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 새로운 사회복지 전달체계로 정착되어야 한다.
양천구의회 나상희 의원
(새누리, 신정6,7동)
<사례>
목동에 살고 있는 김수정(가명)씨,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지적장애인인 수정 씨는 중요한 신변처리를 할 땐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은행, 병원도 가야하고, 구청이나 동사무소에도 가야 할텐데... 여든을 넘긴 수정 씨의 어머니는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남을 딸의 미래가 항상 걱정이다.
20여년이 넘도록 같은 곳에 살고 있어서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곳에서 계속 살게 하고 싶지만 수정 씨가 혼자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말 현재 전국에 17만9천여명의 지적장애인이 있고, 양천구만 해도 1,008명의 지적장애인과 170여명의 자폐성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사회가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인식은 높아졌다고 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지적장애인에 관한 뉴스는 요즈음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올해 초에도 모장애인시설에서 행동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지적장애인들을 4년간 개 줄로 묶어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뉴스Y 14.1.5 보도, 대법 ‘중증장애인 개줄 묶어 학대’ 시설장 벌금형> 필자가 만난 대다수 지적장애인 부모들은 한결같이 내가 저 아이보다는 오래 살아야 할 텐데 하시며 눈물을 보이시곤 한다.
우리나라가 성숙한 사회, 건강한 사회, 바람직한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면 분명 이들에게 무언가 필요를 찾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7월1일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지적장애인들에게는 의미가 큰 첫 걸음이라고 생각된다.
‘성년후견제도’란 질병ㆍ장애ㆍ노령 등으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요한 신변처리를 함에 있어 가정법원으로부터 선임된 주변사람들로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우리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금치산, 한정치산제도가 행위무능력자에 대한 재산관리 등 주로 경제적 문제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였다면,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는 법원의 권한부여에 따라 의료행위나 우편물관리, 거주지결정 등 신상관련 지원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상자들의 잔존능력 상태에 따라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게 하자는 입법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대상층이 매우 광범위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상으로만 보아도 발달장애인 13만8000명, 정신장애인 9만4000명, 치매노인 57만6000여명이 주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사회적약자요 취약계층인 이들에게 새로운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양천구 성년후견제도 이용 지원에 관한 조례」가 금년 10월 20일 본 회의를 통과하여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본 조례안은 질병ㆍ장애ㆍ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거나 부족하여 돌봄이 필요한 구민들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 구청장이 취약계층, 장애인 등이 성년후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책을 수립ㆍ시행해야하며,
▼ 4년마다 실태조사와 함께 성년후견제도 지원계획을 수립하여 공공후견인양성 및 홍보계획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 성년후견제도 이용촉진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하도록 근거를 마련하였다.
개정민법상에 나타난 성년후견제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도 피후견인 본인 또는 그 가족과 동일하게 후견 개시 심판 청구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성년후견제도가 내실 있고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연고자가 없거나 가족에 의해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요보호 성인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홍천장애인시설에서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 장애인 16명에게 성년후견인이 생겼다는 보도 <한국일보 2014.2.4.>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시설 등에서 더 이상 이들에 대한 폭행과 인권유린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률이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제는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조례 제정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질병ㆍ장애ㆍ노령 등으로 스스로 인권을 지키기에 취약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한편 새로운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