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많이 배웠습니다.”라는 제목의 기도문을 최근 지인으로부터 받았다. 우리가 지난 1년간 실행했던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손 씻기의 의미를 돌아보는 글이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살 수 밖에 없었던 한 해. 우리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 2020년 한 해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소중했던 하루하루의 선물, 우리는 과거의 일상을 그리워하며 2020년의 새로운 일상을 또 그렇게 전쟁처럼 최선을 다해 살았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려니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전해주셨던 몇 해 전 시무식 메시지를 돌아보게 본다. 다가오는 시간, 인간(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희망, 변화의 시기, 진실에 대한 용기, 신뢰와 감싸기에 대한 말씀이었다. 시간은 흘러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다가오는 것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가는 시간’이 아니라 ‘오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가와 관련한 과제에 대한 메시지도 이어졌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소개하며, 죄의 산물로서의 국가를 이야기하고, 인간이 인간을 통치하는 국가와 권력을 비판하면서, “국가 자체가 아닌 사람이 주인”이며, 사람의 주인의식과 책임의식, 주인으로서의 품위와 예의, 그리고, 어떻게 사람을 사람 대접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는 있을 수 없으며, 개인도 소중하지만, 이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가 중요하고, 국가와 사회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고 힘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올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즈음에 몇 해 전 시무식의 메시지가 간절하게 그리워지고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유난히 “정부의 여러 제도들”이 정말 현장을 알고 만들어진 것인지 무엇을 위한 제도들인지 답답하고 안타깝게 다가오는 일이 많았다.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새로운 시대 융복합을 이야기하고, 산학협력과 민관협치와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우리의 제도는 여전히 부서별 칸막이와 여러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제도와 규제 속에 갇혀 있다. 새로운 시도에 발목을 잡거나 부족한 제도들을 메우며 선한 의도로 잘 진행되어 오던 일들의 흐름을 막는 일들도 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융복합과 협력을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을 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정부와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올해 뉴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검찰청장 문제와 징계와 관련된 소식을 접하면서 권력과 법치주의, 정의와 국가에 대한 여러 생각을 가지게 된다.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론’을 통해 국가 혹은 정의에 대해 “정의란 무엇이고, 그리고 그것은 인간 삶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물었다고 하는데, 국가란 정의를 실현하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된 사람들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란 존재다 보니, 법이라는 합법적인 틀을 만들고 실천하며 치열하게 싸워가는 과정을 통해 이런 부분들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그 안에서 무언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개인도 소중하지만, 이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와 사회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고 힘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돌아보게 된다. 어떻게 힘을 키워야 할 것인가?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척박한 시대에 이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선배들께 감사의 마음이 들고, 현재의 우리도 좀 더 나은 국가, 그리고 이뤄가야 할 정의를 위해 실력을 키우고 힘과 지혜를 모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대부분 정의로운 국가와 사회, 공동체를 원한다. 제14대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네 번째 공약이 “복지국가를 위한 연대”였는데 많은 분들의 소망이 담겨있고, 이를 지지하고 마음을 함께 모아주신 바램이다. 우리는 정의와 복지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다를 수 있고, 사람이란 존재 자체가 완벽하지 않아서 정의로울 수만은 없기에 이런 부족한 사람들이 정의를 이루는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때로는 공격받을 일도 많고, 할 수 있을까 주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지향이 명백하고 수고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귀히 여기는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러모로 아쉬움도 많고, 풀어가야 할 과제를 많이 남긴 채 2020년 한 해를 보내게 되었지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2021년 새해가 있기에 다시 한번 힘을 내고 전열을 갖춰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리고, 새로운 시간이 선물로 주어지는 까닭은 아직 다 이루지 못한 우리의 과제를 함께 이루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정의를 이루어가라고 주신 기회와 소망의 의미가 아닐까?
“실력 있는 사회복지사, 안전하고 활력 있는 실천 현장, 든든한 협회, 복지국가를 위한 연대.”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제14대 회장으로서의 네 가지 약속의 실천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이를 실현하고 펼쳐갈 새로운 2021년 새해를 맞으며, 많은 교훈을 남긴 2020년을 흘려보내고, 새롭게 다가올 시간을 기대한다. 그동안 힘차게 달려왔듯이 새해에도 여러 과제들을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헤쳐 나아가기를 다짐하며 소망한다.
“2021년 하얀 소의 해를 맞아 우리 모두 힘찬 새해 되기를…. 그동안 힘차게 달려왔듯이 새해에도 여러 과제들을 지혜와 힘을 모아 함께 헤쳐 나갈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후배 사회복지사 여러분!! 함께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며,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해나가야 할 시대적 사명을 잘 이루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2020년 한 해의 귀한 수고에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2021년 새로운 한 해의 힘찬 걸음을 내딛는 우리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가올 2021년을 기대하고 응원하며, 기원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