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가 아닌 내가 사는 동네에서 사회복지사로 살아가기
강웅식(성수종합사회복지관 팀장)
‘일터에서 주민중심의 조직화를 지향하는데 나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주도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저는 조직화 교육을 듣던 중 문득 위와 같은 생각이 들자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주민조직화를 실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두가 조심하였기에 우선 살고 있는 아파트 1개동 이웃을 대상으로 ‘느슨하고 약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였는데, 여기에는 두 살인 자녀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작은 아이가 고개를 꾸벅이며 “안냐또~”라고 인사하면 대부분의 이웃은 웃으며 대답해 주거나 손을 흔들어 주었기에 저는 옆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고리’라는 적절한 도구도 알게 되었는데 나에겐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걸어두고 나눔으로써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한다는 설명이 저의 방향과도 딱 맞았습니다. 경비선생님께 저의 취지를 말씀드리고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고리를 부착하는데 마치 신입 사회복지사로서 첫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처럼 설레임을 느꼈습니다.
첫 나눔으로는 그 동안 전자제품을 살 때마다 함께 받았지만 쓰지않아 모아둔 USB케이블 20개를 걸어두었는데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정말 가져가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지 궁금해 1층까지 몇 번을 왕복하며 기웃거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고리에 종이가방이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웃 주민 분께서 배수구망을 담아 나눔에 동참하고 계셨습니다. 저명한 행복심리학자인 서은국 심리학과 교수의 『행복의 기원』에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혹시나 참여하는 사람이 있을까 살짝 기대를 했지만 막상 이렇게 이웃의 참여를 보니 동기도 강화되고 관계가 시작된 것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주민이 있는 것 같아 공감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5개월간 제가 확인한 나눔은 총 10회로 그 중 이웃이 4회를 참여하였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울하고 예민할 수 있음에도 나눔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저는 생각보다 높은 참여율이라고 생각하며 당초 계획했던 약하고 느슨한 관계형성이 가능하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미 느끼셨겠지만 동네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동네 구성원 중 한 명의 주민이었으며 주민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이는 일터 뿐 아니라 나의 삶터에도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맺는 것, 그렇게 시작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이 관계를 토대로 이웃들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해 보고자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공통된 주제가 생기면 또 다음 연결고리를 이어가게 되겠지요? 그리고 교육에서 배운대로 주민리더도 세우고 우리의 욕구 확인과 조직화를 통한 해결과정까지도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틈틈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오니 지속가능한 주민모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동료분들의 관심과 제언, 지지와 격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