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계, 준비되어있는가?
이태수교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민심의 바람은 거셌다.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지형을 한순간에 뒤바꾸어 놓았다. 어느 누구도 감히 확신할 수 없었던 결과다. 불통(不通)을 소통으로, 불합리를 합리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세종시를 원안으로, 구시대적인 4대강 토건사업을 생활복지로 되돌리라는 국민들의 요구라고 풀이된다. 6.2 지방선거를 선거혁명이라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두가지 의미에서 사회복지계에 새로운 상황을 안겨주었다. 그 첫째 이유는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그 어떤 선거보다도 복지 이슈가 의제화된 선거였다는 점이다. 무상급식에서부터 보편적 복지로 이어지고, 다시 무상보육, 복지도시, 복지혁명, 생활복지, 서민복지,.... 등등의 용어로 자신들의 당과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대변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자. 언제 선거이슈로 ‘보편적’ 복지를 논해 본 적이 있었는가? 전망컨대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 그리고 그 이후 지속된 각종 선거에서 바야흐로 복지정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이번 선거를 통해 지방정부의 복지정부로의 성격전환을 거세게 추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비록 현 정부에 대한 경종의 의미가 컸다고도 하지만 분명 이번 선거에서 지방권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야권이 내건 정책의 핵은 ‘복지’와 ‘교육’이었다. 따라서 이제 상당히 많은 지방정부는 복지정부로서의 변환이란 압박을 받는 상황을 스스로 연출한 꼴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지역사회에서 복지영역을 확대하고 지역주민들의 복지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회복지계로선 가슴뛰는 조건이 아니겠는가?
이 땅에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려 노력한 역사 속에서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앙’에 비해 등한시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은 중앙의 법과 중앙의 정책과 중앙의 예산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 중앙의 복지에 대한 정책의지가 박약한 고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이렇게 위축된 결과를 빚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잇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사회보험은 물론이고 복지서비스분야에 까지도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일거에 전 지역으로 내려보내며 일사분란한 진전을 갖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폐해는 ‘중앙’만 있고 ‘지역’이 없기에 실핏줄처럼 얽혀 지역주민들의 실생활이 섬세한 복지서비스에 의해 지지되고 지역 사회 안에 복지공동체로서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모습과는 끝내 거리가 멀었다. 지방정부는 복지는 중앙정부의 일이고 자신들은 첫째도 지역개발, 둘째도 지역개발,,,,, 만을 외치며 지역건설업자와일부 자영업자의 기득권을 유지하게 되었고 부패구조에 매우 쉽게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어 나갔다.
지역을 다시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형은 몇 년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2005년부터 분권교부세제의 실시와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출범을 계기로 사회복지발전에 있어 지역사회의 의미는 새삼 부각되었었다. 2006-7년에는 광의의 복지서비스인 ‘주민생활서비스’를 중심으로 공공행정체계를 전면개편함으로써 지방정부 행정력을 복지친화적으로 만드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이로 인해 이제 복지에 있어 ‘지역’이란 좀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실제적인 의미를 갖게 하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의지가 추락하고, 이어 지역의 복지예산 위축과 민관협력의 소원함이 맞물리며 지역사회에서 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급격히 와해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현실로 맞이하게 되었다. 분명 새로운 전기가 될 법하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자신들과 사회복지계 내부를 들여다보고 성찰해 볼라치면,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 사회내 복지발전의 굳건한 기반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전망이 그리 쉽지 않은 또 하나의 현실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물어볼 수밖에 없는 질문 하나.
“과연 사회복지계는 지역사회 내에서 복지발전의 주체로서 활약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사회복지계가 시설과 기관에만 매몰된 시각을 버리고, 지역사회 전체의 복지에 대한 상(像)을 공유하여 서로 연대감을 갖고, 당파적 이해로 분열되지 않은 채 오히려 복지의 이름으로 정치인들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복지발전을 추동해 내는 매우 중요한 주체세력으로서 기능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묻자는 것이다.
지역내 복지운동을 펼치는 역동적인 단체 하나 출범시키지 못하거나, 그런 단체가 있다해도 그들과 연대감조차 형성하지 못한 채 복지계는 ‘외로운 섬’ 또는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되는 상황하에서는 이러한 변화된 환경을 활용할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키 어렵다.
사회복지계가 복지국가를 선도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 의해 변화된 지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음을 새기며 내부의 치열한 고민과 대안모색이 요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