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감사와 기쁨이 있는 추석 명절 되세요.
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는 날들을 추석 명절 연휴로 보내게 되었다. 한 달 전 코로나19 감염확산의 증가로 불안해하던 일을 생각하면 그래도 이 정도의 상태로 추석을 맞이하게 된 것이 감사하면서도 길어지는 코로나19 위험 속에서 추석마저 예년과 다른 특별한 명절을 보내게 되니 이런저런 이유로 안타깝기도 하고 어수선하기도 하다.
내 삶에 추석 명절을 돌아보면 큰 변화의 흐름이 있다. 어린 시절엔 큰집을 가던 때와 할머니 돌아가신 후 우리 가족끼리 보내던 때가 있었고, 결혼 후에는 육 남매 장손인 시댁 둘째 며느리가 되어 엄청난 명절 음식과 손님들과 함께 추석 명절을 보내던 결혼 초기와 시아버님 돌아가신 후 시어머님을 모시고 다소 간결해진 명절을 보내고 있는 결혼 중기 이후가 있다. 결혼 후 친정에는 특별한 일정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석 오후에 들렀다. 시댁과 친정이 모두 서울이라 다른 집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지만, 나름의 절차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더 낯선 추석 명절을 보내게 될듯하다.
우리나라의 추석 명절은 가배·가위·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한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에 있어 이 명절은 수확의 계절이었고 1년 중 가장 큰 만월 날을 맞이하여 가장 즐겁고 마음이 풍족하였다고 한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므로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이미 삼국시대 초기였다고 한다.
추석날 아침 일찍 일어나 첫 번째 일은 차례를 지내는 일이었다. 수일 전부터 미리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내고, 차례가 끝나면 차례에 올렸던 음식으로 온 가족이 음복(飮福)을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는데, 추석에 앞서 낫을 갈아 가지고 산소에 가서 풀을 깎는 벌초를 한다. 여름 동안 자란 풀이 무성하고 시들어 산불이라도 나면 무덤이 타게 되므로 미리 풀을 베어주는 것이다. 어쩌다 추석이 되어도 벌초를 하지 않은 무덤은 자손이 없어 임자 없는 무덤이거나 자손은 있어도 불효하여 조상의 무덤을 돌보지 않는 경우여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절을 지내는 것이 가족 단위로 진행되는 일이다 보니, 가족의 형편이나 문화에 따라 모양과 형식은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 예로부터 내려오는 풍속을 따르기에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전통음식을 준비한다. 그런가 하면, 농경사회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가 변하면서 많이 간소화되고 새로운 방식의 명절 풍속도 많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방역지침을 지켜야 하는 코로나19의 위험 상황 속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세대 간, 가족 간 새로운 방식의 추석 명절을 보내게 될듯하다.
이런저런 역사적, 사회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지고, 변형되는 가족문화는 때로는 구세대들을 당황스럽게도 하고, 서운하게도 할 수 있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꼭 무언가를 고집해야 할 이유도 대안을 찾지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가족 간의 합의와 이해가 선행된다면 어떠한 문화도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과 존재와 행복 자체보다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 그 무엇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과 존재, 행복 자체보다 소중한가?
어떤 분의 강의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아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아끼고 있는가? 또 나 자신을 아끼고 있는가? 어느 때보다 건강과 안전이 중요한 이 시기에 우리 자신과 가족들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 우리와 만나는 여러 동료와 이웃들을 살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나와 주변의 여러 사람을 아끼고 있는가?
이번 추석 명절은 어색한 상황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 무엇보다 서로를 아끼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무탈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존중과 존엄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들도 나와 가족, 여러 공동체를 아끼는 일에 대한 마음을 돌아보며 상황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고 풍요로운 명절을 보냈으면 한다. “할 수 없는 것”에 힘들어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바라보고 감사와 기쁨이 있는 풍성함과 넉넉함이 있기를 응원하며 기대한다.
“회원 여러분, 상황은 어렵지만, 우리의 소중한 일상 속에 추석 명절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감사와 기쁨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온 가족이 함께 만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없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고 풍성한 추석 명절 되세요.”
<9월 17일 온라인 정책토론회 '코로나19 이후 사회복지사의 역할 변화'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