼.
내가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다투고 이야기 나눈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 짓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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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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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진 모(프란치스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