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파워인터뷰

 

 

 

 

 

 

 

 

 

 

 

 

 

 

 

 

 

 

 

 

 

 

최성숙(신림종합사회복지관 관장)

 

 

 

 

◆ 자기 소개 및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제가 1992년 입사해서 내년이면 30년 근속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많은 분들이 한 곳에서 오래 있었다고 놀라시는데, 막상 저는 끊임없는 변동을 겪다 보니 30년이 훌쩍 지나간 것 같습니다.

 

  제가 입사할 당시의 신림복지관은 한림대의료원에서 자체 운영하는 복지관이었어요. 대한민국최대의 달동네 주민들을 돕기 위해 다른 복지관에 없는 보건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진과의 통합적 개입과 협업은 의미 있고 소중한 경험이었죠. 1999년 관악구청이 건립한 지금의 신림종합사회복지관을 위탁운영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특히 보조금 지원을 이유로 과도한 절차와 통제, 불필요한 행정, 불합리한 평가제도 등의 부당함을 실감하면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다양한 연대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소개할 때 ‘최초’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습니다. 어쩌다 보니 학교법인 최초 상근관장이자 최연소 관장,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최초 여성 회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최초 사회복지현장전문가 참여 등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제가 2005년 관장으로 임명되었을 당시 학교법인 복지관은 대부분 교수님들이 비상근 관장을 맡고 있었는데, 한림대 신림복지관이 처음이 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법인이 상근관장으로 전환하였으니 사회복지현장의 변화에 조금은 기여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제가 일하는 신림복지관 다음으로 오랫동안 많은 역할을 했던 곳이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입니다. 몇 년 전 창립 30주년 행사장에 전시해 놓은 사진들 속에 제 모습이 얼마나 많던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역사로 기억하지만 2004년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 퇴진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가 중심역할을 했고 저도 함께 참여했었죠. 제8대~9대(2005~2010) 6년간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복지사의 밤’ ‘등반대회’ 사회도 여러 차례 맡았었는데, 이제는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의 대표행사로 자리잡아 참여할 때마다 뿌듯하더라고요.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가 단일임금체계와 같은 처우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서울시사회복지연대회의’ 활동에도 2010년 출범에서부터 4기 상임대표까지 깊은 인연으로 함께 했네요.

 

 

◆ 올해 2월이면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13대, 14대 회장직을 마무리하십니다. 

그동안의 여러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와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사회복지관은 지역복지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면서도 끊임없는 역할 논란과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협회장 임기 6년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보조금 지원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매년 실사에 의한 차등지원을 폐지하고, 인건비와 운영비를 분리 지원해서 안정적 예산을 확보하게 되었고, 평균 15명 내외였던 인력을 모든 복지관에 19명의 기본인력을 확충하였습니다.

 

  또한 사회복지현장의 뜨거운 이슈인 평가문제를 직능협회 간 연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했던 것도 의미가 있었어요. 서울형 평가에 대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단계별 개선계획을 마련하여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 변화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역시 민관의 소통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 전제임을 또 한 번 확인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적 거버넌스의 모범을 보여주시며 훌륭한 파트너로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한 기관에서 오랫동안 사회복지실천을 하고 계시는데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마을주민이 계실까요? 어떤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으신가요?

 

  수십 여년 간 특별한 인연으로 만났던 아이들, 청년들, 가족들, 어르신들 얼굴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번지고 감동으로 울컥하게 됩니다. “우리복지관”이라 부르며 복지관의 주인공이 되어주시는 주민들은 저한테도 가족과 같은 존재랍니다. 사회복지사는 주민들의 대변인, 옹호자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스스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할 때는 약자인 경우가 많아요. 저도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었는데 그럴 때마다 옹호자가 되어주시는 주민들 덕분에 힘을 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무한 신뢰와 애정에 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사회복지를 실천함에 있어서 관장님께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그 핵심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요?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의사는 사람의 육체를 진단하고 치료해서 생명을 살리지만, 사회복지사는 사람의 환경을 진단하고 심리정서적 개입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대하는 진실된 마음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규격화된 서비스, 실적과 성과측정 등에 익숙해 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서 배웠던 개별화, 수용, 자기결정권... 이런 기본원칙들을 잊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업대상이 아닌 사람이 눈에 보이려면 시간도 마음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잘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내가 정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건지, 이 일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건지,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인지, 더 중요한 일을 하려면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 직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이유입니다.

 

 

◆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신림복지관이 올해 40주년이 되었는데, 그 역사 중에 제 인생의 30년도 함께 있어요. 정부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빈민지역, 정부지원조차 없던 시절의 신림복지관 존재와 역할은 정말 중요할 수밖에 없었죠. 법인의 막대한 지원으로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맘껏 펼칠 수 있었고, 제가 기획하고 시도한 시범사업들이 정부정책과 사업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했고, 그 성취와 보람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30년간 한 지역의 변화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겪었던 일들, 사업보고서에는 미처 기록하지 못한 경험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축적된 자료와 기억을 모아서 정리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