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전가영변호사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망인의 재산이 남은 가족들(상속인)에게 상속된다는 것은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상속인들의 유산을 둘러싼 분쟁은 종종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망인의 재산뿐만 아니라 생전의 빚 까지도 상속된다는 것은 모르는 경우가 꽤 많다. 채무자 본인이 사망했으니 채무관계도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재산상속과 마찬가지로 빚 또한 상속된다. 드라마에서처럼 남은 가족들에게 재산만을 상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경우 남겨진 가족들에게 빚이 대물림 되지 않도록 민법에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정승인 및 상속포기가 어떤 제도이며,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등 제도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겠다.
<사례1> 상속순위 어린 자녀 2명과 배우자와 함께 살던 기초생활수급자 김씨는 오랫동안 간암을 앓아오다 최근 사망하였다. 그는 생전에 생활비가 부족해 카드대출을 받았는데 여력이 없어 갚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가 사망하게 되면 김씨의 카드빚은 누구에게 상속될까. 현재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순위는 고인의 자녀 -> 고인의 부모 -> 고인의 형제자매 -> 고인의4촌 이내 가족이다. 참고로 배우자는 고인에게 자녀가 있다면 자녀와, 고인에게 자녀가 없고 부모가 있다면 부모와 언제나 공동으로 상속을 받는다.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끼리는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상속과는 관련이 없으나, 자녀들은 이혼 후에도 법적으로 부모의 자녀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혼 여부,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모가 사망하게 되면 상속 받는다. 사례에서 김씨의 경우에는 자녀 2명과 배우자가 공동으로 상속을 받게 된다. 김씨에게 부모가 있다 하더라도 자녀들의 상속순위가 더 높기 때문에 자녀들과 배우자가 상속받게 된다. |
<사례2>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란 어떤 제도일까. 앞서 살펴보았듯이 민법에서는 상속인들이 재산과 빚을 모두 상속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망인의 장례를 치른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되면 재산과 빚은 모두 상속인들에게 대물림된다. 재산이 많다면 문제될게 없겠지만,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상속인들은 가혹하게도 자신의 채무가 아닌데도 떠맡게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상속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민법에서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상속포기’는 간단하다. 망인의 재산과 빚을 모두 상속받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남은 가족들은 애초에 상속인이 아닌 것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 ‘한정승인’은 약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상속받는 재산을 한도로 빚을 책임지겠다는 제도이다. 만약 1000만원을 상속받는다면 1000만원 범위 내에서만 빚을 책임지고 이를 넘어서는 빚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속인은 1000만원으로 한정해서 빚을 갚으면 된다. 결국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두 제도는 모두 망인의 빚이 가족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인 것인데, 둘 중 어떠한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는 두 제도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상속포기의 경우 빚은 물론 재산도 받지 않는 것이고, 한번 상속을 포기한 것을 취소할 수 없으므로 상속포기 이후에 망인에게 숨겨진 재산이 밝혀지는 경우 상속인들은 이 재산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한정승인의 경우 빚을 청산하고 남는 것이 있다면 상속인의 몫으로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상속포기의 경우는 명백히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경우 간단한 절차를 거쳐 신청할 수 있는 것이고, 한정승인의 경우는 망인의 빚과 재산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신청하면 좋은 제도이다. 다만 상속포기의 경우 다음 순위 상속자에게 빚이 넘어가게 되는 것을 유의하자. |
<사례3> 신청기간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신청기간이 정해져 있다. 원칙적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님과 연락이 되지 않아 자신이 상속인인지 조차 알지 못하거나, 불가피하게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다는 사실을 모른 채 3개월이 지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행법에서는 ‘특별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고 신청기간을 초과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알아보았다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신청기간을 도과한 경우라면 보호받지 못하겠지만, 큰 과실 없이 이를 모른 경우라면 법에서는 특별히 기간이 도과되더라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상속인이 자신에게 크게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즉 특별한정승인이 일반한정승인보다 인용되기가 더 까다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상속인들은 애초에 신청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사례4> 미성년자에 대한 상속 김씨는 남편이 사망한 후 빚을 상속받지 않기 위해서 상속포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자녀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빚이 상속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자신만 상속포기를 하기로 하였다. 김씨는 자녀들은 미성년자라 빚을 상속받지 않는 것일까?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빚을 상속받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센터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가족을 대표해서 자신이 상속포기를 신청했다든지, 자녀들이 아직 미성년자라 성인이 되면 상속포기를 신청할 것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자녀들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해야 한다. 김씨의 경우 자신은 상속을 포기해서 남편의 빚을 대물림 받지 않게 되겠지만, 어린 자녀들에게는 고스란히 빚이 대물림 될 것이다. |
신청방법
상속포기의 경우 간단하게 신청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접수 하면 되지만, 한정승인의 경우 상속재산을 한도로 빚을 책임지는 것이므로 상속재산과 상속채무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한정승인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상속인 금융거래조회서비스를 통해 금융재산과 금융 채무를 조회하고, 지방자치단체 지적부서에서 제공하는 조상땅찾기서비스를 통해 부동산 재산을 조회해야 한다. 그밖에 재산과 채무 등을 알 수 있는 한 최대로 파악하여 상속재산목록을 만들어 신청서에 첨부하여 법원에 접수하도록 하자.
가족이 사망하게 된 경우 그 슬픔으로 얼마간은 경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금전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빚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선이자 최후의 방법이다. 이러한 제도들을 상속인들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겠지만, 특히 동주민센터나 저소득층 가족들을 지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조금 더 신경 써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센터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상담하러 오는 경우들을 보면, 대부분이 사회복지사가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경우이다. 남은 가족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와중에 사회복지사가 제의로 센터를 방문한 것이다. 남겨진 빚으로 인해 남은 가족들이 힘겨워 하지 않도록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대해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