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와의 민사소송을 준비하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보훈복지사지회
김동욱 사회복지사
그 동안 선의로, 당연히, 알아서 해오던 수많은 관행들과 부조리들이 얼마나 우리 보훈복지사들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얼마나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었는지를 최근에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 2018년 8월 15일 처음으로 보훈복지사들이 노동조합이라는 이름하에 뭉치기 시작했고, 작은 성과도, 때로는 좌절도 겪으면서 어느 덧 2여년이 다가오고 있다.
수많은 불합리한 것, 교통비 미지급 및 초과수당미지급(혹은 일부 지급), 부당하고 과도한 업무지시(담당업무가 아님에도 관행적으로 복지사들이 해왔다며 전가하고 책임 지우는), 반강제적 공휴일 근무 및 휴직기간 동안 강제출근과 출장, 직원들 간 반목 조장, 부당해고(결국 우리 복지사들의 승리였고 해당 복지사는 복직)등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전히 지금도 발생하고 있으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우리 보훈복지사들의 단합과 노동조합의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바꿔나가고 있다.
보훈복지사들의 가장 첫 번째, 그리고 지금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는 것이 병가 중 주휴수당환수(2014~2018년 5년간 금액) 및 취업규칙불이익변경건과 이에 따른 민사소송건이다.
보훈복지사들은 취업규칙에는 없었으나 2005년부터 2018년 9월말까지 그동안 관례적으로 1주일 동안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경우, 매주 1일의 유급휴일을 부여받고 주휴수당을 지급받았다. 그러던 중 2018년 10월 병가기간 중 주휴수당 지급 관련 질의회신(규제개혁법무담당관-7441, 2018.10.2)에 의거해 주휴수당 지급근거가 없어 금전채권환수 대상으로 판정되면서 이미 지급된 주휴수당을 환수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훈복지사들은 개인질병으로 인한 병가 외에 출장, 행사 등 근무 중 사고를 당해도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상 병가를 신청할 수 없고, 국가보훈처 공무직 관리규정에 업무상 병가 규정 자체가 없어 개인병가를 사용하고 있으며 업무상 병가임에도 불구하고 주휴수당을 환수하도록 결정됐다. 변환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동의 및 안내 절차 없이 급여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했고, 이 역시 근로기준법 제43조 임금지급에 위배되나 국가보훈처는 이를 무시한 채 진행하고 있다.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근로자의 의사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 당시 보훈처에는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훈처는 근로자들에게 개정된 사항을 설명하고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서 해당 규정을 개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보훈복지사들은 위와 같은 변동 사항을 알지 못한 채 병가를 사용한 경우에도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국가보훈처 스스로가 취업규칙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2018년 9월말까지 병가 중 주휴수당을 지급해 왔다.
이에 보훈복지사들은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와 함께 지난해 7월 집회를 시작으로 KBS 및 MBC 방송보도, 그리고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이슈화를 시키면서 동시에 고용부에 진정을 냈고 수차례 조사 후 올해 초 국가보훈처와 대질조사준비 중 보훈처에서 이미 고용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 주휴수당환수가 문제없다는 해석을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 전략적으로 당일 진정 건을 취하였다.
그러자 국가보훈처에서는 일방적인 주휴수당 환수가 정당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하며 환수조치를 강행하려고 했으나 보훈복지사 노동조합은 위법사실에 대한 진정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고소를 진행하고, 보훈복지사들의 주휴 건 일체에 대한 모든 권리위임은 지회에 있음을 통보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병가 중 주휴수당 미지급이 정해진 2012년 12월 21일 공무직관리규정의 불이익변경건에 대해서 고용부에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우리에게 어떤 공지도, 동의도 없이 자신들 마음대로 규정을 바꾸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기가 막힌 것은 자신들이 바꾼 규정에 어긋나게 2018년 9월까지 병가 중 주휴수당을 수년간 지급해왔으며, 부랴부랴 동의없이 바뀐 규정에 어긋한 행위를 해왔음을 인지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지급된 금액을 일방적으로 월급에서 공제하고 하다못해 어느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조차도 없다.
올해 2월 대전고용청에서 대질조사를 진행했을 때도 근로감독관은 합의만을 종용하고 국가보훈처에서는 여전히 복지사들만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며 ‘형평성’이라는 이름하에 일방적 주휴수당환수를 위한 이행공문과 납부고지서를 남발, 법적처분을 운운하며 심리적인 압박을 주고 있다.
물론, 보훈복지사들도 무조건 민사소송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합의조건을 제시했으나, 우리의 요구는 무시당하고 또다시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관용과 이해는 사라졌다. 고용부의 이번 건은 형사사건으로 공소시효 5년이 지나 행정종결처리가 됐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억울함을 참고 그저 보훈처 사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과 사회복지사로서 자존감과 부당한 행위에 대해 싸우는 것 두 가지만 남았고 보훈복지사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관련 사항에 대한 일체의 건을 지회에 위임하고 투쟁을 하고 있다.
매년 복지부 사회복지시설임금가이드라인과 급여명세서를 보면 12년차 사회복지사의 월급에 한숨부터 나오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 보훈복지사들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자존감과 전문성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게 보훈복지사들은 자신들의 사업성과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혼자가 아닌 노동조합과 함께 특히 주휴수당 환수건을 올해부터는 10일 이내의 병가 사용시 주휴일을 유급으로 규정을 바꾸게 됐다. 혹자는 이렇게도 말한다. 그 정도 이루었으니 소송을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 아니냐고. 물론 이 정도의 성과로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과는 성과일 뿐이며,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옳은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다. 이제 우리 보훈복지사들은 노동조합과 함께 더 이상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관용과 이해는 없으며 가열차게 투쟁해 쟁취해 나갈 것이다.
* 이 글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소셜워커 ' 기고한 글을 김동욱사회복지사와 한국사회복지협회의 동의를 얻어 게시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