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후 4시. 강서구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행복한 웃음

▲ 박원규 씨

잔치가 펼쳐진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박원규(52·염창동·사진)씨.  증권회사 부장인 박씨는 퇴근 후엔 장애인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러 간다.

박씨는 지난 2006년,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무엇으로 봉사를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라디오에서 “웃음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사연을 듣고 웃음치료사로 첫 발을 들여 놓게 됐다.

박씨는 시각장애인 외에도 치매 노인, 미혼모들을 대상으로도 웃음치료와 레크리에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애창곡으로 꼽은 박씨는 “언제나 웃는 멋쟁이라는 가사에 ‘지금은 비록 어려워도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같다”며 “웃음에 이런 희망이 있다는 것을 장애인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을 보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도 몰랐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4, 5년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진다고 한다.

 

수업 중에도 농담을 섞어가며 친근하게 지내는 것,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대하는 것이 박씨의 노하우. “그들을 불쌍하게 보지도 말고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장애인들도 비(非)장애인처럼 맛도 느끼고 생각도 한다.

 

특히 시각 장애인들은 일반인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수업 시작 전에 자신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체격은 어떤지, 무슨 색 넥타이를 맸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고.

박씨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여타 50대 중년 남성들과는 달리 조금 특별한 삶을 살게 됐다. 그에게 있어서 장애인들은 새로운 도전의욕을 가져다준 존재다. 덕분에 그는 지난해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작은 것에 감사하게 돼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으로 세상사물을 보고, 두 다리로 힘차게 걸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잘 모르잖아요. 그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죠. 그러나 시각장애인 분들은 봄에 핀 꽃도 보고 싶고, 비오는 날엔 비를 맞으며, 눈오는 날에는 눈길 위를 걸어보는 것을 원하지만 여의치 못한 게 현실이잖아요. 우리는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됩니다”                

최아영기자(gsyck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