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행복한 청소년들의 이야기
“다같이多가치”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전략사업팀 이보현 팀장
청소년 그리고 학생
밤 10시 이후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을 만나기 위해 컨소시엄 기관들과 함께 진행했던 심야 아웃리치 때가 생각납니다. 학원들이 밀집한 사거리,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두 무리의 아이들이 보입니다. 교복을 입고 학원을 나와 친구들과 웃으며 집으로 가는 청소년들, 그리고 각양 각색의 헤어스타일에 슬리퍼차림, 아직 앳된 팔과 다리에 타투를 한 아이들..
매일매일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에 있었을 텐데 이제야 만나러 온 것에 미안함과 말 거는 것에 대한 불편함, 약간의 두려움이 동시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얘는 오늘도 집에 안 들어간다는데요” 쉽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얘기하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번 씩 있는 휴데이에 오면 간식도 고민상담도, 보드게임도 모두 무료니까 꼭 놀러와!” 홍보물이 들어있는 간식키트와 햄버거를 주며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과 청소년,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단어는 현장에 있는 저 조차 혼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등학생으로 치면 몇 학년 인거야?” 저 스스로도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청소년의 나이를 물을 때 종종 이런 실수를 하곤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청소년들이 마땅히 있어야만 하는 곳은 학교이고, 학교밖은 청소년이 있어야 할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2014년 ‘학교 밖 청소년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최근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이 별도로 지급되기도 하면서 우리사회는 학교 밖 청소년을 ‘제도적 복지 사각지대’에서 꺼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시간 만들어진 ‘청소년=학생, 학생=청소년’이라는 인식은 학교 밖 청소년을 여전히 ‘관심의 사각지대에’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 같은 아이들’
해마다 ‘학교’의 울타리를 다양한 이유로 벗어나는 청소년들의 수 약 6만명, 전체적으로 약 40만명의 청소년들이 ‘학생이 아닌 청소년’으로 우리의 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소년을 마을에서 품기 위해 동대문구 내 ‘다같이多가치’컨소시엄은 월 1회 ‘청소년 쉼카페 휴(休)데이’를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야 아웃리치에서 만났던 마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던 아이들, 문신한 아이들, 담배를 피는 아이들을 휴데이에서 만나며 느끼는 한 가지 생각은 ‘다 같은 아이들이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마을 안에서 청소년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6개월 간 정기적인 교육을 수료하고 본인의 시간을 사용하여 매월 휴데이에 함께 하고 있는 마을상담사 주민들 또한 “다 같은 아이들이었구나”라고 말하십니다. 다같이多가치라는 컨소시엄 사업을 통해 청소년이 변하는 것보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지역사회의 시선이 바뀌는 것이 더 소중한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등장한 이후 감염병의 확산예방과 방역은 우리사회의 최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의 울타리 경계에 있는 아이들, 학교의 울타리를 이미 넘어가 버린 아이들은 존재하고 있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봐주고, 진학과 입시보다는 꿈과 진로를 고민해주며, 경쟁의 치열함 보다는 함께하는 기쁨을 알려주는 삼촌 같은 사회복지사가 되어주기 위해 오늘도 먼저 카카오톡 채팅방을 열고 말을 걸어봅니다.
“잘 잤어? 안 늦게 잘 일어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