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기 사회서비스, 다방면(多方面)을 통한 더 나은 일상의 탐구
김용득(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전환된 것이 지난해 2월 23일이었다. 사회복지 현장의 대응은 서비스 중단, 휴관, 부분 개관, 긴급돌봄, 비대면 서비스 등으로 이어져 왔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서비스 중단과 휴관이 반복되었다면, 하반기로 오면서 서비스 유지와 함께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되었다. 비대면 서비스 방식도 초반에는 안부 전화, 소독제 배달 등의 소극적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후반기에는 온라인 개별상담, 동영상 배포, 개인맞춤 활동 꾸러미 제공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서비스가 단절되거나 위축된 환경에서 취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비대면이 일상이 되었고, 어떤 면에서는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이 전통적인 대면 방식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경험도 하였다. 1년 동안 감염병에 맞서면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서비스1)도 비대면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우리는 현재 ‘사회서비스의 비대면, 성립하는가?’, ‘비대면을 통한 더 좋은 사회서비스,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사회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의 지속적인 접촉과 관계를 통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무형의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어떤 서비스가 더 적합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서 선택과 변경의 거래비용이 높다는 특징과 함께 이용자가 제공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정서적 비용도 수반되어 서비스 안정성이 중요하다.2) 이처럼 사회서비스는 ‘지속적인 접촉과 안정적 관계’가 핵심 요소인데, 이것이 비대면으로 가능할까? 여기서 우리는 비대면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상통화로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은 대면이 아닐까? 대면이라는 단어는 전화기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시대에 고착된 생각에서 나온 단어가 아닐까? 비디오 화상회의에서도 서로의 표정과 눈빛을 읽을 수 있으며,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기’가 가능하다. 사회서비스가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요건으로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대면의 수간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크게 확장되었다. 적극적인 디지털 활용은 사회서비스의 개념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실행 수단을 확장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의 수단을 대면(contact)과 비대면(untact)으로 양분하면 비대면은 대면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효과가 낮은 방법이라는 고정관념에 묶이게 된다.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접촉의 방식을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다방면(多方面, multi-tact)을 사회서비스의 수단으로 설정해야 한다.
최근 DTx(Digital Therapeutics)가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것은 앱, 게임, 가상현실 등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로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 문제를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국내 개발사들도 한국형 DTx 개발에 착수했으며, “모바일 앱 기반으로 영유아의 발달 수준을 30분 내로 진단하고, 비장애 아동의 두뇌발달 학습과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다. DTx 사용이 일상화되면 사회서비스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아니면 치료와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간이 풍부해짐으로써 치료와 돌봄의 효과성과 전문성이 더 높아지게 될까? 우리는 이 두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감염병의 영향으로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원격소통, 플랫폼 등은 급속하게 사회서비스의 공간에 진입할 것이다. 돌봄로봇이 돌봄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로봇 애완동물과 인공지능 스피커가 말벗 서비스를 대체할 것인가? 사회서비스 연결 플랫폼은 사회서비스 기관을 잠식할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직면하면서, 디지털의 활용이 이용자의 고립과 제공인력의 일자리 위협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 더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실천과 제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다방면 사회서비스 모색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종사자들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1) 사회서비스는 대인사회서비스(personal social service)의 의미로 사용한다.
2) Pestoff. V. 2019. Co-production and public service management: citizenship, governance and public service management. NY: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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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복지이슈Today 95호(2021년 2월호) 차기 서울시장에게 바란다(서울시복지재단. 2021.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