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기 싫어!!!
김수정(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회사가기 싫어’
'회사가기 싫어'라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는 권대리가 ‘족’구공을 자신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던지는 난동을 부린 뒤 퇴사하고 그 자리에 경력직 김대리가 입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서 김대리도 퇴사하고 다시 그 자리는 새로 사람을 구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왜 직장을 그만 두는가?’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복지현장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2019년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중 65.1%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근무환경 악화 즉 시설장이나 상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휴가나 승진, 업무량을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인사관리와 관련된 차별과 법인의 친족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경우에는 친족과 직원을 차별하는 문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밖에 사회복지시설에서 볼 수 있는 괴롭힘 유형은 후원, 다단계 가입 및 물품구입을 강요하는 경제적 괴롭힘, 종교의 자유침해, 비윤리적 업무 강요, 특수 관계자(친족 등)의 업무 강요, 학대신고 저지 등이다. 괴롭힘 발생 시 대다수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는 이직을 고려하거나 실제로 퇴직하는 등 개인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피해자를 옹호할 경우에 본인도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에 방관하거나 동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 저런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원래 다 그래 왔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나도 괴롭힘을 경험했었고 그걸 견뎠는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나약한 거 아니야? 돈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어쩌겠어? 방법이 있어? 사회복지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직장내 괴롭힘은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그런 거지 그 사람만 바꾸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인가?’
기존의 익숙한 노동환경을 바꾸지 않고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고 직장 내 괴롭힘을 개인의 문제로 한정지어 보기 때문이다. 다시 질문해 보자. 잘못된 노동환경이라도 익숙하면 그냥 따라야 할까? 원래 안 그랬는데, 왜 사람들은 그 자리(지위)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게 될까?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찾다 보면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복지현장이 평등하지 않고 민주적이지 않은 구조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이고 결국 이에 대한 해결은 노동구조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복지현장.
즉 모두가 존엄한 사회복지현장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무엇보다 종사자들이 시설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왜곡된 노동현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과 지침 등 법령을 찾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모든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이에 대해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취업예정자의 평판조회, 공정한 절차 없이 친족 및 특정인 채용, 법인이나 재단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인사권, 시설장의 불안정한 고용상태, 후원을 강요하거나 종교행위와 기부를 승진에 반영하는 행위 등을 점검해야 한다.
존엄한 사회복지현장.
이것은 권력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에게 나누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기존의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지위에 있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많이 중요하다. 그들 입장에서는 과거에 힘들었던 상태를 지나 이제 좀 괜찮아지려는 데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하고 편한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옳은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모든 사회복지종사자들이 ‘회사, 가고 싶어’를 외칠 수 있지 않을까?
※ 연구자료 : 2019년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